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큰 계절을 맞아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이런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손상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서울은 물론 지방의 대형병원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폐손상 환자들의 방문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뛰어난 기술로 과학적 검증이 뒷받침됐다 하더라도 과연 인위적으로 만든 기계에 전적으로 의존해 건강을 보전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연이 거저 주고 있는 혜택을 도외시하고 문명의 이기만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입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던져주고 있는 폐해와 달리 또 다른 보도에 의하면 숲이 건강을 위한 공간으로 대중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산림청에서는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하는데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치유의 숲’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산림청이 만든 ‘치유의 숲’은 경기도 양평과 전라남도 장성 그리고 강원도 횡성 등 3곳입니다. 산림청은 앞으로 전라남도 화순 등 4곳을 더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숲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가습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유익한 각종 영양소를 뿜어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독일, 일본, 미국에선 숲 치유가 이미 오래전부터 활성화돼 있습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숲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수가 300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우울증 치료를 위해 숲이 ‘그린 닥터’로 애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숲이 울창한 독일 바트 뵈리스호펜시는 인구가 1만 5천명에 불과하지만 숲 치유 목적으로 연간 1백만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하니 숲이 국민의 건강 기여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됩니다.

숲의 혜택을 누리고자 한다면 템플스테이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우리 종단의 총본산 구인사에서도 템플스테이를 실시하면서 숲 길 조성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의 전반적 공통점은 숲 길을 걷는 것을 필수코스로 지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명상과 선정은 앉아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걷는 것도 유익한 명상 방법 중의 하나며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효과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고 돌아간 경험자들은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한결 성숙해졌다는 체험담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숲 길을 따라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정신세계는 한없이 높고 멀리 뻗어 나갑니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는 자정(自淨)의 법문을 들려주고 아침 새 소리는 맑고 깨끗한 법심(法心)을 전합니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속세에 찌든 낙담과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간다고 고백합니다.

숲은 무욕(無慾)과 섭리(攝理)를 우리에게 일깨우는 가르침의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산에 있는 사람은 바깥 세상의 욕심에 관심이 없습니다. 산에서는 지배할 대상도 없고 나를 움직일 대상 또한 없습니다. 몸만 자연에 의탁하고 있으면 그로써 자연과 하나되어 행복한 순간일 뿐, 거추장스럽게 나를 치장할 이유가 없으니 말 그대로 자연인으로 서있을 뿐입니다. 자연인이 무엇을 욕심내고 탐할 수 있겠습니까? 무심무욕이므로 나 자신 그대로가 평온합니다.

숲은 또 섭리를 가르칩니다. 가을에 자신의 몸을 그대로 버린 채 다시 거름이 되어 봄에 새로운 싹으로 태어납니다. 거친 풍우를 맞고서도 화내거나 화풀이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더욱 낮추어 뿌리를 깊게 할 뿐입니다. 외환이 클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이치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옛날 수행자들은 깊은 숲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큰 깨달음을 열었습니다. 숲 속은 비록 적막의 세계이나 마음을 비우고 찾는 이들에겐 섭수와 포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선물했습니다. 시비와 갈등이란 말은 숲 속에선 찾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산림청 주관으로 숲을 국민의 건강 지킴터로 활용하고자 하는 일은 환영받아 마땅합니다. 의학자들은 숲에 ‘음이온’이 풍부하다고 강조합니다. 계곡이나 폭포 주변에서 나오는 음이온은 뇌의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신체를 평안케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우리 몸에 들어가 생리활성을 촉진해 마음이 안정되게 할 뿐 아니라 항염증과 항산화 작용을 한다고도 합니다. 심폐기능을 강화해 천식과 폐 건강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숲 길을 걷는 것을 생활화 해보길 권합니다. 아울러 템플스테이에도 적극 참여해 숲이 주는 이익을 함께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의 제자들이 ‘숲이야 말로 수행의 즐거움으로 가득찬 곳’이라 했던 말을 상기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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