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독창적 문화, 불교서 기인”

“한자와 불교는 ‘동아시아’를 하나로 묶어내는 접착제와 같습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동아시아에 불교가 전해진 게 아니라 불교가 전해지면서 ‘동아시아’라는 문화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한자와 유교 등 공통요소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도 불교 전파에 의한 것이죠.”

《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불광출판사, 1만5,000원)의 저자 석길암 씨가 말하는 ‘동아시아 불교문화 네트워크’의 탄생 배경이다.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가 선정하는 금강인문총서 시리즈 두 번째 권이기도 한 이 책은 불교적 시각으로 동아시아의 역사를 바라본 인문에세이다.

저자는 “불교의 전파는 인도와 중국이란 이질적 문화의 만남이자 융화의 과정이며, 새로운 문화창조의 과정”이라 말한다. “동아시아의 독창적인 문화현상, 즉 선종·성리학·인쇄술·다양한 보살신앙 등이 모두 불교와 동아시아의 만남에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인쇄술 발달은 불경(佛經) 간행으로 촉발됐다고 설명한다. 그 근거로 《금강경》의 사경(寫經) 공덕을 언급하면서 세계 최고(最古)의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함께 중국의 《묘법연화경》, 일본의 《백만탐다라니》를 소개한다.

이밖에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후 처음 적용해 편찬한 책이 왜 불교문헌일수밖에 없는지, 고려시대까지 발달하던 인쇄문화와 차(茶)문화가 조선에 이르러 쇠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 기존의 역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불교의 전파와 더불어 형성되고 확산된 동아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한국불교연구원 전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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