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의 고난은 끝이 없습니다. 중생계는 탐욕과 욕망의 세계이기에 삼독의 먹구름이 갤 틈이 없습니다. 그침 없는 고통을 감내하고 매 순간 다가오는 고통을 또 다른 고통으로 전이하면서 살아가는 게 중생의 모습입니다.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만, 행복의 비는 좀처럼 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욕망에 몰입하며 정처 없이 살아갑니다.

부처님은 고통의 바다에서 헤매고 떠도는 중생을 향해 자유와 행복의 땅으로 상륙하는 온갖 지혜를 설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위대한 가르침을 외면하고 스스로 고통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삶의 고통을 벗어나는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입니다. 운전하는 사람은 어떤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릅니다. 그래서 복잡한 길도 잘 찾아갑니다. 그러나 정작 인생의 고통과 고난을 벗어나는 길을 안내하는 부처님의 안내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게 또한 중생의 습성입니다.

진리와 자유 그리고 평화를 향한 부처님의 내비게이션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하다고 느껴지겠지만 목적지는 정확합니다. 그 목적지는 행복입니다. 온갖 고통과 불행을 건너 행복의 땅에 이르는 것이 불자들의 소원입니다. 집착하는 마음만 줄여나가도 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집착은 순조로운 항해를 방해하여 엉뚱한 길로 안내합니다.

집착이란 어떤 상황이나 물질에 마음이 쏠려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순리대로 살지 못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집착이 가져오는 폐해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부터 엄청난 파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정작 집착하는 당사자는 그것이 집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녀에 대한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여 자녀의 앞길을 망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습니다.

<잡아함>의 ‘청정경’에서 부처님은 오온의 작용을 바르게 관찰하여 집착하지 않는 것이 열반으로 나아가는 넓은 길임을 강조했습니다. 그 설법 내용은 이렇습니다.

“물질은 덧없는 것이다. 덧없으면 괴로운 것이요, 괴로우면 ‘나’가 아니며, ‘나’가 아니면, 그 일체는 ‘나’도 아니요, ‘다른 나’도 아니며 ‘나와 다른 나’의 합한 것도 아니라고 참답게 아나니, 이것을 바른 관찰이라 한다. 느낌·생각·지어감·의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이 ‘다섯 가지 받는 쌓임[五蘊]’에서 그것은 ‘나’가 아니요, ‘내 것’도 아니라고 관찰한다. 이렇게 관찰하면 모든 세간에서 전연 취할 것 없고, 취할 것이 없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으며, 집착할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열반을 깨닫느니라.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행해지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아느니라.”

자아에 대한 집착, 자기 것에 대한 집착,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집착 등은 삶의 바른길을 막아서는 장애물입니다. 오온이란 인간의 실체를 구성하는 몸(색)과 정신 작용(수·상·행·식)을 뜻합니다. 이 오온을 초탈하기 위해서는 무상과 공의 도리를 알아야 합니다. 무상을 알면 집착을 떠날 수 있고 공을 알면 ‘본래면목’을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전을 공부하거나 참선이나 명상으로 삼매에 드는 것도 궁극적으로 집착을 벗어나기 위한 것입니다. 집착의 근저에 도사린 탐·진·치 삼독(三毒)을 제거하지 않고는 어떠한 지혜도 자비도 발현되지 않습니다.

<금강경>에서도 네 가지 상(相) 즉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에 얽매이지 말고 무주상 보시의 복덕을 끝없이 닦으라고 가르치는데 이 역시 집착하지 않는 삶을 안내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봄꽃은 천하를 화려하게 장엄하지만 천하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피었는가 싶으면 며칠 그 어여쁨을 뽐내다가 이내 져버립니다. 사람들은 ‘화무십일홍’이라는 말로 그 허망함을 이야기하지만, 알고 보면 봄꽃의 황홀한 낙화야말로 결실을 위해 자기를 버리는 것입니다. 꽃이 지지 않으면 열매가 맺지 못하듯이 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성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사무쳐 깨달아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집착, 권력과 부 그리고 명예에 대한 집착, 조직과 자기 자신의 영락을 위한 집착 등은 모두 탐욕이고 어리석음입니다. 바야흐로 국회의원 선거 열기가 뜨겁습니다. 누가 집착을 버리고 자기희생을 통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것인지 예리한 혜안으로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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