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운 덕 대종사

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불기 2556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은 새해를 맞이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부처님 전에 발원했을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마음의 자유를 얻을 때 비로소 행복해진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마음이 넉넉하고 자유로울 때 행복이 깃든다는 게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실제로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간의 행복지수는 크게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이같은 내용을 증명하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행복한 한국인의 특징’을 찾기 위해 20대, 40대, 60대 각 200명씩 총 6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어떤 사람이 행복을 더 누리고 사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행복한 사람은 타인을 신뢰하고 보수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으며 물질 보다는 인간 관계를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망쳤을 때 나보다 점수가 잘 나온 밝은 성격의 친구와 나보다 점수가 못 나온 어두운 성격의 친구 중 누구를 만나겠냐는 질문에 전자를 택한 사람일수록 행복지수가 높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행복한 사람은 우월감 보다 행복한 동행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하나 주목을 끄는 것은 20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위안이 되는 일은 1번 길거리에서 돈을 줍는 것, 2번 높은 학점을 받는 것, 3번 친구와 점심을 먹는 것 가운데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은 대부분 3번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물질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이용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서울대 행복센터의 이 연구결과는 현실생활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은 중요한 인간 관계를 잃게 마련입니다. 친지를 멀리하고 친구를 등한시하며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간과합니다. 결국 외로울 수밖에 없고 마음의 문이 폐쇄적이 되어 고립됩니다.

반면 사회적 관계를 신뢰하는 사람은 늘 평화롭고 온화한 얼굴로 대인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인간적 신뢰가 깊어지고 늘 행복합니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인종과 민족과 지역적 편애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므로 갈등 대신 화합하고 분쟁 대신 평화를 선택합니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신체의 병도 깊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낭만파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의 한 명이자 음악 비평가로 유명했던 로베르트 슈만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이를 치유하지 못해 마침내 죽음에까지 이릅니다. 그의 아내 클라라는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였고 매우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슈만은 클라라를 아내로 얻기 위해 스승과 법적 소송까지 불사했습니다. 이같은 불같은 사랑은 지나친 집착으로 이어졌고 지나친 집착은 잦은 다툼과 갈등을 유발했습니다. 슈만은 결국 라인강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목격자들에 의해 구조돼 목숨을 건졌지만 이후 스스로 입원한 정신병원에서 2년만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슈만은 클라라와의 결혼을 위해 사회적 관계를 등졌습니다. 자신의 스승이자 클라라의 아버지 비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나아가 사랑을 소유하려는 강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집착은 마음의 자유를 제약하는 또 다른 장애입니다.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없습니다. 비록 내 주변의 환경과 장애를 딛고 어렵게 목적한 바를 이뤘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 마음의 자유를 일탈한 것이라면 행복해 질 수 없는 법입니다. 슈만은 우리에게 이러한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마음은 혼란하여 지키기도 힘들고 억제하기도 힘들다. 지혜있는 사람은 이를 바로 잡는다. 마음은 잡기도 어려울뿐더러 쉽게 흔들리며 탐하는대로 달아난다. 마음을 바로 잡는 일이 행복의 근원이다.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지혜있는 사람은 이 같은 마음을 잘 다스린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곧 안락을 얻는다.” 〈법구경〉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행복은 예나 지금이나 외형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법구경〉에 나오는 이 말씀처럼 마음을 잘 다스릴 때 안락을 얻는 법입니다. 행복한 새해의 첫 문을 여는 것도 실상 이 마음 다스리기에 있습니다. 기쁨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면 행복한 발걸음을 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면 마음이 평안하지 못 할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서울대 행복센터의 연구결과처럼 행복지수가 사회적 관계와 행복한 동행에 있듯이 내 마음을 이러한 쪽으로 열어가는 작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야유보다는 칭찬을 중시하고 비판 보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면 사회적 관계의 신뢰는 더욱 깊어갈 것입니다.

나아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을 키우는 것도 내 마음 안의 작은 혁명에 속합니다. 그렇게 될 때 행복한 동행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아상(我相)과 아집(我執)을 버리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임진년 한 해 우리 사회의 평화와 행복이 보다 넓어지길 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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