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대표하는 조계종
안으로부터 치열한 성찰 필요
진정한 맏형으로 거듭나길

한국불교라고 하면 많은 이들은 곧 조계종을 연상한다. 태고종, 천태종 등 조계종단과 차이를 지닌 여러 불교종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조계종단이 한국불교에서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교세나 외형적 크기가 가장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조계종은 여러 종단의 맏형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불교 내 종단만이 아니라 국가, 정당 등 사람 사는 곳에서 늘 보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집단이나 무리에서는 모두 대표자 내지 대표집단이 있기에 우리 모두 별다른 생각 없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만 대표성을 지닌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대표자나 대표집단이 자신이 대표하고 있는 구성원에 대한 책임을 지닌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겠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예를 들어 조계종이 국내 여러 불교종단의 이익과 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혹은 단 1분 만에 날치기 통과된 법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서울대 법인화 과정에서 서울대 총장이 학내 구성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행동하고 있는가. 대통령은 나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국가간자유무역협정(FTA)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의 입장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주류언론은 우리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가, 아니 그런 마음이라도 있는가.

맏형과 같다고 비유했지만 대표성을 지님으로써 생겨나는 귄위나 권력이 그 취지에 맞게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가도 문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권익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부여받은 권력을 가지고 오히려 자신의 구성원에게 크고 작은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부분을 다양한 층위에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최소한 불교계에 대해서만 말한다 해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의 행보는 맏형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최근 태고종에 소속된 모 스님의 맺힌 이야기가 교계 매체에 게재되고 있어서 그동안 일반인이 무심코 지나친 현실의 한 면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으로써 조계종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열심히 취하면서 다른 종단에 대한 배려는 물론 최소한 더불어 가는 모습마저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태고종의 입장이 이러하니 천태종을 비롯한 다른 종단의 마음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조계종에서 종교평화를 위한 21세기 아소카 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한 행보 역시 그 내용의 찬반을 떠나 조계종단 내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단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소통과 대화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양한 현대사회에서 이웃종교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종교평화를 위한 종단의 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타 종단을 무시해 온 조계종단의 반성없이 행하는 그러한 선언은 안은 바라보지 않은 채 밖을 향한 모습이었음이 분명하다. 안으로의 치열한 자기 통찰 없는 그 모든 행위가 얼마나 덧없는지 불교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결국 전도된 이러한 우리 자신의 모습은 구성원들의 깨어있는 자세와 철저한 자기 성찰과 반성으로부터 개선된다는 점에서 조계종단의 자정과 쇄신을 위한 결사운동이 철저히 조계종단 내부로부터 출발되어야 함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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