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한통의 편지가 본지에 도착했다. 창원에 사시는 노보살님의 편지였다. 간병인을 통해 보내온 편지에는 노환을 앓고 있다는 사정과 함께 당신의 글이 본지(금강신문)에 실리는 게 소원이란 내용이 덧붙여 있었다. 신문은 지면관계상 싣기 어려워 ‘간단한’ 편지의 전문을 본지 홈페이지를 통해 싣고자 한다. <편집자>

안녕하십니까? 저는 박정순이라는 어르신을 모시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어르신을 돌본 지는 만 2년이 되었습니다. 이 편지를 쓰는 것은 그분의 이야기를 할까 해서입니다.

어르신을 처음 뵙던 날 하얀 피부에 검버섯 하나 없이 고운 얼굴로 하얀 머리를 곱게 쪽져 비녀를 꽂고 저를 유심히 보시던 인자하면서도 깊던 눈, 불심이 너무나 깊어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어르신은 자녀분이 4명 있는데 창원 원흥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큰 자부가 간부를 한다며 흐뭇하고 자랑스러워 하십니다.

이글은 어르신이 직접 쓰신 것을 제가 옮겨 적습니다. 



구인사와 인연을 맺은 지가 벌서 36년이 되었다.

65세 되던 해에 진영에 있는 봉금사라는 새로 짓는 절에 들어갔다. 화장실이며 절 전체의 청소를 내가 담당했다. 법당 보살이 없으면 법당 보살 역할까지 다 내 몫이었다.

퇴행성관절염으로 무릎 연골이 닳아 지팡이를 짚어가며, 눈이 안 좋아 안과며 약방을 다녔다. 그러다 보니 행사장에도 못가고 절만 지키는 신세가 되었다.

내 나이 80이 넘도록 청소를 했다. 밥값을 해야 했으므로.

그 때 어느 공양주가 들어와서 내 손으로 밥 갖다 먹고 내 놓지 못한다고 안 보려고 해서 할 수 없이 83세에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매달 10만 원씩을 받았는데 그 돈을 받은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집에 와서 매일 밤 깨끗하게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정성을 다해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2시간 씩 예불을 했다.

구인사 본산에 가서 한달 기도 동안거 하안거를 4년 동안 했다. 그것으로 스님께 칭찬도 많이 받았다.

기도에 원을 세워놓고 좋은 날 좋은 시 꽃피고 잎 필 때 후 세상 가는 길 좋은 날 좋은 길로 자는 잠에 가게 굽어 살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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