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성왕 아쇼까》
이거룡 지음/도피안사/352면/15,000원

인도를 통일한 ‘전륜성왕’ 아소카 대왕은 고대 인도 내 지방 소수종교였던 불교를 아시아 전역은 물론 세계적으로 퍼트린 인물이다. 그가 불교 전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인도 부처님 유적지마다 석주를 세워 후대인들에게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에는 아소카 왕에 대한 기록물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 7년여의 취재와 연구 끝에 출간된 이 책은 아소카 대왕이 10만 명을 학살한 정복자에서 다르마를 통한 정복자로 자리하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깔링가국 정벌에서 10만 명을 학살한 일을 후회해 불교도가 됐다고 알려져 있는 그가 실제로는 그 전부터 이미 불교도였으며, 다만 이일을 계기로 더욱 독실한 신자가 됐다는 사실과 역시 99명의 이복형제를 죽이고 왕이 됐다는 설화에 대한 규명 등 그동안 잘못 알려진 부분을 세밀하게 파헤쳤다.

마우리아 왕조의 제3대 아소카 대제는 절대적인 무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깔링가국 정벌을 계기로 ‘다르마(Dharma. 올바른 삶의 원리)에 의한 정복’ 정책을 편다. 자신은 불교도로써 검약ㆍ자비ㆍ무탐욕ㆍ불살생 등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투철히 실천했으며, 불교 발전을 위해 수많은 탑과 사원을 세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정 종교교리나 숭배양식 그리고 어떤 주장도 언급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다른 종교의 신조를 존경하고 그들의 좋은 점을 칭찬하도록 권했으며, 다른 이들의 관점에 대해 적의를 품은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한 그의 삶 속에는 이 시대 온 인류의 화두인 ‘평화와 공존’에 대한 해법이 숨어 있다.

아소카 시대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과 그의 사상과 활동은 인도 곳곳에 세워진 석주(石柱)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동국대 대학원 인도철학과를 졸업, 마드라스대학원 라다크리슈난연구소에서 석사, 델리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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