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18일, 정법불교 모색 야단법석서
무비ㆍ혜국ㆍ향봉ㆍ도법 스님 등 ‘질타’

▲ 8월 14일부터 5일간 지리산 실상사작은학교에서 열리고 있는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 현장. 8월 16일 오전 열린 제4법석 모습.                 <지리산=최동진 기자>

간화선(看話禪) 제일주의ㆍ사찰의 폐쇄적인 인적구조를 비롯해 수행과 삶의 ‘괴리’, 수많은 불상을 봉안하는 잘못된 불사(佛事)행태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뼈아픈 자기반성이 제기됐다. 심지어 소의경전에 대한 논란도 나왔다.

‘민족성지 지리산을 위한 불교연대 준비위원회’가 8월 14일부터 5일간 실상사 작은학교에서 개최한 ‘정법불교를 모색하는 지리산 야단법석’에서 법주로 나선 무비ㆍ혜국ㆍ향봉ㆍ도법 스님 등은 한국불교가 직면한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강도 높은 변혁을 촉구했다.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혜국 스님은 17일 오후 열린 제7법석에서 현대 선 수행자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스님은 ‘간화선 제일주의라는 지적에 대하여’란 제하의 발제문에서 “갈수록 개인주의가 만연되면서, 선원 역시 공심이 적어지고 자비와 발심이 모자란 게 사실”이라며 “그 결과 지금은 존경받는 수행자상이 아니고 깨닫기만 하면 된다는 지극히 결과론적인 삶으로 변해가고 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헛되이 보내는, 과정을 중요시하지 않는 삶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혜국 스님은 이어 ‘교외별전 불립문자(敎外別傳 不立文字)라 해 격외도리(格外道理)를 절대시하고 백장청규 정신이 생활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불립문자란 교를 무조건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가르침을 객체화ㆍ지식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만 지금은 많이 왜곡돼 있다”고 답했다. 또 “백장청규 정신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너 나 할 것 없이 쉽고 편한 쪽으로 길들여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탄식했다.

14일부터 16일까지 4차례 법석을 연 무비 스님(움직이는선원 조실)은 조계종의 소의경전(所依經典)과 신행행태에 대해 질책했다. 무비 스님은 발제문에서 “금강경은 대승불교가 완전하게 발달하기 이전 초기대승불교에 해당하는 경전으로, 완전한 불교ㆍ이상적인 불교를 표현하는 데는 부족하다”면서 “금강경을 이상적인 불교ㆍ완전한 불교의 소의경전으로 삼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금강경에서 대승의 보살정신과 예토의 정토화에 대한 내용이 극히 미비하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스님은 “완전한 경전을 꼽으라면 공성과 전법에 대한 원력, 중생구제를 위한 품이 있는 법화경을 꼽고 싶다”면서도 “굳이 한권을 소의경전으로 삼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누가 묻는다면 대승경전과 선감어록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비 스님은 최근 불사 및 신행행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무릇 모양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凡所有相 皆是虛妄)’이라는 금강경 구절을 인용한 스님은 “불상 조성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금강경 가르침과 거리가 멀다. 요즘은 법당을 크게 짓고 천불ㆍ만불을 모시는데, 이는 법당이 아니라 불상창고일 뿐”이라고 질타하고 “심지어 불상도 아닌 바위에 이름을 붙이고 수행처를 만드는 것은 부처님 말씀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방편불교가 난무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처참한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제6법석 법주 향봉 스님은 발제문 ‘자유를 위해, 행복을 위해’에서 사찰의 폐쇄적인 인적구성을 지적했다. 스님은 총림사찰과 대학을 비교해 “그 대학 출신이 아니면 교수도, 이사도, 학장이나 원장, 총장도 할 수 없다면, 그 학교의 미래는 어찌 되겠는가”라며 “인재를 양성하는 선불장(選佛場)인 총림에 출신 승려가 아니면 주지나 방장이 될 수 없는 폐쇄적이고 지극히 배타적인 못된 병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 방장과 조실의 법어를 글솜씨 좋은 스님이 대필해주는 현실을 '가짜들의 천국'이라고 비꼬았다.

향봉 스님은 선원의 정진방법에 대해서도 “좌선의 뿌리가 너무 깊게 박혀 있다. 좌불만을 신앙의 대상으로 섬기다 보면 어느 사이 의식도 앉은뱅이화 된다”며 “관념의 벽, 도식화된 틀을 과감하게 깨고 앉아있는 선원에서 움직이는 선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법 스님은 마지막날인 18일 오전 ‘본래 부처와 팔정도-수행과 삶이 통일되는 수행론’을 주제로 제8법석을 연다.

지리산불교연대에는 화엄사ㆍ쌍계사ㆍ대원사ㆍ벽송사ㆍ실상사 등 지리산 인근에 위치한 5개 사찰이 참여하고 있으며, ‘21세기 한국 사회와 불교계를 점검 및 대안 모색’을 취지로 하고 있다. 올해 동안거(음력 10월 15일~1월 15일) 기간에 맞춰 ‘움직이는 선원’을 열고 지리산 일원 800리를 침묵하며 걷는 행선(行禪) 및 대화ㆍ토론의 탁마수행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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