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정 산 총무원장

불기 2555년 신묘년 새해 태양이 힘차게 솟아 올랐습니다. 지난 한 해 불자 여러분 가정마다 애환이 교차하고 곡절이 많았으리라 짐작합니다. 우리는 어려움에 봉착할수록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나라가 어렵고 국민이 힘들어 할 때 불자들이 앞장 서 원력을 불어넣어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우리 민족과 동고동락의 역사를 함께 해 온 불교의 저력이자 불자의 자긍심입니다.

희망의 새해를 열기 위한 해법은 ‘서원’에 있습니다. 흔히 ‘꿈이 없는 인생은 죽음과 같다’고 말합니다.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바람이 없으면 무미건조한 삶만이 반복될 뿐입니다.

불보살은 누구나 서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원이란 ‘이런 저런 것을 하겠다’는 자기 발원에 대해 꼭 성취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말합니다. 부처님도 성불하기 전 보살행을 닦을 때 서원을 발했었습니다. 이를 ‘본원’(本願)이라고 합니다. 본원은 ‘총원’(總願)과 ‘별원’(別願)으로 구분됩니다. 총원은 모든 불보살이 공통으로 일으키는 서원으로 ‘사홍서원’이 그 대표적인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별원은 저마다 그 내용이 다릅니다.

아미타불은 48가지의 원을 세우고 있고, 약사여래는 12대원이 있으며, 보현보살은 10대 행원을 별원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별원이 불보살에 따라 다른 것은 불보살들이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가 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참화에 중생들이 고통받고 있는 시대에 사는 보살은 전쟁으로부터 중생을 보호하겠다는 서원을 발하게 되고, 굶주림과 질병이 휩쓰는 시대에 사는 보살은 중생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부터 고통받지 않게 하겠노라 발원합니다. 이렇듯 불보살이 본원을 내는 것을 발원이라 하고 그 발원을 꼭 성취하자며 다짐하는 것이 서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불자들은 무슨 내용으로 서원해야 할까요? 물론 저마다의 가정 상황과 바람에 따라 별원을 지닐 수 있습니다. 입시생을 둔 부모는 자녀의 학업성취를 별원으로 서원할 수 있겠고, 중병에 시달리는 집안은 약사여래의 감응을 서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분명히 알아둬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서원과 꿈이 다른 것은 실천행위가 뒤따르느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은 망상으로서 말 그대로 ‘꿈’에 불과합니다. 일례로 로또 한 장으로 대박을 바라는 것은 허황된 꿈이지만 비록 소자본이지만 확실한 계획과 성실한 노력으로 ‘부’를 노리는 것은 서원에 가깝습니다. 서원이 단순히 무엇을 바라는 내용의 기원과 구별되는 것은 바로 이 이유에서입니다. 다시 말해 서원은 자신의 실천행위가 담보돼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기원은 절대자의 의탁에 힘입어 가피만을 입기 바라는 기복적이자 소극적인 행위를 일컫습니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기원보다는 서원을 바람직한 신앙행위로 간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떠한 내용의 서원이든 그것을 마침내 성취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천행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 실천행이란 육바라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육바라밀은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를 말합니다. 특기할 점은 육바라밀에서 최초의 덕목으로 보시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것은 재가신자의 덕목인 보시가 출가자의 지계와 더불어 생천의 과보를 가져온다는 교설과 관계가 깊습니다. 다음으로 고난을 견디어 내는 인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불전의 본생담 중 ‘인욕선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대목이 있는데 이 얘기는 무도한 왕이 명령하는대로 손과 발을 절단 당하고 생명을 빼앗기면서도 여전히 그 고통을 이겨 낸 덕분에 훗날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것으로 서원을 이루기 위해 인욕의 선과(善果)가 얼마나 큰지를 일깨워 줍니다.

더불어 정진도 보살행의 큰 덕목으로 강조됩니다. 집념이 없으면 진척이 없게 마련입니다. 정진은 이러한 점에서 서원을 이루기 위해 간과해선 안될 실천행입니다. 다음으로 선정과 지혜는 일종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일종의 ‘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선정과 지혜가 잘 닦여져야 서원의 완성이 빛나는 것입니다.

어떠한 위기상황도 치밀한 계획을 세워 지혜롭게 실행해 나간다면 돌파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인간들의 한없는 욕심으로 빚어지는 불행에 대해서도 우리 불자들이 ‘이타의 행’으로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묘년 새해를 맞는 우리 불자들은 저마다 조그마한 서원이라도 내세워 자리이타의 활기찬 내일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가 기울인 정성과 노력의 대가는 관세음보살님의 천수천안에 축적될 것입니다. 당장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서는 안됩니다. 여러분의 정진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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