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정 산 총무원장

불자 여러분!
요즈음 마음은 편안하십니까?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서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기 쉬운데, 여러분들은 늘 불보살님께 기도를 드리고 부처님 가르침을 읽고 마음 닦는 공부를 해오셨으니 항상 편안하게 잘 지내시리라 믿습니다.

우리가 날씨뿐 아니라 바깥세상의 경계에 끌려 다니지 않고 마음을 안정시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의 평정 - 사심(捨心)’을 자주 언급하셨습니다. 이것은 ① ‘일체 존재에 대한 사랑 - 자심(慈心)’, ② ‘다른 존재의 어려움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마음 - 비심(悲心)’, ③ ‘다른 존재에게 일어난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하는 마음 - 희심(喜心)’과 함께 이른바 ‘사무량심(四無量心)’을 구성합니다. 부처님께서 ‘마음의 평정’을 자주 언급하셨다는 것은, 이것이 매우 중요한데도 그만큼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불자 여러분!
요즈음 세상이 매우 어지럽습니다. 정치가 흔들리고, 사회 전반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지구촌 곳곳의 날씨마저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 마구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모두 각자 마음을 잘 닦아서 외부 경계에 흔들리지 않고 잘 붙잡아 안정시키려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가장의 마음이 흔들리면 가족 구성원 전체가 불안해지고, 그러면 그 불안이 온 사회로 퍼져나가게 될 것입니다. 학교 담임선생님의 마음이 불안하면 그 학급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도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회사 대표나 큰 조직의 수장이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흔들리면 그 회사나 조직의 미래는 어두울 것입니다.

옛날 의상조사께서 《법성계》에서 “먼지 한 알에 우주가 들어 있다[一微塵中含十方]”고 하셨습니다만, 우리 각자의 마음은 세상 모든 것을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여러분 각자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여러분 개인과 가정뿐만 아니라 직장과 나라의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마음의 평정 유지 여부입니다.

두 달 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덕 화이트(Doug White)라고 하는 50대 남자와 가족들이 휴양지로 가족 여행을 가서 즐겁게 지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소형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비행기가 구름 속을 뚫고 3,000미터 상공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조종사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온 가족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늘 한가운데서 조종사가 의식을 잃었다면, 그 상황이 어떨지 여러분이 상상을 해보시면 그 가족들의 심정을 잘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화이트 씨와 부인이 흔들어 깨워보았지만 조종사는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고, 비행기에 함께 탔던 두 딸은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습니다. 아마 화이트 씨의 불안감도 매우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평정한 상태로 회복한 화이트 씨가 의식을 잃은 조종사를 조종석에서 밀어내고 지상 관제탑과 무선 교신을 시도하여, 지상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를 조종해서 30분 만에 비행기를 무사히 공항에 착륙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하는 신문기사에 따르면, 화이트 씨는 18년 전에 단발엔진 소형기의 조종 면허를 따기는 했지만, 쌍발 엔진 제트기를 조종해 본 경험은 없었다고 합니다. 설사 쌍발 엔진 제트기를 조종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 공포의 순간에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흔들리며 우왕좌왕했다면 그의 가족은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항공당국의 사고 경위 조사 결과, 사고기 조종사는 이륙 직후에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하니, 화이트 씨와 그 가족에게는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오가는 순간이었던 셈입니다.

마음이란 본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쉴 새 없이 건너뛰는 원숭이와 같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안정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 마음을 잘 붙잡아서 가족의 생명을 구해낸 화이트 씨의 예에서도 보듯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과 가족, 나라와 세계를 살리는 일입니다. 불자 여러분들도 열심히 기도 정진하고 마음 닦는 공부를 해서 아무리 어려운 외부 경계에 맞닥뜨리더라도 마음을 잘 붙잡아서 본인과 가족, 나라까지 살려내는 신장(神將)이 되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누구보다도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마음 수련을 잘 해서,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그들의 마음을 잘 붙잡아주는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일이 바로 평정심의 회복일 것입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