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은 매실의 소박한 법문
《보름날 전 일은 묻지 않겠다》
도영 스님/도서출판 호미/348면/13,000원

조계종 포교원장을 지낸 도영 스님의 법문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나왔다.

당나라 때의 운문 스님이 대중들에게 “보름날 전 일은 묻지 않겠지만 보름날 뒤의 일은 어떠한가” 하고 물었습니다. 대중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날마다 좋은 날이다(日日是好日)”라고 스스로 답했습니다.…운문 스님은 보름날 법문에서 그날 이전은 이미 지나갔으니 물어 볼 필요가 없고, 보름날인 그날부터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물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늘을 잘 살면 내일과 모레도 마땅히 잘 살 것이요, 그 뒤로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을 내리고 있습니다. -본문 中

도영 스님이 들려주는 법문은 소박하고 간결하다. 속랍 일흔, 법랍 쉰에 이른 노스님의 오랜 수행 경륜과 삶에서 우러나온 진리 또한 복잡하지 않고 꾸밈이 없다. 깨달음을 촉구하는 사자후나 어렵고 복잡한 교학 해설 보다는 ‘불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애써야 할 바’를 자비로운 법문에 담는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삶이 고단하고 복잡한 현대인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노승의 소박한 지혜에는 그만한 진정성이 담겨있다.

이 책은 불교의 가르침과 사상의 숲을 마음 가는 대로 산책하듯 이끌어 준다. 때로는 경전의 게송을 풀어주고, 때로는 선사들의 일화를 되새기고, 때로는 경험담을 펼치며 진리를 밝히는 스님의 불교산책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영 스님은 1960년 모악산 금산사로 출가해 1970년 비구계를 수지, 금산사에 주석하다 전북불교회관, 대전 계족산 죽림정사를 설립하고 2001년 조계종 포교원장에 취임해 군포교와 포교원 개혁에 힘썼다. 현재 완주 송광사에 주석하며 장애인 복지활동과 불교장학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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