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성철 바라보기

예문서원/조성택 편/440면/23,000원

 

성철 스님(1912~1993)이 열반에 들고 얼마 지난 후, 국내 모 기관에서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누구인지'를 묻는 여론조사를 했다. 그런데 그 결과 성철 스님이 1위를 했다. 스스로 산승이기를 자처하며 현실 사회와 정치에 대해 침묵하였지만 근현대 큰스님들 가운데 성철만큼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은 없을 것이다. 그의 몸은 철저히 은둔한 듯 보였어도, 그의 삶과 가르침은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한국 근현대불교사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퇴옹 성철(退翁性徹)에 대한 연구는 보조지눌의 돈오점수와 비교된 성철의 돈오돈수론에 대해 국한되어 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한국불교의 선사상을 대변해 온 보조지눌(普照智訥)의 사상과 수행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송광사와 성철이 이끄는 해인총림이 불교계에서 지니는 위상 등이 얽혀 있는 한국불교의 지형도 속에서, 보조지눌의 돈오점수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성철이 내세운 돈오돈수론은 가히 폭탄선언이었고 돈점론 역사에 가장 선명한 논쟁적 이정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다층적으로 성철의 돈오돈수론 및 불교관을 살펴볼 때 성철 불교는 근현대사의 맥락에서 새롭게 읽힐 수 있다. 이 책의 제1부에서 박진영, 윤원철, 김종명, 김영욱, 박해당 등의 학자들은 성철의 불교관과 돈오돈수론을 이러한 맥락에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제2부는 근현대 한국불교의 개혁과 근대성 담론이라는 역사적 관점에서 성철을 재조망한다.
성철이 살았던 시기는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가장 압축적으로 경험하던 시기였고, 성철은 나름대로 현실에 대한 역사적 역할을 해 왔다. 1947년 봉암사결사에서 1981년 《선문정로(禪門正路)》의 출간에 이르기까지 성철은 한국불교의 개혁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실천하려 하였다. 그 개혁의 내용은 이 책의 편저자인 조성택의 말처럼 근대지향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전통복고적이기도 했다.
허우성 교수는 순수절대불교의 회복을 통해 자아완성을 강조한 성철과 현실참여적 구세를 통한 진리 추구를 몸소 실천한 간디를 비교함으로써 근본주의적 복고주의적인 성철 불교의 초세속성을 비판하고 그것이 한편으로는 한국불교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했던 측면도 있었음을 지적했다. 김광식은 성철의 불교개혁 행적을 자세히 밝히고 성철의 불교개혁론도 역사성을 띠고 있었음을 논하였다. 김경집과 이병욱은 성철의 중도관은 무엇이며 그 중도관이 지닌 역사적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김종인은 성철의 돈오돈수론은 그 당시 보수와 근대의 충돌이라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정체한 채 쇠락하고 있는 한국불교에 근본주의적 이념을 바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논리적 토대였음을 근현대사적 맥락에서 접근하여 논한다. 

[금강불교 제3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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