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봉 스님 《종정 열전》 펴내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조계종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종정을 역임했던 스님 22명의 삶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한국불교사를 정리한 책이 나왔다. 《친일불교론》을 통해 한국불교에 친일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임혜봉 스님의 《종정 열전》(1, 2권. 문화문고 刊)이 그것.

1999년 혜봉 스님(62·사진)이 펴냈던 《그 누가 큰 꿈을 깨었나》,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처럼》의 내용을 전면 수정 보완한 개정판으로, 특히 서옹·서암·월하·혜암 스님에 대한 내용은 완전히 새롭게 썼다. 초판과 달리 100컷에 달하는 사진자료를 실어 현장감을 높였으며, 초판 출간 후 새롭게 밝혀진 사실과 잘못된 부분도 수정 보완했다.

책은 1권-일제시대 조선불교계의 종정과 2권-광복 후 전통 승단의 종정으로 나눠져 있다. 소개된 22명의 종정에는 초대 종단 원종의 종정을 지낸 회광 스님을 비롯해 만공·한암·성철 스님은 물론 현 종정 법전 스님까지도 포함돼 있다. “20여 년 전 집필 계획을 세웠다”는 혜봉 스님은 “종정 스님들의 수많은 산문·법어집·자료집을 섭렵하고 현지조사를 통해 자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혜봉 스님은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은 1962년 통합종단 이후의 종정만 인정하고 있는데 1954년 정화운동 이후 만암 스님부터 인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한국불교의 굴곡과 맞물려 종정 스님의 역할 변화를 알 수 있었다”고 집필 소회를 피력했다.

종정 스님 사후에 문도들이 발간한 행장이나 문집의 경우, 스님을 미화해왔던 게 사실. 이에 비해 《종정 열전》은 종정 스님의 친일 행적은 물론 개인의 치부까지도 낱낱이 기록하고 있어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혜봉 스님은 동일한 이유로 일부 사찰에서 사진 자료를 협조 받을 때는 곤란을 겪기도 했다고 애로를 털어놨다.

가장 존경할만한 종정 스님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스님은 “종정 스님이 종무행정에 관여했을 때에는 구설이나 문제가 야기됐다”면서 “종정 취임식조차 불참했던 성철 스님의 경우처럼 국민과 불자들의 정신적인 스승의 역할을 하는 스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종정이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혜봉 스님은 경기도 이천 부석암에서 한거하며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저서로 《친일불교론》, 《불교사 100장면》, 《친일승려 108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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