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복궁서…명진스님 “참뜻 영원히 빛날 것”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불교계를 대표해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등 봉은사 스님 10여 명이 영가축원을 올리고 있다.

온 국민의 애도 속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서울시청 일대를 가득 메운 60만 명의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며 눈물로 배웅했다.

5월 23일 서거한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5월 29일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이명박 대통령,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ㆍ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 등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국민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은 개식에 이어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보고 △공동장의위원장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조사 △불교ㆍ기독교ㆍ천주교ㆍ원불교 등 각 종교별 의식 △생전영상 방영 △헌화 △추모공연 △조총 △폐식 순으로 진행됐다.

불교계에서는 권양숙 여사가 다녔던 서울 봉은사에서 영가축원을 했다. 1,000일 기도 중 산문 출입을 하지 않고 있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10여 명의 대중 스님들과 함께 영결식에 참석해 영가축원을 하고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명진 스님은 영가축원을 통해 “노무현 영가시여! 이제 당신의 육신은 지수화풍 사대(四大)로 흩어져 돌아갑니다. 그러나 그 육신을 움직이던 주인공, 영혼은 어느 곳에, 무엇으로 계십니까?”라며 “지는 해와 같이 육신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의 고결한 정신은 떠오르는 달처럼 환하게 빛날 것”이라고 애도했다.

이어 스님은 “불가(佛家)의 소신공양(燒身供養)처럼 온몸을 던져 당신이 지키고자 했던 그 뜻만은 잊지 않겠다”면서 “검은 구름 흩어지면 밝은 달 비추듯이 당신의 참뜻은 천강에 달이 비추듯 우리 가슴에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축원했다.

봉은사 스님들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떠나는 길에 이천만 불자의 정성을 모아 반야심경을 봉독하자, 영결식장은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과 참석자들의 오열 속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 권양숙 여사 등 유가족들이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의 노제를 지켜보다 슬픔을 견디지 못해 울음을 터트렸다.

영결식에 이어 노 전 대통령 운구차량은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기 위해 세종로와 서울 시청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과 추모의 글이 담긴 만장을 든 추모객들의 호위를 받으며 노제(路祭)가 열린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가수 양희은ㆍ안치환ㆍYB(윤도현밴드)의 추모 공연에 이어 거행된 노제는 고인의 영혼을 부르는 초혼 의식, 국립창극단의 ‘혼맞이 소리’, 국립무용단의 ‘진혼무’, 안도현ㆍ김진경 시인의 조시 낭독, 안숙선 명창의 조창, 묵념, 장시아 시인의 유서 낭독 등 순으로 진행됐다.

노제가 끝난 뒤 운구행렬은 ‘아침이슬’, ‘임을 위한 행진곡’ 등 시민들의 합창 속에 서울역까지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를 뚫고 발길을 천천히 이동했으며, 시민들은 2,000여개의 만장(輓章)을 들고 행렬을 뒤따르며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오후 4시 경 수원 연화장에 도착해 고인의 유언대로 화장됐으며, 유골함은 이날 밤 봉하마을로 옮겨져 봉화산 정토원 법당에 임시로 안치됐다가 49재 직후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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