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어라.”

인간 세상의 끝없는 갈등은 개인의 탐욕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 인생을 짧은 말로 압축해 표현한다면 탄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다. 삶의 선택이 잘못되면 얼마나 불편하고 고통스러우며 힘들 것인가……. 현대문명의 생활에 뒤떨어진 구닥다리의 불행한 삶! 마음 어딘가 구멍 난 상처가 있어 인생을 대충대충 살아가는 사람들. 불만과 미움이 덕지덕지 붙어서 남과 사랑하지 못하고 놀부집 종손처럼 투덜투덜 불평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 모두 불평의 종자를 바꾸자. 보수공사가 필요한 씨앗을 부처님 전에 심어보자. 사람이 육도윤회 하는 중에 인간 몸 받기 어려우니 이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가. 다겁생에 선택(복전)을 잘하여 다행히 부처님 법 만났으니, 이제 잘못된 삶을 바꾸어가는 염불수행으로 보수공사를 해 봅시다.

사업 실패 후 건강마저 잃었지만
대조사 ‘무욕’ 가르침 새 인생 계기

 나는 삼성그룹 계열회사의 연구실에서 십 수 년간 화려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자리를 미련 없이 떠나 개인 사업을 시작하였다. 전직의 후광 덕으로 성공한 사업가로 일취월장, 승승장구의 인생이었다. 그러나 어려움을 모르고 달려온 삶이었기에 갑자기 불어 닥친 경제 불황의 한파와 배신을 극복하지 못했다. 썰물에 밀려 그동안 쌓아온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파산의 참담한 고통 속에서 건강마저 잃었다. 아픔과 절망을 감당할 수 없어 깊은 산속의 이름 없는 암자를 찾아 다녔다. 위로차 찾아온 친구의 안내로 우연히 단양 구인사를 탐방한 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의 천태종 불자가 되었다.

형용할 수 없는 좌절감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삶의 좌표를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이 세상 나의 것이 어디 있나. 잠깐 사용하다가 버리고 가는 것을”이라는 상월원각대조사님 법어와의 만남은 내 인생의 대전환점이 되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였던가. 몹시도 궁하고 초라한 인생이었기에 그 법어는 나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바꿔라!” 그렇다면 어떻게 인생(마음)을 바꿀 것인가? 지금 당장 변화의 ‘스타트 버튼’을 눌러보자. 그리고 현재 불심(佛心)의 존재지수를 체크해보자.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 전에 조복하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실한 불제자가 될 것을 약속드리자. 간절히 서원하며 살아온 시간들의 잘못된 삶의 그림자를 찬찬히 들여다보자.

이 세상 나의 것이
어디 있나.
잠깐 사용하다가
버리고 가는 것을

어느 저녁 늦은 시간에 대충 대종사님을 친견하는 영광을 얻어 광명의 법비를 받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누군들 별이 되고 꽃이 되고 싶지 않으랴. 그러나 소멸은 평등하다. 우린 그저 적멸로 향하여 갈 뿐이다. 그 노정에 업보를 조금 쌓는 것이 이승의 도리일 뿐이니 모든 것을 놓아버려라.” “버리지 않으면 현재 건강이 위험수위이니 지금 이 순간부터 탐ㆍ진ㆍ치(삼독)를 놓아버리는 기도를 실천하라”는 법문을 듣고 물러나 설법보전 3층 기도실로 안내받아 갔다.

칠흑 같은 더위가 걷히며 장마가 시작되는 후덥지근한 7월의 깊은 밤. 관음주송 염불소리는 산사의 깊은 밤을 메아리쳤다. 밤새 수 백 명의 신도님들이 하나 되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내 삶에 낀 거품을 걷어냈다. 스스로에게 가장 행복한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지금부터라도 찾기 위해 나도 동참했다.

밤이 새도록 기도는 이어졌다. 다른 신도들은 활기 있게 기도를 했다. 그런 모습은 아니었지만 나도 온 마음을 다해서 “관세음보살님”을 불러보려고 했다. 그러나 목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쑥스러움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신도님들의 관음주송을 따라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내 자신은 고사하고 가족에게 만이라도 삶의 희망의 등불이 되고자 안간힘을 쓰며 ‘관세음보살’ 다섯 글자에 매달렸다. “내 스스로 거두어들이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대조사님의 큰 뜻을 잊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라”고 말씀하신 종정 큰스님의 깨우침의 죽비를 맞으며, 새벽 동트기까지 계속된 간절한 관음주송의 기도 소리에 나도 모르게 흠뻑 젖어들었다. 4박 5일간 일념(一念)으로 씨앗을 심어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씨앗에서 돋아난 싹이 시들지 않게 삼시염불을 생활화하며 틈나는 대로 서울 관문사 옥불보전을 찾았다. 번뇌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집중하여 절을 했다. 쉼 없이 절을 하다보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땀을 흘렸다. 몸속의 고통과 집착들을 흐르는 땀과 함께 떨쳐 냈다. 절을 하는 동적인 움직임 속에 우주의 밝은 기운이 몸에 가득차고, 몸속에 있는 나쁜 기운과 노폐물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철야정진에 참여하고 안거에도 동참하는 재가불자가 된지 어언 십 수 년. 오만한 성격과 욕망의 사슬에 묶여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불같은 성격들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우울증이 사라져 아침 이슬처럼 영롱하게 정신이 맑아졌다.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관세음보살을 닮아 유순하게 되었다는 지인들의 덕담을 들었다. 초발심의 끈을 놓지 않은 관음주송의 기도수행 덕분으로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인생이 바뀌었던 것이다.

주제 넘긴 해도 부처님을 가까이 하지 않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꼭 이야기 하고 싶다. 나처럼 평생을 기다리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욕망의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인생을 위하여 진실하게 부처님과 인연을 맺어 삶을 바꾸어 보자. 부처님께서는 우주 만물이 윤회한다고 하셨다. 인간의 몸은 사라지지만 영혼은 불멸하는 것이다. 몸은 일시적으로 걸친 옷이었을 뿐이다.

그러기에 부처님은 과거사를 알고 싶거든 너에게 닥쳐오는 현실을 보면 되고, 미래가 알고 싶거든 현재 네가 하는 행동을 보라고 하셨다. 나라는 끈을 놓은 채 삼독에 휩싸여 무명(無明)에 갇혀 있다면 이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업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참회와 수행뿐이다. 나는 결코 남이 만들어 주지 않는다. 스스로 가꾸어 가야만 하는 소중한 주체이다.

이 글을 보는 종도님들은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진실하게 관음정진의 기도수행을 실천해 보자. 배고픈 자가 음식 이름을 많이 안다고 배부르지 않는 것처럼 행(行)이 없는 보살행은 논리일 뿐이다. 지금도 불심은 가끔 나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하지만 아는 것이 너무 없어 때 묻고 얼룩진 세상에서 지키기 어렵지만, 스님들의 좋은 말씀과 법문을 열심히 듣고 항상 선(善)을 찾고 악(惡)을 쫓는 마음을 지닐 것이다.

경제 불황·배신으로 파산…구인사 찾아
염불 일념…성격 변화·우울증 사라져


때때로 생활터전에서 삶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쉽게 재충전되지 않을 때면, 나는 깊은 산속 소백산의 연화지 구인사 법고 소리를 들으러 간다. 들을 때마다 몸 안의 불순물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리는 듯 개운해 진다.
공양간에서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고 난 뒤 적멸궁에서 감사의 참배를 한다. 대조사전에 들어가 백팔 배를 올리면서 세세생생 지은 잘못을 참회한다. 부모님께 참회하고,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참회의 절을 한다. 마지막에는 참회 정진한 내용들을 부처님께 바치고 “부처님 크신 은혜 고맙습니다”라며 정례를 올린다.

첫 마음(씨앗) 뿌린 자리 이곳에서 마음을 허공처럼 비우며 부처님이 가신 길을 오늘도 따라간다. 부처님을 닮은 불자가 되기 위해 서원을 세우면서 “나무관세음보살”을 주송한다.
“나무상월원각대조사님.”

손견식 씨
서울 관문사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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