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는 수행의 바탕, 가정의 달 맞아 부모와 자식 도리 점검해야

부처님오신날은 음력으로 사월초파일입니다. 때문에 양력으로는 4월이 되기도 하고, 5월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의 경우, 5월 2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봉행했는데 5월은 이외에도 가정과 관련된 다양한 의미를 지닌 날이 많아 가정의 달이라고 불립니다.

날짜순으로 보면, 먼저 어린이날(5월 5일)을 가장 먼저 맞게 됩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색동회를 중심으로 어린이날을 공포한 것이 시초입니다. 다음은 어버이날(5월 8일)입니다. 1956년 국무회의에서 ‘어머니날’로 정한 뒤 1973년 법률에 명시되면서 ‘어버이날’로 개칭됐습니다. 기독교적 정서를 지닌 미국에서 5월 초에 어머니날을 정하고 행사를 갖는 것을 따랐다고 보입니다. 이외 1958년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퇴직 교사들을 위문한데서 비롯된 스승의날(5월15일), 1973년 제정된 성년의날(5월 셋째 월요일),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부부의날(5월 21일)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알지 못했던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의외로 많이 눈에 띕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가 상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효(孝)입니다. 하지만 사회가 급변하면서 효를 실천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자녀도 보통 한 명에 그치고 많아야 두 명을 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손자손녀와 3대가 어울려 사는 가정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사회분위기는 우리를 점점 효와 멀어지게 합니다.

불자라면 누구보다도 효의 실천에 앞장서야 합니다. 《사십이장경》을 보면 “범부 백 명을 공양하는 것은 착한 사람 한 명을 공양하는 것보다 못하고, 착한 사람 천 명을 공양하는 것은 오계를 지닌 사람 하나를 공양하는 것보다 못하며, 오계를 지닌 사람 만 명을 공양하는 것은 수다원 한 사람을 공양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아라한 십억 명을 공양하는 것은 벽지불 한 명을 공양하는 것보다 못하며, 벽지불 백억 명을 공양하는 것은 한 사람이 세존의 가르침으로 그 한 세상의 어버이를 제도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습니다. 즉, 착한 사람을 공양하고 돌보는 공덕이 얼마나 큰지, 천지의 온갖 귀신을 섬기는 것은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것에 결코 비할 수 없음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특히 애국불교와 함께 생활불교, 대중불교를 3대 지표로 내세워 수행과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천태종의 불자들은 ‘효’의 실천이 수행의 기본 바탕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옛 선사들은 “염불은 모든 법 중에 제일이요, 효도는 백가지 행(行)의 으뜸”이라 했습니다. 효심은 곧 불심(佛心)이며, 불행(佛行)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부처님과 같이 되려면 반드시 효를 행해야 합니다.

계절이 따뜻해지면서 방생을 다니는 사찰도 있고, 3사 순례를 다니며 신행을 다지는 불자들도 있습니다. 또 얼마 지나면 자녀의 대입합격을 기원하는 불자들의 발길도 사찰로 줄을 이을 겁니다. 이런저런 기도의 명분도 좋고, 신행활동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나를 비롯한 내 가족이 자식으로서, 부모로서의 도리를 잘 행할 수 있도록 점검해봐야 하겠습니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진리는 우주의 이치이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효도를 비롯해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범들은 이 진리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효로써 ‘종(宗)’을 삼으라 했고, 《범망경》에서도 효로써 계(戒)를 삼는다고 했던 것입니다. 신록이 푸르른 가정의 달입니다. 부모와 자식의 도리를 점검하고, 반성하고, 서원하는 계기를 만들어 가기 바랍니다.
                                                                                     / 천태종 종의회의원 문성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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