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빛은 어느 곳이든 차별을 두지 않고 고루 비추지만 장소에 따라 그 빛을 받는 데 차별이 따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산이 높으면 빛을 일찍 받고 많이 받으며, 산이 낮으면 늦게 받고 빛이 적게 머무르다 갑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도 이와 같아서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진리를 펼치시지만 사람의 근기에 따라 사람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중생에게 내리는 부처님의 자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평등하지만 사람들마다 그 자비를 입는 가피는 달라지게 됩니다. 즉 지혜로운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받들어 자비로움을 입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외면함으로써 가피를 입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지혜의 태양은 모든 어둠을 파괴하며, 능히 재앙의 풍화(風火)를 항복시키고, 널리 세간을 밝게 비춘다.”

〈묘법연화경(妙法連華經)〉에 나오는 이 말씀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태양에 비유해 중생이 무명에서 벗어나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삶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줄이고 비울 때 지혜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제자들에게 당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욕심이 적으면 근심도 적느니라. 욕심이 많으면 이익을 구함이 많기 때문에 번뇌도 많지만, 욕심이 적으면 구함이 없어서 근심걱정도 없느니라.”

실제로 탐욕이 많은 이는 만족할 줄 모릅니다. 아흔 아홉 개를 가진 사람이 한 개를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아 백 개를 채우려 한다는 말은 인간의 탐욕을 잘 빗댄 표현입니다. 반면 욕심을 덜어낸다면 근심걱정 또한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부처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번민과 고뇌와 걱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만족할 줄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라.”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비록 재산이 없어 물질적으로는 가난할지 몰라도 마음만은 부유한 사람일 것입니다. 이를 가리켜 소욕지족(小欲知足)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유교경(遺敎經)〉에서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덕목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지족(知足)입니다.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것이란 뜻입니다. 그리고 지족하기 위해서는 소욕(少欲)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소욕이란 스스로 욕망을 절제하는 마음입니다. 부처님께서 소욕지족을 말씀하신 뒤 이어서 고요함을 유지하라[寂靜], 정진(精進)하라, 올바른 생각을 가져라[守正念], 선정(禪定)을 닦아라, 지혜(智慧)를 닦아라, 쓸데없는 논쟁(論爭)을 하지 말라 등을 말씀하셨는데 이것이 곧 수행자가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덕목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소욕지족’입니다.

인간의 모든 번뇌는 욕망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 욕망은 스스로 지족하지 못함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번뇌에 물들지 않고 지혜로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애써 구하거나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오는 것을 막으려 하지 않고 가는 것을 잡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삶은 언제나 평온하고 자유롭습니다. 옛 스님들은 이런 삶으로 세속의 욕심을 질타하셨습니다.

자신을 비우거나 버릴수록 행복의 그릇은 커진다는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스스로 버리고 비운다는 것은 고뇌와 번민에서 벗어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비운 그릇엔 행복이 자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소욕지족이라 해서 가난하고 발전 없는 삶을 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쉼없이 정진하라.”고 하신 것은 현재의 삶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경책입니다. 부질없는 욕심에서 벗어나 만족한 삶을 살되 이상은 항상 더 높은 곳에 두고 열심히 정진해야 합니다. 이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며 지혜로운 삶인 것입니다.

늘 자신을 성찰하며 오늘보다 내일을 더욱 행복하게 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목탁이 자신을 비워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 자신을 비우되 나와 남을 위해 정진하고 실천하는 삶이 아름다운 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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