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 한 교구 본사 주지의 행태가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물론 주지 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사실을 과장했거나 악의적인 비방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미 검찰의 내사가 끝나고 한밤중의 압수 수색까지 벌어진 공주 마곡사 사태는 그 진실 게임에 앞서 불자들의 체면을 심히 손상시켰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까지 흘러나온 이야기들 중에는 금전살포 · 여자 문제등 차마 듣기조차 민망스러운 추태들이 없지 않다.

사실 여부를 떠나 수행자의 신변에서 이런 추문이 흘러나온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판국에서 율장대로의 청정한 지계(持戒) 요구는 사치스러운 주문이다. 다만 범속의 윤리만이라도 지켜달라는 애절한 요구를 할 뿐이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야간 압수 수색을 ‘탄압'이라고 규탄한다. 압수 수색이라는 한 단면만을 놓고 보면 백번 지당한 주장이고 항의다. 그러나 그 전후의 맥락을 보면 엄중한 자기 반성이 절실히 요망된다.

만인에 회자되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이 있다. 검찰의 심증을 100% 부정할 수만도 없지 않은가. 세속 사법 기관이 종교 관련 사건을 다룰 때 ‘신중'을 기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의 상식이다.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지만 사법 당국의 압수 수색을 10 · 27 법난과 같은 무도한 종교 탄압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각성하는 자세로 승단윤리를 점검하고 청정한 본래면목을 찾고자 노력하는 게 종교의 겸허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이 기회에 해이해진 승단 윤리를 바로 세운다면 마곡사 사건은 전화위복이 될 수 있고 뒷날 하나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