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께서 45년 간 교화를 하시면서 설하신 수많은 법문 중에 일반 불자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가르침은 바로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행하고 있는 행위[業]는 다시 내게 과보(果報)로 돌아온다’는 이 가르침은 윤회사상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이런 인과응보는 해탈을 얻은 부처님도 피해갈 수없는 우주의 진리입니다.

부처님의 사촌동생이 되는 석가족의 왕 마하나마는 부처님을 따르던 코살라국 파세나디왕이 석가족 부인을 얻으려고 하자 하녀와의 사이에서 얻은 딸을 석가족이라며 대신 보냅니다. 이 딸은 파세나디왕과의 사이에서 비두다나라는 왕자를 낳는데 그는 외가인 카필라성에 갔다가 석가족들이 자신의 뒤에서 노비의 아들이라 손가락질하는 것을 보고 원한을 품습니다.

비두다나가 당시 속국이던 카필라성의 석가족을 정벌하기 위해 나서자 부처님은 코살라국 군사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서서 자신의 출신 부족인 석가족에 대한 정벌을 세 차례나 막아줍니다. 그러나 결국 석가족은 비두다나의 코살라국 군대에 의해 멸망을 당합니다. 부처님께서 “속세에서 원한을 맺은 것은 더 이상은 막을 수 없다”며 네 번 째 원정을 막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보 언제든 돌려받게 돼
참회 통해 업장 소멸해야


비두다나와 석가족, 그리고 부처님은 전생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었을까요? 부처님이 말씀해 주신 인연담은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 라자가하(王舍城)의 한 마을에 심한 흉년이 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풀뿌리를 캐 먹으며 연명했는데 당시 금 한 되로 쌀 한 되를 바꿀 만큼 곡식이 귀했습니다. 마을에는 큰 연못이 있었는데 라자가하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지자 연못의 고기를 잡아먹었습니다. 연못에는 두 종류의 물고기가 있었는데 구소(拘)와 양설(兩舌)입니다. 두 물고기는 “우리는 잘못이 없고, 땅에 살지도 않는데 우릴 마구 잡아먹으니 장차 복을 지어 원한을 갚자”고 서원을 세웁니다. 이때 마을에는 여덟 살 난 아이가 있었는데 아이는 고기를 잡지도, 죽이지도 않았지만 고기 잡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 했습니다. 당시 마을 사람이 석가족이고, 지켜보며 웃었던 아이는 부처님이며, 두 물고기는 비두다나왕과 그의 원한을 부추긴 신하였습니다.

인과응보는 이렇게 여러 생을 거쳐서 되돌아오기도 하고, 현생에서 곧바로 돌려받기도 합니다. 즉, 언젠가는 돌려받게 되어 있습니다. 깨달음을 얻었지만 인간의 몸으로 세상을 사는 동안에는 부처님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우주의 진리입니다. 우리가 수행을 하고, 복덕을 쌓아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생에 내 삶이 고난하다, 내 외모가 못났다고 누구를 원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과보임을 알아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현생에서 참회와 공덕을 통해 악업을 소멸하고, 다음 생을 위해 수행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모기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려시대 나옹 선사는 ‘모기[蚊]’란 제목의 시를 지은 바 있는데 그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남의 물건을 빌렸으니(피를 빨아 먹었으니) 반드시 인과응보를 받을 것’이란 내용인데 ‘모기가 이러하니 사람이 어찌 인과응보를 피할 수 있겠느냐’는 질책처럼 들립니다.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어리석음이 깊어 자기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못하고 (癡心自己不量力) / 남의 피를 실컷 빨아서 무거워지니 날지 못하는구나. (他血飮多不自飛) / 남에게 빌린 물건은 본디 갚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他物從來難不報) / 반드시 본래의 주인에게 갚아야 할 날이 있으리라.(必當本主報還時)”

천태종 종의회의원
포항 황해사 주지
진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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