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식부재가 원인,
기존 관행적 행태 버리고
‘정교분리’원칙 바로 잡자

종교문제가 남북문제 못지않게 우리 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인이고 가까운 친지까지 포함하면 거의 모든 국민들이 종교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임을 감안하면, 종교갈등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개신교인들의 ‘사찰 무너지라’는 집단기도와 ‘땅밟기’는 불교 자체를 이 땅에서 없애버리고 싶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나타낸 상징적 사건이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그리고 드러내놓고 인정할 수는 없겠지만, 근본주의가 강한 한국 개신교인들 대부분은 정서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신교의 지나치게 무례하고 공격적인 행태는, 경계는 해야 하겠지만 일반국민의 상식과 인터넷 같은 대중소통으로 인해 저절로 걸러져 수그러들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정작 더 미묘하고 집요하게 각을 세울 종교갈등 문제는 국고지원 등 국가가 개입된 종교관련 사업이나 활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구상 유례없이 여러 종교의 세력이 대등한 한국에서 정교(政敎)분리의 헌법정신은 지속적으로 더욱 치열하게 시험대에 오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불교계가 국가정책으로 시작되어 국가브랜드로 정착되어 가는 문화사업인 ‘템플스테이’를 위한 국고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불교의 자주·자립을 위해서는 물론 전통문화의 가치판단을 사회에 넘겨준 사건으로 획기적인 진화로 평가되어 마땅하다. 전통문화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족과 개신교의 편협한 해석 등 외부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유발한 파동이기는 하나, 이런 발상의 전환을 의미 있게 부각하고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불교계 스스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통 크게 비워야 통 크게 산다. 헌법에 충실한 잣대를 지켜가는 것이 정도다. 예를 들면 동국대에서 교직원 임용 시 수계증을 요구하는 관행을 포기하고, 부처님오신날 공휴일을 반납하면서 동시에 크리스마스도 공휴일에서 제외시키자고 파격적인 제안을 하면 어떨까. 사회대통합을 위해 백지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불교계가 손해볼 일도 없다.

또 기왕에 ‘권력으로부터의 탈출’ 방침을 정했으면 소기의 성과를 낼 때까지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불교인들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계종이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해 호기롭게 정부여당과 접촉금지령까지 내렸지만, 혹시 속 좁은 불교계의 과잉반응으로 비쳐지지는 않을지 민망하기도 하고 종단이 그 긴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느리지만 떳떳하고 당당한 행보만이 불자들을 단합시키고 불교를 자랑스럽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민족문화라는 이름으로 불교계가 국가예산을 직접 챙기려는 유혹도 뿌리쳐야 한다. 전통문화에 대한 판단은 정부가 주관하여 국내외 전문가에게 맡기되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불교계가 아무리 민족문화라고 외쳐도 국민이 가슴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미 불교문화유산일 뿐 민족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사라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더구나 불교와 관련된 사업이면 기독교에서 일단 의심하는 데다 정부마저 명확한 기준 없이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고 하는 풍토에서는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파동이 불교계로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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