미국인들 사이에 불교적 식사법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토크쇼 진행자로 잘 알려진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해 많은 유명 배우들이 불교적 식사법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왔던 터라 예상 못했던 소식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곧 돈’이라는 논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본고장 미국에서 ‘느림’, ‘생명’, ‘하심’을 기본으로 하는 불교적 식사법이 주목받는다는 소식은 아이러니 하면서도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뉴스임에 틀림없다.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불교적 식사법은 묵언(默言), 천천히 씹기, 농부에 대한 고마움 새기기, 적당히 먹기 등이다. 식사를 할 때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고 음식 섭취에만 집중하라고도 가르친다. 마치 사찰에서 발우공양을 할 때 외는 경전인 〈소심경〉(오관게 등 발우공양 때 외는 게송을 담은 경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하다. 특히 촛불을 켜서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라고 권하고, 가능하면 불교신자와 함께 식사를 하라고 조언하는 대목에서는 더욱 그렇다.

불교적 식사법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신앙적인 측면과는 거리가 멀다. 불교적 식사법을 기존의 디톡스(채식 위주의 섭취로 몸의 독소 제거) 식사법이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본다면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방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목적이야 무엇이 되었든 간에 미국인들이 식생활과 관련해 ‘생명’·‘환경’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 사실이고, 고무적인 현상이다.

발우공양 등 불교적인 식사법은 남방불교권을 비롯해 중국과 우리나라로 전승돼 더욱 발전했다. 이에 대한 의미나 의례절차를 상세히 기록한 경전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사찰음식 재현 등 외형의 계승에 치우쳐 그 속에 담긴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소홀했다. 옷 속에 보물을 지닌 채 헐벗게 지낸 어리석은 자[법화경]와 다를 바 없다.

음식을 대할 때 몸과 마음가짐부터 바로 해야 한다는 ‘참회’와 ‘자비’, ‘하심’이 담긴 불교적 식사법이 26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빛을 발하는 모습에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공양의 참다운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생활화하는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