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 대신 불국토 서원한 왕”

“아소까 왕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쟁을 완전히 포기하고, 백성들을 위해 복지활동과 자선활동을 펼친 초기불교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입니다.”

지난해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을 펴낸 바 있는 일아 스님이 이번에는 《아소까-각문과 역사적 연구》(민족사, 2만5,000원)를 펴냈다. 일아 스님은 아소까왕을 “부처님의 가르침만이 전쟁 없는 평화로운 이상세계를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담마정책을 실현한 따뜻한 인격의 소유자”라고 평했다.

사실 아소까 왕은 빠알리 경전과 함께 대승불교권인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조명 받지 못한 인물. 이런 이유로 관련 연구도 미흡했다. 그러나 일아 스님은 “중국의 여느 선사보다도 추앙해야할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아소까 왕이 아니었다면 불교는 인도의 한 지방종교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란 게 스님의 주장이다. 스님은 이에 대한 근거로 △부처님과 승단에 대한 공경 △불법에 대한 깊은 이해과 실천 △복지 및 자선활동 △수많은 불탑과 승원의 불사 △인도 및 주변국으로의 불교 전파 등을 꼽는다.

일아 스님은 “아소까의 여러 업적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담마에 의한 정복, 즉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에 둔 자선활동을 꼽을 수 있다”며 “아소까는 8년간에 걸친 깔링가 전쟁의 참상을 겪은 후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이후 이같이 담마사절단을 세계 각지로 보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소까의 이 같은 정치·행정·외교적 업적은 그가 인도와 주변국 곳곳에 남긴 바위와 돌기둥 각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일아 스님은 “아소까 각문은 정치인, 행정가 등 지도자들의 필독서로 그 안에는 종교 갈등의 해법, 정치인과 공직자가 어떻게 부패에 물들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총 9장으로 나눠진 이 책은 각문과 아소까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아소까와 불교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학술서 답게 주석도 상세히 달려있다. 부록에는 △각문 내용 주제별 분류 △낮선 고유명사 본문 찾아보기 △각문 발견 위치(지도1) △담마사절단 파견지역(지도2) 등이 실려 있다.

일아 스님은 수녀 출신의 비구니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여대를 졸업하고, 가톨릭 신학원을 나와 여자중학교 수녀교사로 재직하던 중 법정 스님의 책을 통해 불교에 심취했다. 이후 석남사에서 법희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후 운문승가대학을 졸업했다. 다시 미국 New York Stony Brook 주립대 종교학과를 졸업, University of the West 대학원에서 ‘빠알리 경전 속에 나타난 부처님의 자비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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