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를 통한 국제교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 영광사(靈光寺)에 한국차문화관이 문을 연데 이어 11월에는 중국 푸젠(福建)의 자국사(資國寺)에서 제4차 세계선차문화교류대회가 열렸다.

베이징의 한국차문화관은 한국의 천태종이 주도하여 세워졌으나 이미 영광사에는 중국차문화관과 일본차문화관이 세워진 바 있기 때문에 한ㆍ중ㆍ일 세 나라 차문화 교류라는 목적에 따라 순차적으로 세워진 것이라 하겠다. 또 푸젠의 세계선차문화교류대회는 푸젠성 지방정부와 자국사가 주최하지만 한국의 《차의 세계》 등과 공동주최로 열리는 것이고 이미 허베이의 백림선사, 대만의 불광산사 등에서 매년 돌아가며 개최되고 있기 때문에 차를 통한 국제교류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차를 매개로 한 한ㆍ중ㆍ일 세 나라의 문화교류는 차를 마시는 문화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차를 포함하는 불교문화의 전달ㆍ교류라는 측면에서 이미 오랜 역사연원을 갖고 있다. 선덕여왕 때에 이미 신라인들은 차를 마시고 있었고, 가락국의 김수로왕비 허황옥이 차를 들여왔다는 이야기까지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차 생활은 2,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조선왕조에 들어와 차 생산과 차 생활이 급격히 쇠퇴, 근세 500년간은 차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올 지경이었다가 초의 선사 등에 의해 차생활이 재건돼 지금은 약 500만 명의 차 인구를 자랑하는 발전을 이룩한 것이 대견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 우리의 차 역사와 차 생활의 현실은 생산량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차의 나라 중국이나 차 선진국 일본에 비하면 보잘 것이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차문화 역사에서 이룩한 한국의 업적은 그렇게 작다고만 할 수는 없다. 차는 신농에서부터 발전하여 당나라 때 다성(茶聖)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으로 체계화되고 교연(皎然)이 ‘다도(茶道)’를 처음 거론하였으며, 선종사찰에서 차를 수행의 일부로 수용하는 데까지 발전하였다.

‘禪茶之法’ 제창 선구자
신라 무상 선사 연구로
한국 차 문화 가치 높여야


조주의 ‘끽다거’와 마조의 ‘평상심시도’라는 경지가 ‘다선일미(茶禪一味)’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송나라 때 원오극근 선사가 ‘다선일미’를 차어로 바꾸고 이를 일본 승려 에이사이(榮西)가 《벽암록》과 함께 일본에 가져 오면서 일본 다도의 정신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렇게 차를 마시는 생활과 차를 수행과 정신세계의 성취로까지 극대화한 차문화는 분명 중국과 일본에서 주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 건너가 정중종(淨衆宗)을 일으키고 마조의 직계스승으로 인정받고 있는 신라의 무상(無相) 선사가 ‘선다지법(禪茶之法)’을 제창한 선구자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근래 선차를 이야기할 때 무상 선사가 거론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 되고 있다. 연구ㆍ개발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한국 차문화의 가치를 더욱 선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뿐더러 최근 세계선차문화교류대회를 중국에서 매년 열고 있는 것도 기실은 그런 한국 차인들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차의 최대생산국이며 수출국인 중국이 차의 국제교류를 통해 차의 종주국으로 인정받고 중국차를 홍보하는 실질적인 이익을 얻고자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으리란 점은 명심해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