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0 남아공 월드컵 열기는 대한민국이 8강전의 길목에서 아쉽게 패배한 이후 점차 식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목이 쉬어라 대한민국의 승리를 염원한 국민들의 거리응원은 외국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세계적인 스포츠 명품문화로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세계 브랜드로 우뚝 선 우리의 응원문화가 결승전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이제 7월입니다. 불볕 더위가 시작되면 곧 휴가철입니다. 이미 여름 휴가계획을 세워놓은 이도 있을 것입니다. 먹을거리도 얼음이 동동 떠있는 시원한 음식에 눈이 먼저 가게 되고, 몸도 더위를 피해 심산계곡과 바다로 향할 것입니다. 자칫 방심하기 쉬운 때입니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움직인다는 것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합니다. 사람의 변화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현재보다 나아지려는 움직임, 다시말해 사회적 지위와 보다 나은 경제적 상황을 쥐려고 하는 목표의식에서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입니다. 이를 노력이라고 표현해도 좋습니다.

이번에 우리 월드컵 태극전사들이 본래 목표했던 16강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피나는 노력과 끈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불교는 이같은 노력주의를 지향하는 종교입니다. 운명이 인간생활의 전체를 지배한다고 하는 사상은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무력한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에 반해 불교는 노력을 통해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초기불교의 사상은 이를 잘 나타내 줍니다. 여러분이 삼귀의를 수지하게 되면 바로 실천해야 하는 덕목이 팔정도입니다. 팔정도는 고뇌의 초극을 실현하기 위해 제시한 ‘바른 실천행위’로서 이 가운데 하나가 정정진(正精進)인 바, 바른 노력을 통해 온갖 장애에 맞서 성취해 나가라는 주문이기도 합니다.

조선조때 퇴계 이황과 더불어 도학의 거봉으로 불렸던 남명 조식(1501~1572)이란 분이 있었습니다. 평생을 초야에 묻혀 엄격한 수양으로 자신을 다듬었고 우뚝한 기상으로 후학을 길렀던 분입니다. 그는 열여덟살 때 물 한 그릇을 두손으로 받쳐들고 밤새도록 서있으면서 미동도 하지 않은 적도 있다 하니 굳은 의지를 연마하던 그의 품성이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특히 그는 ‘성성자(惺惺子)’라 일컫는 방울을 항상 허리에 차고 ‘경의도(敬義刀)’라는 칼을 턱 앞에 받쳐 두어,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경의 수양에 시종일관 매진하였다고 전해집니다. 남명은 말년에 자신이 수양하는데 쓰던 방과 칼, 성성자 등을 모두 제자들에게 전하여 줌으로써 전심의 징표로도 삼았습니다. 노력은 도로(徒勞)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즉, 헛된 힘이나 쓰는 꼴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분명한 목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중도에 힘에 부쳐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됩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불퇴전의 각오를 중요시 여깁니다. 물러섬이 없는, 굳센 정진력을 강조합니다. 우리 국민은 한 때 국민소득 1만불 시대를 열기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났고, 휴일도 없이 일에 중독된 것 마냥 앞만 보고 일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경제적 부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물질적 풍요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며 오히려 정신적 행복과 가치를 간과한 측면과 그 부작용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로 힘을 합쳐 노력한 공과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요즈음 남미의 콜롬비아가 ‘근면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콜롬비아는 변변한 자원이 없어 1945년까지 1천달러 대의 소득에 불과했던 나라입니다.

여자들은 인근 국가의 가정부로 돈을 벌러 나갔고, 남자들은 1960년대부터 계속된 내전에 의해 숱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시련은 사회 전체에 ‘일해야 산다’는 생각을 뿌리내리게 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콜롬비아 정부와 국민은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점심시간을 줄였습니다. 정부의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살인과 폭력이 난무해 경찰이 들어가지도 못했던 빈민촌에 800만달러의 도서관을 짓고 교육예산에 20%이상 투자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분과 나이를 불문하고 미래시대에로의 도약을 꿈꾸는 콜롬비아인들의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를 연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늘 추슬러 한시라도 나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노력은 ‘내일의 나’를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도산 종의회의장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