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집회 자유와 생존권 보장 성명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소속 혜조 스님(앞줄 오른쪽 두번째)이 조계사 설법전에서 평화적 집회 허용과 한미FTA 협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등 4개 종교단체는 12월 7일 오전 11시 서울 조계사 설법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한미 FTA 반대 시위와 관련해 “평화적 시위 보장과 한미 FTA 협상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집회가 지난 11월 22일부터 계속되고 있는데도 경찰과 언론, 정부는 본질을 호도한 채 시위대를 폭도로 매도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마저 빼앗고 있다”며 “주권자인 국민의 신성한 민주적 권리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일부 시위대들의 과격한 표현은 한미 FTA에 의해 자신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된 농민 등의 좌절감과 절망감의 표현”이라며 “농민들의 생존대책과 중산층에 대한 안전대책이 없는 FTA 협상은 국민들을 피폐한 삶으로 이끈다”며 한미 FTA 협상의 전면중단을 주장했다.

12월 5일 시작된 한미 FTA 5차 협상이 미국 몬타나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집회불허 결정에도 불구하고 12월 6일 서울,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에서 한미 FTA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 과정에서 서울 집회에 참가한 10여 명이 폭력 등 위법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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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집회 보장과 한미 FTA 현상 중단을 촉구하는 종교인 기자회견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농민을 비롯한 전 국민적 집회가 지난 11월 22일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지역에서 보인 농민 등의 격렬한 의사표현에 대해 경찰과 언론, 정부는 본질을 호도한 채 시위대를 폭도로 매도하고 있으며, 헌법 2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근본권리인 집회, 시위의 자유조차 빼앗고 말았다. 비록 일부 시위대들이 다소 과격한 표현을 했지만 그것은 한미FTA에 의해 자신의 생존권이 벼랑에 몰리게 된 농민 등이 느끼는 좌절감과 절망감을 표현한 것이다. 집회에서 폭력이 있었다면 그것을 법적으로 다루면 되는 것이지 집회시위자체를 부정할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 5차 협상에서 미국은 광우병 문제를 안고 있는 쇠고기에 대해 전면적인 수입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의약품 협상과 자동차 협상의 후퇴로 우리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우리나라에게 모욕적인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우리 종교인들은 민주주의가 부정되고 민족적 존엄이 훼손되며 국민의 생명에 위협이 가해지는 현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경찰은 1987년 6월 항쟁의 열매인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집회 시위에 대한 초헌법적인 불허조치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경찰은 지난 11월 29일의 범국민적 집회에 대해 불허통보를 하고 원천봉쇄한데 이어 12월 6일 열린 3차 집회조차 불허하고 원천봉쇄하여 국민의 민주적인 의사 표현의 권리를 빼앗았다. 버스를 방패삼아 원천봉쇄 된 집회장소를 보고 우리는 1987년 민주대항쟁의 역사적 투쟁의 열매가 송두리째 부정되는 대혼란을 느끼고 있다. 어찌 6월 민주항쟁의 역사적 산물인 참여정부 아래서 민주주의의 초보적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집회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부정될 수 있단 말인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그 누가 허락하는 것이 아니며, 주권자인 국민들이 천부적으로 갖고 있는 신성한 민주적 권리이다. 이 신성한 권리를 유린하는 경찰은 초헌법적 기구인지 의심스럽다.

지난 11월 29일의 도심시위와 어제의 시위는 수천여명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으로 진행되었으며, 경찰이 교통유도만 잘했었다면 교통이 막히는 일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교통을 방해한 것은 시위대가 아닌 경찰의 저지선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초보적 권리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부정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퇴보를 바라보면서 초헌법적 기구로 나아가는 경찰의 엄중한 책임을 촉구한다.

2. 정보는 현재의 한마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중단하고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신중하고 준비성있게 진행하라.

각계각층 국민들은 현재 진행되는 한미FTA 협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농민들의 생존권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으며, 영화, 교육, 금융, 의료 및 공공서비스 등 모든 산업분야에서 엄청난 피해와 경제적 예속이 명명백백하게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미국 몬타나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미FTA 5차 협상에서 미국은 쇠고기에서 뼛조각들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전면적인 쇠고기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의약품과 석유, 자동차 등에서는 이전의 협상을 되돌린 채 초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나라의 경제적 주권에 대해서 완전한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제 한미FTA 협상은 경제통상 협상이 아닌 정치적 굴복을 요구하는 모욕적인 회담의 성격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차례의 시위에서 하늘의 마음인 민심은 명백히 드러났다. 그러므로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한미FTA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 농민들의 생존대책과 중산층에 대한 안전대책이 없는 현행 FTA 협상은 나라의 경제를 전면적인 절뚝발이 경제와 대미 예속경제로 이끌고가 국민들을 양극화와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피폐한 삶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 4대교단의 종교인들은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인 집회의 자유와 생존권 보장을 위해 한미 FTA 협상의 전면중단을 요구하는 바이다.

2006년 12월 7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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