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보물 상당수 차지하는
찬란한 불교 문화유산
​​​​​​​잘 지켜 후대에 물려주자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서기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2년이다. 이 해 전진(前秦)의 왕 부견이 사신과 함께 승려 순도(順道)를 파견해 불상과 불경을 보내왔다고 〈삼국사기〉가 전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지 1652년이 되는 해이다.

이 긴 세월 동안 불교는 한국인에게 종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불교는 한국인 의식 구조의 저변에 자리해 인생관과 세계관 구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조상들은 불법에 의지해 나라를 지키고자 했으며, 신심을 예술로 표현해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도 고려 황제 현종이 사찰을 찾아 불공을 드리는 장면이 나온다. 황제에서부터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고려인들은 불법에 의지해 나라를 지키고자 했다. 승려들도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무기를 들고 나서 적과 싸웠다. 고려-거란 전쟁에도 승병들의 참전 기록이 전한다.

현종은 황제가 되기 전에 스님이었다. 황제는 남으로 피난을 가고, 송악을 점령한 거란군이 물러가지 않자 황제가 신하들과 함께 대장경 판각을 맹세한다. 그러자 비로소 거란군이 물러갔다고 〈동국이상국집〉은 기록하고 있다. 대장경 판각은 계속되는 거란과의 전쟁 속에서 1012년부터 1087년까지 75년간 새겨졌다.

이후 유라시아를 점령한 몽골의 침입 때도 팔만대장경을 새기며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항전했다. 절 한 번 하고 글자 한 자 새기는 정성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이 같은 전통은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한국불교의 유구한 전통 중 하나가 호국불교인 것이다.

불교는 또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우리 국토 어디에나 불교의 문화유산이 있다. 한국 국보와 보물의 상당수가 불교문화 유산이다. 불교적 작품을 빼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논할 수 없다.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1883∼1969)가 “인간 실존의 절대성, 영원성,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종교와 예술이 합치된 작품”이라고 극찬한 일본 국보 1호 ‘목조 미륵반가사유상’의 양식이 우리나라 삼국시대 것이라는 사실은 한국 불교문화의 수준을 잘 보여준다. 이 반가사유상의 아름다운 미소와 자태에 반한 대학생이 불상을 끌어안다가 손가락을 하나 부러뜨린 사고가 있었다. 그때 떨어진 나뭇조각을 연구했더니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적송(赤松)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최근 궁궐 담장 낙서 사건이 있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인 ‘모나리자’는 도난과 훼손 사고 뒤 방탄유리로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우리도 그런 정신으로 불교문화 유산들을 지켜야 한다. 일본 국보 1호와 쌍둥이처럼 닮은 우리 국보 78호와 83호의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나란히 전시돼 있다.

1950년대 말, 필자가 초등학생 때 수학여행 갔던 경주의 문화재 실태는 참담했다. 개구쟁이들은 석굴암 부처님의 손가락에 매달려 장난을 쳤고, 첨성대 내부에는 오물마저 있었다. 전후에 살기 힘들었던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은 잘 보호되어 있다. 하지만 허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1652년 역사의 한국불교가 물려준 찬란한 문화유산들을 잘 지켜 후손에게 제대로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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