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가치는 과학적
증명이나 강요 아닌
가르침 실천으로 구현돼야

새로 출간한 《거대한 설계(Great Design)》라는 책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는 우주를 창조한 대폭발 빅뱅은 “신의 손이 아니라 중력과 같은 물리적 법칙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우주 생성 이론에 신이 차지할 자리는 없다”고 단언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우주물리학은 잘 몰라도 사람들은 그러한 결론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린다. 과학의 시대에 당연한 일이라고 머리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종교의 근거를 뒤흔드는 발언이라고 격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쟁은 이미 오래 전에 해결의 방향이 정해졌고 근대 철학에서 결론이 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옛날에 이미 부처님은 우주는 영원한가 영원하지 않은가, 우주적 정신이 있는가 없는가, 또는 죽은 후에 세계가 있느냐 없느냐와 같은 형이상학적 문제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희론(戱論), 즉 아무 뜻도 이익도 없는 희롱하는 말이라 설파하셨다. 그런 시비는 인간의 고통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못 되고 방해만 될 뿐이라는 것이다. 불교에서 우주 만물은 누가 창조한 것이 아니라 연기(緣起)에 의해 생성 변화하는 것이고 각자의 운명은 스스로가 지은 업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서양 중세에 기독교 교부(敎父) 철학자들은 신의 존재 여부를 가지고 끝없는 논쟁을 벌였는데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신의 존재에 관한 이성적 증명이 불가능함을 분명하게 정리한 사람은 근대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였다.

칸트는 신이 있느냐 없느냐 또는 이 세상이 영원한가 아닌가 하는 형이상학적인 물음들은 순수 이성(理性)을 통해서는 증명할 수 없다는 분명한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런 문제는 그렇다고 주장하면 필연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반대 명제가 나오며 어느 주장이 옳은지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의 존재 여부를 증명하는 길을 실천이성에서 찾았다. 신이 있느냐 없느냐,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들은 순수 이성의 머리로는 아무리 궁리해도 답이 안 나온다. 그러니 신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신의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칸트에 이르러서야 부처님의 말씀과 비슷한 결론을 낸 것이다.

우주물리학은 경험과학이다. 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존재라고 정의내리고 있기 때문에 경험과학을 통해 신을 증명할 길은 아무데도 없어 보인다. 스티븐 호킹은 그것을 다시 확인해주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신은 존재한다” 라는 진술(statement)은 경험으로 증명할 길이 없으므로 과학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과학을 동원하여 이를 증명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술 역시 경험으로 증명할 길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자기 자신과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무엇을 생각하고 행하느냐에 있다고 본다.

유신론자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길은 과학의 증명을 통해서나 믿음을 강요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믿는 신의 사랑을 성실히 실천하여 자기 자신과 세상 사람들에게 신의 존재를 느끼도록 하는 일이라고 본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려면 자연계에서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과의 법칙이 예지계(睿智界, 인간의 행위 세계)에도 적용됨을 믿고 인간들 간의 우애와 협력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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