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소리를 전승하는 사람들

《신라의 소리 영남범패》
김용환·윤소희/정우서적/367면/15,000원

우리나라 범패의 원류는 어디일까? 사람들은 흔히 서울 경제범패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남범패는 신라시대부터 쌍계사에서 시작해 정확한 사료도, 음성 기록도 변변치 않은 채로 면면히 그 맥을 이어왔다.

영산재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긴 했지만 그를 구성하는 범패와 춤 등의 불교예술에 대해서는 연구 정도가 상당히 미진하다. 범패의 경우 서울 봉원사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범패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그 외 지역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

난생 처음 범패강의를 듣고 나선 그 소리에 취한 김용환과 불교음악에 조예가 깊은 윤소희 씨가 엮고 지은 이 책은 16분의 스님으로부터 1년여의 대담과 녹취를 통해 점점 사라져가는 범패소리와 한국불교문화에 대해 얘기한다.

영남은 호남에 비해 판소리, 산조와 같은 분야에서는 소리의 역량이 빈약하지만 불교음악만은 예외다. 특히 영남범패에는 개성이 뚜렷하고 사람의 목소리처럼 고유한 특색을 가진다. 서울과 호남의 범패가 여성적인 특징을 가진다면, 영남의 범패는 저음으로 발성하는 남성적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올곧게 자신만의 색깔을 지켜온 경상도 사람들의 근성을 조선시대 이중환의 ‘설중청송(雪中靑松·흰 눈 가운데 푸른 솔)’에 비교해 각 지역마다 독자적으로 지켜온 소리의 맥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영남스님들의 소리를 부산·김해지역의 통범소리, 마산·창원지역의 불모산 소리, 청도·밀양지역의 팔공산 소리, 남해안과 고성·통영지역의 통고 소리로 분류했다. 특히 소리를 배우는 과정은 의례와 의식을 행하는 염불과 함께 이뤄지는데 현재 우리의 의례와 예전의 의례는 그 절차에 차이가 있어 스님들의 대담에서는 의례절차에 대한 얘기들도 많이 거론된다.

큰스님의 청명한 소리에 끌려 출가해 범패를 배우게 된 스님, 재를 지내는 냥 헛재를 하며 소리를 늘린 스님, 부지깽이를 두드려가며 소리 연습을 한 스님. 책에 담긴 16분 스님들의 이야기 속에는 영남소리를 배우기 위한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본불교가 들어오면서 재 의식이 금지되자 각 지역마다 보존회나 전승회를 만들어 소리의 맥을 이어가려 했던 스님들의 이야기에서는 한국 근현대 불교사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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