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석명절에 차례는 잘 지내셨습니까? 한가위는 조상님께 한 해의 수확을 자랑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기회로 삼는 명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추석을 계기로 어떤 마음을 다졌는지요? 마음이란 형체가 없으나 우리 생활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동심으로 돌아가 솜사탕을 먹고 있다고 합시다. 솜사탕의 달콤함에 젖어드는 즐거움도 잠시, 갑자기 한 마리 벌이 날아 와 입술을 쏘고 달아납니다. 또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공원 잔디밭에서 뛰어놀다 개똥을 밟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한껏 멋을 내고 외출에 나섰는데 새 똥이 머리 위에 떨어집니다.

살다보면 이처럼 황당한 일을 겪게 됩니다. 이럴 때 사람들마다 받아들이는 심정은 제각각입니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진이 안 좋다’고 생각하며 ‘액땜했다’고 자위합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좋은 일만 오겠거니’하며 오히려 자신이 당한 봉변을 길조(吉兆)로 돌려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처신이며 심리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봉변을 당했을 때 순전히 ‘자기 탓’으로 여기곤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으니까!’ 스스로를 억세게 운수 없는 존재로 자인해 버립니다.

일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도 ‘재수 없는 나’로 원인을 돌립니다. 모든 것이 내가 하면 될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렇게 생각하는 의식이 습관적으로 반복될 때 문제의 심각성이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부정적인 견해가, 혹은 의식이 나를 지배하게 되면 실제로도 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은 불행하게 전개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흔히 하는 말로 ‘검은 색 안경을 끼고 보면 세상이 다 검은 색이고 노란 색 안경을 끼고 보면 세상이 다 노랗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세상일이란 때로는 잔인할 만큼 편파적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공들여 얻으려 한 것인데 다른 사람이 기다렸다가 냉큼 주워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리는 과연 정의의 편인가’하는 회의감이 앞 설 정도로 내 진심은 묻히고 다른 이의 모략이 승리를 거둘 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심한 자괴감과 억하심정이 자신을 짓누를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비하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럴수록 자신을 탓하는 부정적 견해와 의식을 멀리하는 게 현명한 처신입니다. 〈종용록〉 제69칙에 보면 남전화상이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알지 못하는 것을 무지한 짐승이 오히려 알고 있다’고 수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삼세의 부처님도 알지 못하는 것을 무지한 짐승이 알고 있는 그 저력과 위엄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세상의 도리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잔뜩 움츠리게 됩니다. 다시 말해 내가 재수 없는 탓이 아니고 운수를 돌릴 수 있는 힘을 발휘하지 않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운수를 돌릴 수 있는 힘. 불교에서는 이를 작복(作福)이라 합니다. 복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스스로 작복하려 노력하는 사람은 운수니 재수니 하는 따위의 자괴감은 만들지 않습니다. 오직 운명을 개척하여 좋은 일만 만들려 대비합니다. 스웨덴은 이런 점에서 좋은 교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석유 없이 경제 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석유는 발전과 풍요를 상징하는 ‘검은 샴페인’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지구는 더 이상의 석유를 생산해 낼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석유고갈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석유가격이 올라가면 세계시장은 유가파동으로 몸살을 앓습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두바이 유가가 급등하면서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해 서민경제를 더욱 압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스웨덴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스웨덴은 일찍이 석유독립을 선언하고 체질개선에 온 힘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석유의존도를 2020년까지 난방에서 0%, 산업과 운송에서 각각 40~50%까지 낮추겠다는 혁신안을 마련해 국민의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습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가 거리를 메우고 있고 석유 대신 연탄 종류의 대체 연료가 난방을 대신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제시한 각 부분의 석유의존도 절반에 이르는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운수를 돌리는 힘은 부적이나 신에 의한 막연한 기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웨덴의 예처럼 목적을 이루려는 적극적인 실천이 이루어질 때 그 결실을 거둘 수 있습니다. 작복행위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의 존재는 위대하다’는 인식 아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실천이 중요합니다. 늘 긍정적인 사고로 하나 하나 실천하면서 열심히 기도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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