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장수하려면 격한 감정 삼가야

육근의 마지막 의근(意根)은 생각과 감정을 포함하는 의식이다. 유식론만큼 깊이 있지는 않지만, 인간 생명을 물심양면으로 관찰하는 한의학은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동일하게 여겨, 인간의 감정과 정신사유 활동을 오장(五臟)과 연계하는 특징이 있다. 지면상 이번에는 감정에 대하여 살펴보자. 

|   감정과 건강의 관계

신행과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병인(病因)은 바로 ‘화병(Hwa-byung)’과 같은 격한 감정이다. 인간 생명과 생활의 다양한 요소에서, 감정은 품격있는 정신과 건강 생활을 방해하는 최고의 적인 동시에 우리 마음이 여러 물질과 모습에 집착하여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회생활이 복잡한 현대인에게 감정은 그 어느 양생 요소보다 중요하다. 한의학은 질병 발생의 입장에서 인간의 감정을 관찰하여, 인간의 감정을 성냄·기쁨·생각·우울·슬픔·두려움·놀라움의 ‘칠정(七情)’으로 보고 있다. 질병 발생과 관련하여 인간의 감정을 칠정으로 분류하는 내용은 다른 학문의 감정 분류와는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감정을 질병 치료의 관점에서 취급하기 때문이며, 성냄과 지나친 기쁨을 말하는 희노(喜怒)를 감정의 대표로 보는 이유도 희노가 감정에서 가장 쉽게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이 곧바로 인체의 오장을 손상한다는 점이다. 감기·독감처럼 외부 사기(邪氣)의 침입으로 인한 질병은 순차적으로 인체에 손상을 끼치지만, 감정의 뒤틀림은 생명에너지의 순환에 직접 악영향을 끼쳐서 오장을 손상한다. 오장은 인체 생명력 발현의 핵심 부분이므로, 올바른 신행과 건강생활에서 감정의 조절은 가장 중요하다.  

|   지나친 감정과 오장 손상

먼저 칠정의 분류에서 재미있는 감정은 ‘생각 사(思)’이다. 사실 생각은 감정의 범주가 아니다. 그런데 생각을 감정의 범주에 넣는 이유는 생각이 감정 발생의 바탕으로 여러 감정과 같이 온갖 질병을 일으키고, 여러 모습에 대한 집착을 제공해 잡념 망상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지나친 생각은 소화기 장애를 유발하고, 두통·견비통·피로·무력감·의욕상실 등의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일으킨다. 그래서 병리적으로 지나친 생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게을러지기 쉬운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필요하다. 산책·등산도 좋고, 탁구나 농구 등의 운동도 좋다. 분발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모두 도움이 된다. 음식으로는 레몬을 매일 1개씩 섭취하거나, 시중에 나와있는 식초를 물로 희석하여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설탕·꿀 같은 단 음식은 멀리하도록 한다.   

노여움은 신체 기운을 올려서 고취·격발·흥분시키는 특성이 있다. 혈류 속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근육 에너지가 높아지고, 흥분되면서 기운이 올라간다. 발생 기운이 과도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나친 성냄은 간장(肝臟)·쓸개·근육·눈 등의 간장 계열을 직접적으로 손상케 한다. 임상에서 간염을 가진 사람이 쉽게 흥분하고 가라앉기도 하며, 소화기 장애와 근육의 불편을 호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평소 화를 잘 내는 사람은 간혹 매운 음식으로 기운을 발산할 필요가 있다. 식초 같은 시큼한 맛을 멀리하고, 녹차 같은 차를 자주 마시도록 한다. 또 옆구리를 많이 움직이는 굴신 운동이나, 손바닥으로 가볍게 좌우 옆구리·허리·가슴부위를 1회 24번씩 치는 자극도 도움이 된다. 평소 밖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의 생각이나 몸 동작을 느리게 반응하는 훈련을 하는 것도 잦은 분노심에 대한 대비책이 된다.  

기쁨이나 즐거움의 희(喜)는 에너지를 상승하는 추진 작용이 지나친 까닭에 화(火) 계열에 속하여, 심장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오락 같은 외부 자극에서 오는 즐거움이나, 내부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희열 모두 지나치면, 그 기운이 과도하게 심장과 머리 등의 상부로 올라가서, 심장과 두뇌의 혈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음식은 다시마·미역 같은 해조류 섭취로 신체를 이완하면 좋고, 열나고 기운을 상승시키는 맵고 단 음식은 피해야 한다. 목 돌리기와 함께 가슴 펴기, 어깨 돌리기 운동 등을 자주 하도록 한다.  

우울과 슬픔으로 의기소침하고 가슴이 위축되고 어깨가 축 처지거나 기운이 다운되면서, 숨 쉬기도 힘든 경우가 있다. 생체 기운이 안으로, 아래로 기어들어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억제와 수렴의 기운을 담당하는 폐장이 지나친 우울이나 슬픔으로 손상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요즘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우울은 폐장의 억압과 관련이 깊으므로 우울증 초기 허리를 곧추 세우고, 가슴과 상체를 펴서 폐장을 강화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나무와 교류하는 등산이나 국궁 같은 활쏘기 운동을 자주해 폐장을 강화하고 땀을 내도록 해야 한다. ‘땀을 통한 발산’이 우울과 슬픔에 효과가 좋다. 가끔 매운 음식으로 땀을 발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등골이 오싹하다.’는 말이 있듯이, 공포와 추위는 등골 쪽에서 민감하게 느낀다. 생체전기 회로를 뜻하는 경락으로 말하면, 추위와 공포는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으로 온다. 이 경락은 등의 척추 양 옆 라인에 상하로 분포하여, 추위·공포 등의 음적인 기운을 담당한다. 지나친 공포는 방광경을 자극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소변을 보기도 한다. 이처럼 공포와 추위는 신장·방광·전립선·자궁과 같은 비뇨생식기와 척추 등의 골격에 영향을 끼친다. 가령, 생리통이 있는 여성이 지나치게 공포물을 즐기면 자궁에 손상이 가서 생리통이 더 심해지고, 성정도 나빠지기 쉽다. 또 겁이 많은 성장기 어린이는 골격 성장에 손상이 가므로 공포물은 삼가는 것이 중요하다.        

‘놀람’은 감정보다는 감각으로 볼 수 있으나, 질병 차원에서 간장과 담낭(膽囊)에 큰 부담을 준다. 담낭은 정신적으로 결단력 있는 중도(中道)의 기관으로서 용기와 선택을 담당하는데, 갑자기 놀라서 담낭이 손상을 받으면, 소화불량이 생긴다. 이로 인해 선택과 판단력이 약해져 쉽게 겁을 먹고, 우유부단하게 된다. 또 평소에 겁이 많거나 자주 놀라는 사람은 간장과 담낭이 허약해 자존감이 약해지기 쉽고, 우유부단하고, 약골체질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겁이 많거나 잘 놀라는 사람은 한의원에서 배꼽 밑의 단전 부위·중완·다리의 족삼리·손의 합곡 등에 뜸을 자주 뜨는 게 좋다. 가을과 겨울은 쑥뜸에 좋은 계절이다. 간장과 신장을 튼튼히 하는 구기자차, 용안육-산조인차 등을 즐기는 방법도 있고,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노려보면서 태권도의 정권처럼 좌우 교대로 주먹질 하는 운동도 좋다.

결과적으로 감정은 직접적으로 오장을 손상하고 우리의 평정심을 상실하게 하므로, 복잡한 생활로 인해 감정의 기복이 심한 현대인들은 격한 감정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감정 손상은 그 상처가 너무 깊어 몇 년 또는 수십 년을 두고도 치료하기 어렵고, 하나의 요법으로 치유하기도 어렵다. 오장을 보강하는 보약, 기운을 소통하는 침뜸과 도인(導引)운동, 마음공부, 음식 섭생, 생활개선 등의 종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   감정조절 방법 

그러면 감정 그 자체를 조절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현장의 상황을 직시하도록 하자. 속으로 골병 드는 스트레스나 부당한 일은 우리가 원하는 것과 관계없이 일어나고 전개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발생 그 자체를 미연에 완전하게 방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떤 일을 당하면, 먼저 그 상황을 정확하고 치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장의 상황 파악에 따라, 합리적인 이성에 근거한 판단에 따른 대처법이 강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만약 감정이 먼저 일어난다면 판단은 엉클어지고, 일은 틀어지며,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현장 상황을 직시하려면, 감정이 발생하지 않아야 가능하다. 현장 상황을 직시함으로써, 그 상황의 원인, 사건사고의 내용, 정당함과 부당성, 대처법 등을 마련하여 원활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숨을 30회 정도, 길게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하면서 대처하는 방법이다. 현장에서 합리적인 이성은 마비되고, 얼굴은 웃고 있더라도 마음은 억울하거나 분노가 치밀어서, 직시와 판단이 안서고, 짜증만 날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남모르게 호흡을 30번 정도 길게 하는 것이다. 들숨과 날숨을 30번 정도 가늘게 길게 하고 나면,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된다.(안되면 100회라도 한다.) 이렇게 진정된 마음으로 현장의 상황을 직시하고 판단하여 대처하면 된다. 

그래도 안 되면, 다음 단계로 “이것도 한 때야. 상황은 곧 변화할 거야.”라고 수차례 속으로 외치도록 한다. 감정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우리가 현장의 상황과 일을 어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상대방과 나, 그리고 어떤 상황과 일을 변하지 않는 ‘진짜’라고 받아들이므로, 감정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곤란한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감정 손상으로 일어난 육체적·정신적 고통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의 뒤틀림은 감기·소화불량·신경통·근육통보다 더욱 크게 신체에 손상을 준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심신을 괴롭히는 묵시적인 주범이 되므로, 반드시 그 즉시 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 상황 종료 후 호흡법을 통해 감정 조절이 되지않아 발생한 몸과 마음의 독소를 제거하면 좋다. 이때 호흡은 짧게 코로 들숨하고, 상대적으로 천천히 입으로 내뱉어 몸과 마음의 독소를 배출하면 된다. 10~20번 정도 이어서 하도록 한다. 몸과 마음의 온갖 독소가 나가도록 말이다. 

|   감정 조절력 배양 훈련

그런데 현장에서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려면, 평소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남에게 티 내지 않고, 습관처럼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먼저 수식결(數息訣)로 호흡의 수를 헤아리면서 정신을 집중하는 수행법이다. 호흡의 수를 1에서 시작하여 목표로 삼는 100까지 헤아려가는 방법이다. 만약 도중에 호흡 횟수가 생각나지 않으면, 이는 정신집중을 놓친 것으로 보고 다시 1부터 시작한다. 그냥 호흡을 편안히 하면서 들숨과 날숨을 내쉬며, 호흡 수를 헤아리면 된다. 100을 헤아리는 것을 10번 하면 1,000이 된다. 수식결은 호흡수의 헤아림으로 ‘정신 집중과 몰입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므로 헛된 생각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효과가 크다. 

다음으로 일상에서 천천히 산책하는 행선(行禪)이다. 산책은 사색의 힘을 강화하고,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굳이 경치 좋은 곳이 아니라도, 집 근처에 일정한 코스를 미리 정한 다음, 형편에 맞게 30분에서 2시간 정도 1주일에 2~3회 하도록 한다. 감정 조절력과 함께 건강에도 좋다. ‘따뜻한’ 차를 마시는 도중에 소변을 수  차례 볼 정도로 제법 긴 시간 동안 마시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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