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도산 종의회의장

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만물이 활개치는 봄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면 개별꽃, 산자고, 양지꽃, 개나리 등이 저마다 자태를 뽐낼 것입니다.

인간들도 꽃의 아름다움을 닮고자 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문제는 꽃의 우아함과 자태가 아니라 외모에만 치중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외모 지상주의가 젊은이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유명 연예인의 옷과 머리 모양 등을 따라 자신들의 외모 가꾸기가 유행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 부터의 일입니다.
외모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은 기성세대와 달리 다른 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른 바 ‘루키즘(lookism)’이 그것인 바, 외모가 개인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는 사상입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13~43세 여성의 68%가 “외모가 인생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으며 78%가 “외모가꾸기는 생활의 필수요소”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외모가꾸기에 하루 평균 53분을 투자하고 있으며 하루 8.3회 거울을 본다는 것입니다. 특히 35~43세 여성 중 절반 이상이 외모를 ‘부와 사회적 지위를 평가하는 기준의 절대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예뻐지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갖는 욕구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는 예뻐지고 싶은 욕심으로 다이어트와 관련된 약이 남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식욕억제제 등의 사용이 세계 2~3위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왜 이처럼 외모를 중시하는 문화가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일까요? 사회적 요인도 무조건 무시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인사담당자 94%가 신규직원 채용시 ‘외모를 고려하겠다’고 응답한 것을 놓고 보더라도 외형을 가꾸려는 이들을 무조건 탓할 일은 아닌 것입니다. 여기에는 상업적 속셈과 신문과 방송 등 대중매체의 부추김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외모를 통한 성 상품화와 말초적 관심사를 확대 재생산하여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기업과 대중매체의 합작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한 마디로 돈이 된다면 얼마든지 젊은이들의 영혼마저 팔 수 있다는 값싼 계산법이 작용했던 것입니다.

불교의 출가수행자는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어야 합니다. 이를 삭발염의(削髮染衣)라고 합니다. 이러한 율문에 있어서 외모를 가꿀 겨를과 여지란 없습니다.

머리를 깎는 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다른 종교의 출가수행자와 모습을 다르게 하기 위함이요, 또 하나는 세속적 번뇌를 단절하기 위함입니다. 삭발은 다른 말로 체발(剃髮) 또는 낙발(落髮)이라고도 합니다. 낙발은 세속적 번뇌의 소산인 일체의 장식을 떨쳐버린다는 의미에서 낙식(落飾)이라고도 부릅니다. 또 하나 출가수행자에게 있어서 머리를 무명초(無明草)라고도 부르는데 출가인이 머리모양에 연연하는 것은 출가의지를 흐리게 하고 무명을 증장시킨다 하여 이렇게 명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삭발과 외모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앞서도 말했지만 외모가꾸기에 하루 평균 53분을 투자하는게 현대인이라면 쉽게 말해 1시간 정도를 외모 장식에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출가자는 그럴 시간에 자신보다는 이웃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시로 삭발을 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또 하나는 통계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외모를 가꾸기 위해 투자되는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각종 화장품과 머리 손질하는데 들어가는 기구를 구입하려면 꽤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출가자는 그런 돈이 없습니다. 설사 그런 돈이 있다 한들 중생에게 베풀 일이지 자기 외양을 꾸미기 위해 쓰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겉모양을 가꾸는 일을 경계합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치장도 결국엔 번뇌에 해당하며 자신을 속박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짓의 삶을 경계하는 불교로서는 번뇌와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나 도심(道心)으로 살기를 염원합니다.

비록 인위적 힘을 빌려 외양을 가꾸지 않더라도 수행이 수승한 이는 눈빛이 형형하며 남들이 범접키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수행이 잘된 스님들은 삭발염의의 모습이지만 거기에서 남다른 자태가 숨어있고 우리의 거짓된 삶을 질책하는 가르침을 남기는 것입니다.

달마대사가 풍기는 품격이 바로 이와 같은 것입니다. 용모가 아무리 추하다 하더라도 마음 씀씀이가, 다시 말해 도력이 어느 경계 이상이라면 용모에 앞서 품격의 향기가 더 진동하게 됩니다. 실제로 여러분들이 늘 따스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해 보십시오. 그리할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얼굴이 달라졌다고 부러워하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마음이 외모를 가꾸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은 외모가꾸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가꾸기로 성취된다는 점을 알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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