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장자종단으로 불리는 조계종이 천태종 등 다른 종단의 성장동력을 배우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권위를 버리고 발전적 변화를 모색하고자 한 현명한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조계종은 1월 27일 3원장과 중앙종무기관 부실장, 전국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등 종단 핵심인사 150명이 동참하는 지도자연수를 3월 중순 실시한다고 밝혔다. 연수는 천태종 단양 구인사, 진각종 서울 월곡동 통리원을 직접 방문해 두 종단의 행정체계 등 종단 운영전반에 대해 설명을 듣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어 공주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으로 이동해 원불교 관계자의 강연을 들은 후 이를 토대로 조계종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현재의 천태종은 상월원각대조사가 1945년 구인사 창건을 통해 천태종을 중창하면서 출발했다. 이후 67년의 세월 동안 천태종은 종도 250만의 종단으로 급성장했다. 종도들의 애종심과 결집력도 그 어느 종단보다 높다. 진각종 역시 마찬가지다. 조계종이 이번 연수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지난해 연말 구인사에서 봉행된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00주년 기념 법요식에 참석했던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천태종의 외적, 내적 성장세를 눈으로 확인한 게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사실 사찰 수나 종단의 재산 규모를 비교할 때 조계종과 견줄 수 있는 불교종단은 없다. 한 예로 해인사가 소유하고 있는 경남 합천 가야산의 임야는 전체의 40%에 이른다. 명진 스님의 말을 빌리면 강남 봉은사의 연 수입은 120억 원을 넘어선다. 본·말사 소유의 어마어마한 토지를 제대로 활용하고, 사찰의 수입과 문화재관람료 수입의 유출만 막아도 조계종의 성장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천태-진각종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점은 종단 권력의 중앙 집중화와 사찰 재정관리의 신도참여 등 투명성이다. 두 종단의 이런 장점을 조계종이 그대로 수용하기란 여건상 불가능하다. 다만, 이번 연수가 어떤 형식으로든 조계종 지도부에 자극과 변화를 주리라 본다. 이번 조계종 지도자 연수가 각 종단의 장점을 배우거나 공유하는 데 그치진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종단 간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통불교 전통을 조금이라도 되살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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