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평창 대흥사 여름불교학교 현장

평소에 한적하던 한 시골 사찰이 유난히 떠들썩하다. 아이들이 여기저기 소리를 질러가며 뛰어다니는데도 말리는 어른이 없다. 7월 11일, ‘천태종 대흥사 여름불교학교’가 시작됐다. 대흥사를 가득 메운 여주 성주사, 대전 삼문사, 홍천 강룡사 등 3개 사찰에서 약 90여 명의 어린이들이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

평창 대흥사에는 파라솔과 벤치까지 갖춘 수영장이 있다. 수영장 입구에는 모래사장 대신 깨끗한 자갈이 펼쳐져 있다. 사찰 내 수영장은 대흥사가 유일하다.

“천태종은 다같은 가족이니 배려와 양보를 실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주지 인산 스님 말처럼 아이들은 소속 사찰을 가리지 않고 삼삼오오 짝지어 발리볼을 하거나, 스님이 준비해 놓은 바나나 보트에 올라타고 물속으로 빠지기를 반복한다.

“이게 지하수라서 먹어도 돼요. 깨끗한 물이거든요. 다만 한 가지, 오래 놀면 춥다는거죠.(웃음) 물속에서 놀던 아이들이 제 시간 되면 알아서 나온다니까요.”

▲ 평창 대흥사에 마련된 '사찰 내 수영장' 전경.


아이들이 물놀이를 마칠 때까지 1시간 30여 분을 수영장에 계속 서 있었음에도 스님은 힘든 줄을 모른다.
물놀이로 한껏 흥이 돋은 아이들을 기다린 건 다도(茶道). 주인 한 명과 손님 세 명씩 한 조가 된 아이들이 손님으로서의 예절과 손님을 대접하는 주인의 태도를 익히면서 분위기는 차분해졌다.

“색깔은 예쁜데 솔직히 맛이 좀 없어요.”
대전 삼문사 손의준(10) 군은 녹차 맛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연녹색 빛깔을 띠는 차가 맛있어 보여 단숨에 들이켰는데, 맛은 별로란다. 반면 여주 성주사 박기범(10) 군은 “차맛이 참 좋다”면서 “절에 오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왔으면 좋겠어요.”라며 즐거워했다.

이어진 순서는 발우공양. 아이들에게는 최대 난관이었다. 해두 스님 지도 아래 제법 조용히 공양을 마치는가 싶더니, 숭늉과 김치 한 조각으로 발우를 닦아야 한다는 말에 울상을 지었다. 결국 코를 막고 먹기도 하고 한 입에 꿀꺽 삼키기도 하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이튿날 첫 순서는 아침예불과 108배. 아이들은 제법 엄숙한 목소리로 ‘관세음보살’을 독송하며 천태어린이의 진면모를 보여줬다. 108배 미션도 성공이었다. 비록 108배 끝 무렵 “아!”하는 괴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긴 했지만, 중간 포지가 한 명 없이 무사히 끝마쳤다. 춘천 삼운사 김성용(13) 군은 “지난 템플스테이에 이어 두 번째 사찰 경험이지만 할 때마다 즐겁다”고 했다.

마지막 순서는 단주만들기. 스님이 미리 준비해 놓은 인형목걸이 고리와 야광 구슬 하나씩을 받은 아이들은 다른 구슬들을 엮어 제 나름대로의 목걸이, 단주를 만들었다.

7월 12일 오전 11시. 1박 2일 동안의 즐거웠던 시간을 뒤로한 채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뒤 각 사찰로 발걸음을 옮겼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지만, 여름불교학교를 마친 어린이 불자들의 마음은 갠 하늘처럼 맑게 보였다.

천태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여름에서 힌트를 얻어 수영장 설치를 생각했다는 인산 스님은 “외부 수영장은 위험하기도 하고 사찰 아이들 찾기도 어렵지만, 여기서는 그럴 필요도 없고, 시끄럽게 해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며 “사찰 수영장 경험을 원하는 천태종 신도들에게는 언제나 무료 개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평창 대흥사의 전액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참가 사찰에서는 소정의 감사금을 모아 대흥사에 보시했다.

 

▲ 바나나 보트에 매달려 물에 빠지기를 반복하며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 불자들.

 

▲ 물세례를 일으키며 발리볼을 하는 어린이 불자.

▲ 조심스럽게 찻물을 따르고 있는 어린이 불자.

▲ 발우공양의 최대 난관. 어린 불자들이 김치로 설겆이를 하고 있다.

 

▲ 지금은 108배 중.

 

▲ 단주, 목걸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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