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어디로 달려가는가?잠시 멈춰 살펴봄은 어떠한가?현대인들은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간다. 돈과 명예를 쟁취해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돈과 명예를 끌어 모아야 행복한 삶의 전제조건에 닿을 수 있을까? 혹시 우리의 마음이 너무 조급하고, 우리의 욕심이 과하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찾을 수 있는 행복을 내팽개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 마음의 멈춤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생의 멈춤을 실천한 사람들의 사례도 들어보자.
겨울이 오면 사랑도 함께 옵니다. 텅 빈 숲과 들판, 그 황량한 공간에 들어차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비우는 것이 채우는 것이라는 역설의 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고통이 필요했습니다. 껍질을 벗겨내는 아픔을 견디며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탑을 쌓을 수 있었기에 겨울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습니다. 겨울과 함께 찾아 온 사랑을 이웃에게도 조금씩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겨울의 침묵을 봄의 우렁찬 외침으로 길러내는 시간, 그 무량한 사랑으로 나를 지탱합니다. 이 겨울, 사랑하지 않으면 새봄은 오지 않
법회가 열리는 이맘때면 조그마한 다람살라에는 전 세계에서 온 법회 참석자 이외에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달라이라마를 만나 ‘자비’를 배우러 온 이방인들에게 ‘자비’를 구하러 저 아랫마을에서 온 걸인들이다. 며칠 내내 좁은 다람살라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이라 이미 낯이 익다. 법회가 마치는 시간이면 그들은 어김없이 남걀 사원 앞에서 기다리며 ‘적극적’으로 자비를 구한다. 윤회(輪廻)로 설명하자면, 성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길바닥에 앉아 구걸하는 이들은 전생의 업보가 무거워서 일 것이다.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선생님 가신지 어언 12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여전히 저희들 곁에 계십니다. 선생님의 수필집 은 출판사가 샘터에서 민음사로 옮겨진 뒤에도 서점의 가판대에 올려 있는 베스트셀러입니다. 선생님은 독자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문학의 불멸성을 누리고 계십니다.선생님께서 사셨던 서울 서초구는 선생님이 생전에 즐겨 걸었던 길을 ‘금아 피천득의 길’로 명명했습니다. 고속터미널에서 이수교차로에 이르는 그 길에 가면 선생님의 좌상과 선생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명문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선생님의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금아 피
존경 받는 어른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자공자는 서른에 뜻을 세우고 마흔에 미혹되지 않는 불혹(不惑)의 경지에 이르렀고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아는 지천명(知天命)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했다. 나는 60이 넘었지만 지천명의 경지는 고사하고 아직 불혹의 경지에도 도달 못한 것 같다. 내 친구는 식당에서 젊은이들이 노인을 욕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세상의 어른으로서 젊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는데, 나 자신을 포함해서 노인세대는 어쩌면 과거의 노인과는 달리 존경을 받을 수 없는 세대로 추락해버
육근의 마지막 의근(意根)은 생각과 감정을 포함하는 의식이다. 유식론만큼 깊이 있지는 않지만, 인간 생명을 물심양면으로 관찰하는 한의학은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동일하게 여겨, 인간의 감정과 정신사유 활동을 오장(五臟)과 연계하는 특징이 있다. 지면상 이번에는 감정에 대하여 살펴보자. | 감정과 건강의 관계신행과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병인(病因)은 바로 ‘화병(Hwa-byung)’과 같은 격한 감정이다. 인간 생명과 생활의 다양한 요소에서, 감정은 품격있는 정신과 건강 생활을 방해하는 최고의 적인 동시에 우리 마음이 여러 물질과 모
남방 상좌부불교에서는 “‘나’라는 것에는 실체가 없어 무아(無我)라고 하지만 일반 사물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법(法, dhamma)은 존재한다.”고 본다. 반면에 북방 대승불교에서는 “아(我)도 공하고 법(法)도 공하다.”고 본다. 즉 일체가 공(空, ..nya)하다고 본다. 현대물리학자들의 견해는 대승불교 쪽에 더 가깝다.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1956~ )는 저서 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물질이 소립자로 이루어졌다는 것도 어떤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 세상은 그렇게
| 벼랑 위의 성지, 바뇨레지오 시차적응을 하지 못한 탓인지, 낯설음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밤을 꼬박 새웠다. 그것이 아니라 해도 네댓 시간이 적정수면인 탓에 여행을 가면 새벽에 노트북을 들고 호텔 로비로 가는 것이 일과다. 이번 순례의 짝인 동국대 박경준 교수와는 이미 세계불교학대회 때 여러 날 동침한 경험이 있다. 넓은 도량을 지닌 분이라 그냥 방에서 작업하라 말하지만, 숙면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약간 피곤하기는 했지만, 졸리지는 않았다. 덕분에 밤새 인터넷을 뒤질 수 있었다.
참 화려합니다. 어찌나 화려한지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누가요?관세음보살, 바로 그 분 말입니다.물론 모든 관세음보살상과 그림이 다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단아하고 소박한 모습도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경전에서 그리고 있는 그 분의 모습이나 고려시대 ‘수월관음도’를 보면, 세상의 감탄사를 전부 쏟아내도 모자랍니다. 먼저, 관세음보살의 몸을 그리고 있는 〈관무량수경〉을 보기로 하지요. 무엇보다도 관세음보살은 무척 키가 큽니다. 자그마치 80만억 나유타 유순이나 된다고 합니다. ‘나유타’, ‘유순’에 대한 설명은 접어두더라도 그 키가 80
보건복지부가 2016년 ‘노숙인 등 복지법’에 따라 거리와 시설을 중심으로 한 노숙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의 노숙인은 약 1만1,340명이다. 또 국정모니터링지표에 의하면 2018년 기준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약 174만4,000명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수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전국에는 1,300여 개의 무료급식소가 운영되고 있고, 그곳에는 항상 무료급식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부분의 무료급식소는 국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이용자들에
세계 불교연구센터와 연계폭넓은 지역학적 접근법 통해불교전문가 육성·배출함부르크는 독일의 주요 항구도시로, 대부분의 건물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재건되었기 때문에 세련되고 도회적인 느낌이 든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평생교육연구소(UNESCO Institute for Lifelong Learning), 독일 지역학 연구소(GIGA German Institute of Global and Area Studies), 막스플랑크 비교 국제사법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Comparative and Internationa
고즈넉한 한옥 100여 채 품은500년 전통의 호남 3대 名村나주 도래한옥마을은 나주시 다도면 풍산(楓山)리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 뒷산인 감태봉의 물줄기가 세 갈래로 마을을 통과해 ‘내 천(川)’자를 이룬다고 해서 ‘도천(道川)마을’로 불리다가 도내마을-도래마을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마을의 형성은 1480년경 조선 중종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마을에는 문(文) 씨·김(金) 씨·최(崔) 씨 등이 살고 있었는데 15세기 중엽부터 풍산 홍씨(豊山洪氏)의 집성촌으로 바뀌게 된다. 필자의 시조는 고려 고종 때 국학의 직학(直學, 교
나는 이 책을 읽고 놀라웠는데, 독자 여러분은 알고 계셨는지 모르겠다. 붓다의 아버지 이름은 ‘정반(淨飯)-정갈한 밥’이다. 그런데 그 부계(父系) 형제들은 이 책에서 보고 처음으로 인지했다. ‘둘째가 백반(白飯), 셋째가 곡반(斛飯), 넷째는 감로반(甘露飯)’이다. 밥 반(飯)자 돌림이다. 저자의 말대로 고대 농업국가의 왕가다운 이름이다. ‘그렇다면 밥맛은 어떻게 해서 깨달음의 모티브가 됐을까?’ 저자는 이런 의문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붓다는 우리가 배웠듯이 고대 농업국가 카필라국의 태자였다. ‘태자’란 신분 덕에 당연히 상품(上
불향 따라 세계인 발길 몰려인도는 명맥만 … 불자 1% 미만인도는 불교의 발상지다. 하지만 현재의 인도에는 불교 관련 유적만 산재해 있을 뿐, 불자를 찾아보긴 힘들다. 필자가 처음 인도를 여행한 건 1997년이다. 이후 지난해까지 10여 차례 인도를 여행했다. 짧게는 수십 일에서 길게는 몇 달간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불교의 흔적들을 보고 느꼈지만 그 내용으로 인도불교를 소개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 오히려 세계 불교인들이 주목하는 티베트 망명정부인 다람살라(Dharamshala)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도깨비들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성정을 가진 족속이다. 도깨비는 암수를 불문하고, 평생 동안 십대 청춘들처럼 피가 끓기 때문에 성정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도록 산만해서 가만히 놔두면 인간 세상에 문득 끼어들어 엉뚱한 사고를 저지르곤 한다. 도깨비는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고 감성적인 존재들이다.”나의 할아버지는 우리 민족의 삶 속에 깃들어 있는 도깨비의 존재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했다. 도깨비들의 울력 도깨비나라 정부는 기운이 넘쳐나는 도깨비들을 관리해야 한다. 도깨비들은 인간 세상에 기생하면서 인간 세상의 질서를 헝클
“멈춤을 통해 얻은 것은새로운 일상과 꿈·희망이었다.”남 부러워할 대기업을 다니던 직장인 두 남녀가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한 지 9개월이 되던 어느 날, 부부는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계획했다. 양가 부모님 몰래 전셋집을 뺏고, 일상의 탈출을 준비해나갔다. 그렇게 떠난 그들은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636일 간 세계 52개국을 여행했다. 의 저자 오빛나·배용연 씨 얘기다. 이들이 여행을 다녀온 지도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 2년의 멈춤. 이 도발적 여행은 그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오늘
마음을 멈추면 아집 벗어나삶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다“내 정강이의 털 하나 뽑아서 천하가 이롭게 된다 하더라도, 내 털은 안 뽑겠다.”참으로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말이다. 무슨 그런 이기주의자가 있느냐고 다들 한 마디씩 할 만한 소리다. 그런데 이 말은 그렇게 웃어넘길 수 있는 실없는 소리가 아니다. 우선 그 말을 한 사람이 중국 전국시대에 꽤 이름난 사상가인 양주(楊朱)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권위가 있으니까 존중해줘야 한다? 그런 말은 아니다. 이 말이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음미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
맑고 투명한 가을하늘을 보면 누구나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곱게 물든 단풍에서 사람들은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감동합니다. 가을을 맞아 전국의 산이 단풍을 찾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고 합니다. 매연과 소음을 피해 주말이면 자연을 찾는 일이 일종의 힐링(healing)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우리 사회도 이처럼 맑고 투명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자연 그대로의 순수처럼 사회가 맑고 투명하면 저절로 치유의 기능까지 갖게 될 것입니다. 굳이 자연을 찾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가 자체 정화기능을 갖기 때문에 그만큼 투명한 사
천태종의 시민사회단체인 사단법인 ‘나누며 하나되기’가 폭넓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각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3년 12월 24일 ‘나누며 하나되기 운동본부’로 발족한 이래 해를 거듭할수록 활동의 폭을 더욱 넓히면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기반을 조성하는데 남다른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올해 펼친 행사만 해도 일일이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방글라데시 줌머인 교육비 지원을 시작으로 양주 스리랑카 이주민 쉼터 법회의료봉사 참여, 새터민 하나원생 템플라이프 선물전달, 탈북자 동포인 법회 참석, 평화통일 전문가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가 영산재와 삼회향놀이를 잇달아 봉행하며, 전통문화 복원과 계승의 의지를 드높였다. 구인사삼회향놀이보존회 스님들은 10월 20일 오후 4시 단양온달문화축제 행사장 특설무대에서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된 ‘구인사삼회향놀이’를 선보였다. 앞서 10월 1일과 2일에는 천태종 생전예수재보존회 스님들이 구인사 설법보전과 앞마당에서 재의식 동참대중이 철야정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통방식의 생전예수재를 봉행해 주목을 받았다. 불교전통문화의 복원과 계승에 노고를 아끼지 않는 천태종 스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