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축제인 ‘연등회’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 지정신청서를 제출한 지 3년 만이다. 불교계의 바람대로 이뤄진 만큼 연등회가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가일층 노력하길 기대한다.

그동안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명확한 고증과 전통 재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정을 보류했었다. 그럼에도 이번 심사에서 지정 예고를 한 것은 조선시대의 단절과 일제강점기의 변형을 감안한 결과다. 실제 연등회는 2002년 월드컵 이전까지는 불교계 내부 행사에 그쳤다. 월드컵 이후 매년 외국인 관람객이 증가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30만 명의 전체 참가자 중 외국인은 2만 명에 불과하다.

불교계는 규모가 크다며 자부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등축제에 비교할 바는 못 된다. 정초부터 대보름까지 열리는 중국의 등축제는 베이징, 상하이는 물론 쓰촨성 쯔궁시에서도 열리는데, 도시마다 수백만 명의 관람객이 몰린다. 일본 동북부 아오모리현에서 열리는 등축제 ‘네부타 마쯔리’ 역시 내외국인 포함 35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의 세계적 축제로 이름나 있다. 관람객 수만 따져도 우리의 10배가 넘는다. 중국의 등축제에는 100미터가 넘는 용등이 등장하고, 쯔궁시는 등박물관을 세운 후 외국에 등 전문가를 파견하기도 한다. 문화재 지정에도 불구하고 ‘연등회’가 ‘우물 안 개구리’로 비칠 수 있다는 말이다.

문화재 지정은 자축할 만한 일이지만 ‘연등회’가 수년째 제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계의 자성이 필요하다. “중국이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으니, 우리도 추진해야 한다”는 따위의 아집을 벗고, 누가 봐도 “한국의 연등회가 가장 볼만한 등축제”라고 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요무형문화재에 걸맞게 인적, 물적 보강을 통해 혁신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자화자찬’ 대신 신발 끈을 조여 매자. ‘기무치’란 일본식 이름을 누르고 ‘김치’가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맛과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이를 세계에 알린 결과다. 이제 다른 나라의 등축제를 비하하기보다 우리의 등축제를 발전시키는 일에 골몰하자. 거듭나는 연등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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