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새해가 밝았다며 새로운 각오로 한 해를 보내겠다고 다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이 지나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요즘의 뜨거운 햇살처럼 광진노인종합복지관에도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배움에 대한 어르신들의 열정이 가득합니다. 어르신들의 밝은 웃음을 볼 때면 직업에 대한 보람과 함께 사회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5월! 어느 때보다도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가정의 달입니다. 복지관에 있다 보면 매일 새로운 어르신들을 만납니다. 운동을 하기 위해 오신 어르신, 한문·서예·영어·컴퓨터 등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오신 어르신,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오신 어르신 등 각기 다른 사연으로 복지관을 방문하십니다.

복지관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면서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으시며 여가생활을 즐기시고, 하루 동안에 즐겁게 지내십니다. 직업에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복지관을 찾은 분들과 함께 대화를 하다 보면 외모·성향·환경 모두 다르지만 단 한 가지, 자녀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회원 등록 시, 복지관을 이용하시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가족들의 연락처를 물어보지만, 한 결 같이 자녀들에게는 연락하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십니다. 자녀들이 행여 피해를 입을까, 아니면 부모님께 죄송해할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경제 침체로 인해 모두 경제적인 사정이 안 좋다고 하는 요즘 노인일자리사업이 한창입니다. 모집 기간에는 복지관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급증하는데, 모두 그렇듯이 자식에게 받아쓰던 용돈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자 취업에 나선다고 합니다. 건강하고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며 활기찬 노후생활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 또한 계시지만, 자녀들을 위해 평생 일하고 이제는 쉬어도 됨직한 고령의 어르신이 자신의 용돈을 벌고자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자신들의 인생을 즐기실 나이에 자녀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자녀들에게 별일이 없는지,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마쳤는지…종일 전전긍긍 자녀들 생각만 하며 사셨습니다. 심지어는 자녀가 장성해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됐음에도, 어르신들이 보기에는 아직도 철부지 같나 봅니다. 말 그대로 ‘앉으나 서나 자식생각’인 것이죠.

저 또한 부모님들의 이런 관심이 귀찮고 잔소리처럼 들렸지만, 복지관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많이 반성을 하게 됩니다. 항상 옆에 있지만, 받기만 해 함께 있는 소중함과 고마움을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자녀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 어르신들 덕에 오늘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이 좋은 세상에 우리 어르신들은 점차 소외되고 힘들어 하는 게 사실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들어있는 5월 가정의 달이 어느덧 지나갑니다. 우리 어르신들이 자녀들을 생각하는 마음처럼 우리가 어르신들을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또 5월 2일은 부처님오신날이었습니다. 많은 불자들이 부처님 오심을 찬탄하고, 기뻐했습니다. 각자의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우리 이웃과 소외된 계층으로 넓혀 보는 것은 어떨까요? 부처님 가르침 중 ‘자타불이·자리이타’ 가르침은 내가 아닌 주변과 함께 할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5월의 따뜻한 햇볕이 우리 마음속까지 스며들기를 발원합니다.

                                                                           / 광진노인종합복지관 장소연 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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