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 공격으로 무너져 수천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을 때, 미국의 행태를 싫어하던 사람들은 “당연한 천벌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쓰나미 해일이 남아시아 여러 나라를 강타하여 큰 희생을 냈을 때에, 세계 여러 나라의 일부 광신적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하나님을 믿지 않는 나라들만 피해를 당하지 않았느냐? 이것은 하나님을 불신한 데 대한 천벌”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해서, 심지어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할 말을 잊고 가슴만 답답해하는 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의 뉴올리언스를 폐허로 만들었을 때에 어느 보수적인 개신교 ‘낙태반대 단체’에서는 “하나님이 동성애자들을 벌주기 위해 카트리나를 보냈다. 루이지애나 주에서 낙태 시술이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으므로, 카트리나는 낙태찬성주의자들에게 신이 내린 징벌이다”고 말했고, 어느 이슬람 근본주의 그룹은 “알라의 분노가 억압자들의 중심부를 강타했다. 카트리나는 알라가 우리 편에서 싸우라고 파견한 전사이며, 전사 카트리나는 우리와 함께 미국에 대항해 투쟁한다”는 등의 주장을 마구 쏟아냈습니다.

최근 미얀마(버마)가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보고 중국에서 지진이 발생해 수만 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나자, “버마 군사독재 정권에게 하늘이 내리는 천벌”이라거나 “중국 정부가 티베트인들의 평화시위를 유혈 탄압하는 등 악행을 저지른 데 따르는 응보(應報)”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굳이 이처럼 큰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미워하던 사람이 어려운 일을 겪거나 큰 재난을 당했을 때 안타까워하고 연민의 마음을 일으키기보다는 ‘천벌을 받았다’는 식으로 고소해 합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게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당사자인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라마는 중국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진실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종교인의 참모습일 것입니다.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할 수 없고 미움과 분노를 또 다른 미움과 분노로 녹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인류 역사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체 중생에 대한 자비를 주요한 실천덕목으로 하고 있는 부처님 제자들의 경우에는 설사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 원수라고 할지라도, 그가 곤란한 경우를 당하거나 재난에 처한 것을 보면 안타까운 연민의 마음을 일으키고 곧바로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것입니다. 혹 부처님 제자가 아니라고 해도, 맹자(孟子)가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당연한 덕목으로 꼽았듯이 다른 사람들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 ‘측은한 마음’을 일으켜야 할 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내는 것은 ‘사람다운 사람’이라면 종교를 떠나 모두가 갖추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법구경》 제5게송 ‘인연이야기’에는 이런 일화가 전해집니다. 어느 곳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대를 이어주지 못하게 되었다’는 미안한 마음에 이 여인은 자신이 나서서 다른 여인을 골라 남편과 맺어주었고, 그래서 한 집안에 남편 한 사람과 두 아내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애초의 미안한 마음과는 달리, 첫째 부인의 마음은 갈수록 불안해졌습니다.

“만약 저 여자가 아들을 낳으면, 나는 찬밥 신세가 될 거야”라는 생각이 깊어지자, 두 번째 부인이 임신을 할 때마다 갖가지 방법을 써서 낙태를 시켰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임신과 낙태까지는 아무도 모르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결국 세 번째 임신했던 아이와 자기 목숨까지 잃게 된 순간에 이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된 두 번째 부인이 죽어가면서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한편 이런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첫 번째 부인을 모질게 때려서 숨지게 되었습니다.

이 두 여인은 새로 태어날 때마다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서로 ‘물고 물리는 미움과 증오, 복수의 악순환’이라는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부처님께서 이 둘 사이에 오랜 생애에 걸쳐 쌓여온 이야기를 해주시고, 두 사람에게 “증오를 버리라”는 가르침과 함께 다음 게송을 설해주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미움으로 미움이 끝나지 않으니, 오직 사랑으로만 미움은 사라지리.”

그렇습니다. 만약 위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이 서로 원수가 되어 영겁토록 복수의 칼날을 서로 겨누게 된다면 과연 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아니 이 세상이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재난을 당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누구이든 우선 안타깝게 여기는 따뜻한 마음과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자신이 ‘분노와 복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해주어 결국 자기 자신을 돕는 일임을 명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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