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불은 나를 존엄케 하는 길입니다.

“부처님의 인격은 천의무봉의 큰 허공과 같아 어떤 변화에도 흔들림없어 일점 흔적이 없고, 모든 것을 섭수하는 바다와 같아 일천강물이 흘러 합류해도 부증불감이 없다. 부처님은 우주의 전체이며, 만상은 그의 분상이다. 부처님의 자비와 사자후는 중생의 지위를 높이고 선근을 길이 길러주며, 파사현정의 칼날이 되어 삼독심과 오욕을 능히 끊어준다. 과연 천중천(天中天)에 안주하시는 성중성(聖中聖)이시니 우러러 보면 볼수록 더욱 높고,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욱 깊다.”

어느 원로학자가 부처님을 찬하는 한문 위주의 글을 현대 어법에 맞게 나름대로 풀어 정리한 구절입니다. 감동의 울림은 작다 할 것이나 말그대로 부처님을 찬탄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부족함 또한 없습니다.
오늘은 불기 2554년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불자라면 누구나 참된 마음으로 부처님을 공양하고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온누리에 가득해 세계평화와 만중생이 행복하길 기원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밝히는 봉축연등이 다른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소외된 이웃의 고통을 해소하는데 일조하길 기대합니다.

〈수행본기경〉 ‘강신품’에 의하면 부처님은 이 땅에 오실 때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도다. 삼계가 모두 고통에 헤매이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고 하셨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들은 물질과 문명의 발달을 하루가 다르게 거듭하면서 소외대상계층을 폭넓게 양산하고 있는 특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질로부터의 소외, 계급으로부터의 소외, 인간관계로부터의 소외, 지식으로부터의 소외, 가족관계로부터의 소외, 전자문화로부터의 소외 등 소외도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같은 일체의 소외를 해소하여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고 편안케 하기 위해 오신 부처님의 위대함은 높이 찬탄받아 마땅합니다. 올해도 불교계의 각 종단과 제반 단체들은 봉축기간을 통해 갖가지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축제분위기를 더욱 돋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처님을 찬탄하면서 많은 것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가 찬탄하는 부처님에게 무엇을 얻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거기에 역설이 있다는 것을 금방 눈치 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금강경이든 아미타경이든 천수경이든 화엄경이든 모든 경전은 부처님을 찬탄하는 내용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찬탄하고 행위를 찬탄하며 우리의 이끌어주심을 찬탄합니다. 그 내용을 찬탄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우리도 부처님을 닮고자 의지를 불태우게 됩니다. 나약한 마음을 다잡고자 합니다. 방일한 마음을 경계하게 됩니다. 한순간 삐뚤어진 마음을 책망하게 됩니다. 추락의 위험에 처해있는 우리의 미망을 깨우쳐 품격을 곧추세워 줍니다.
다시말해 불성을 지닌 우리의 존재를 가피해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찬불은 곧 우리를 존엄케 해준다는 말입니다.
저 옛날 묘색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백성들을 잘 보호해 보살피니 생활은 풍성하고 즐거움이 넘쳐났습니다. 왕은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재물로만 백성들에게 베풀 뿐이다. 이제 진실한 법의 재물을 구해 백성을 모두 해탈케 하리라.”
이때 제석천이 그를 시험하기 위해 야차의 모습으로 변하여 궁문에 와서 말하였습니다.
“누가 법을 듣고자 하는가? 내가 그를 위해 설하리라.”
왕은 기뻐하여 몸소 나아가 그를 맞이하고 대신들을 모아 법을 듣고자 하였습니다.
그때 야차가 왕에게 말했습니다.
“법을 배우기란 어려운 일이니 어찌 그것을 거저 들으려 하는가?”
왕이 대답하였습니다.
“필요한 것은 모두 들어주리라.”
그러자 야차는 대왕의 처자를 내게 주어 먹게 하면 법을 설하겠노라 하였습니다.
묘색왕은 사랑하는 부인과 아들을 야차에게 공양했습니다. 법을 구하겠다는 일념이 사랑을 잃는 고통보다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두가 왕을 말렸지만 왕의 결심을 돌리지는 못했습니다. 야차는 부인과 태자를 먹고 나서 게송을 읊었습니다.
‘모든 현상은 덧없는 것이어서/태어나는 것은 모두 다 괴로운 것/다섯 쌓임 텅 비어 바탕없으니/나도 없고 내 것도 없네.
이 게송을 들은 왕은 매우 기뻐하며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그것을 베껴서 나라 안에 돌리고, 모두 외워 익히게 하였습니다. 그때 제석천이 본래의 형상으로 돌아와 장하고 놀랍다고 칭송하였습니다. 부인과 태자는 본래처럼 살아 있었습니다.

〈현우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입니다. 만백성의 더 큰 구원을 위해 법을 구하고자 기꺼이 희생을 감내하는 광경은 찬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을 한없이 찬탄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 스스로를 더욱 높이는 지존의 실천행위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태종 도산 종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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