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신묘년 새 태양이 힘차게 솟아오르고 나서 어느 새 또 다시 설 명절을 맞게 되었습니다. 저마다 가정에서는 정갈한 음식을 차려 놓은 후 온 가족이 모여 조상님들의 음덕을 기리고 소원하는 바 모든 일이 성취되기를 기원할 것입니다. 올 신묘년에는 우리 불자님들 가정 모두가 뜻하시는 대소사를 이루고 기쁜 일들로만 가득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전의 씨앗을 가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재팔난도 따지고 보면 업력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업을 멀리한 채 한 줌의 이익을 위해 유혹에 빠지거나 혹은 공업의 중요함을 간과하면서 이웃의 아픔을 부르게 했던 잘못은 없었는지 성찰해 볼 일입니다.

복전을 가꾸는 것을 어렵게 여겨서는 안됩니다. 복전의 씨앗이 보시라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보시가 물질적 나눔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아셔야 합니다. 경전에서는 화안애어(和顔愛語)를 최고의 보시 덕목으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화안애어는 내가 어떻게 마음 먹느냐에 따라 언제든 실천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온화한 얼굴과 사랑스런 말’은 선업을 닦는 기본행이면서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뱉으랴’는 속담이 있듯이 내 얼굴이 항상 밝아 있으면 상대방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법입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도 했습니다. 특히 불교에서는 말에 대한 죄업을 중요시 여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 도끼를 지니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도끼란 다름아닌 혀를 말합니다. 혀 하나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누구나 애어를 실천하실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애어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남을 모함하지 않으며 오직 자비스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스러운 말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복전의 요인은 욕심의 절제입니다. 욕심이 지나치면 탐욕이 되고 탐욕이 커지면 파멸의 비극을 맞게 됩니다. 《법화경》에 나오는 ‘화택’이란 용어를 살펴보면 인간의 욕망 속에는 자신을 포함한 세계를 불태울 수 있는 불씨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법구경》 〈심의품〉에는 욕망을 억제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많습니다. 헌신적인 한 여인이 수행승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불환과를 얻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욕심많은 수행승이 그 말을 듣고는 그녀를 방문하여 초능력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녀는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수행승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악한 마음이 자라고 있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길로 부처님을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부처님은 그에게 흔들리는 마음을 잘 다스리도록 충고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억제하기 어렵고 경망히 들떠서 욕심에 따라 움직이는 마음을 억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니, 억제된 마음은 안락하도다.”

늘 자신의 마음을 절제된 감정으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복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남들과 비교하여 더 가지려 하거나 더 높이 오르려는 욕심은 버리시는 것이 현명한 처신입니다. 물론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뒷받침돼 성취하는 것은 박수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여기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돈과 간계로서 욕심을 부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복전의 요인은 인욕에 있습니다. 인욕은 분노를 다스리고 자비를 키우는 마음자세입니다. 다시 말해 인욕은 상대를 용서하는 정신이 있고 서로의 잘못을 깨우치게 하는 자각의 정신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욕이 몸에 배어 있는 이에겐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인욕은 불성을 깨우치는 전거이자 많은 이들을 교화하여 선업을 함께 쌓을 수 있는 모범적인 행위이기도 합니다. 과거 부처님이 전생에 인욕선인으로 계실 때 정욕으로 말미암아 질투한 가리왕의 분노로 양 손, 양 다리, 귀, 코가 잘렸으나 잘 참아냈으며 오히려 왕을 교화했다는 일화는 너무 유명합니다.

여러분에게 제시하고 있는 ‘화안애어’ ‘욕심의 절제’ ‘인욕’ 이 세 가지는 권력과 재물과 명예와 상관없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복전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 일상생활에서 적극 실천해 주신다면 틀림없이 그 선업의 복덕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이 세상은 ‘나 홀로’의 세계가 아니라 상의상관의 존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놓고 볼 때 이같은 복전의 씨앗을 가꾸는 일은 나만 좋아지는 게 아닙니다. 내 이웃, 우리 사회도 함께 쾌활하고 건강해집니다.

복전을 넓혀가는 일이란 이처럼 공덕을 나누어 가질 때 그 진가가 더욱 드러나는 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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