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도재일(成道齋日, 음력 12월 8일) 봉축 분위기는 여러모로 아쉽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사회적 환경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근본 원인은 성도절을 대하는 사부대중의 마음가짐이 느슨해진 데 원인이 있다. 천태종 부산 광명사와 청주 명장사 등 주요 사찰은 1월 18일과 16일 부처님의 성도를 축하하는 특별법회를 봉행했고, 지역 일부 사암연합회도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하지만 불교 4대 명절이란 말이 무색하게 특별법회를 열지 않은 사찰이 많고, 철야기도나 특별법회에 참석하는 불자들도 급감했다. 백중·동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았다는 포교 현장의 전언은 시사하는 바 크다.

흔히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 말한다. 절대신에게 의지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마음의 실상(實相)을 자각하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싯다르타가 6년간의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어[成道] 부처님[佛陀, 깨달은 자]이 되었다는 의미는 탄생·출가·열반보다 오히려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명절을 가볍게 지나치는 건 ‘불도를 닦아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사홍서원을 망각한 행위이다.

국제불교협회와 보드가야마라톤협회가 국내 한 사찰의 재정 지원 아래 1월 14일 인도 보드가야에서 성도절 기념 ‘제1회 세계평화 기원 마라톤대회’를 개최했는데, 1만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성도절에 1,080배·3,000배 용맹정진을 하거나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송하는 등 수행에 무게를 둬도 좋지만 이렇게 축제의 장으로 승화하면 어떨까. 내년에는 불교계와 각 사찰에서 성도절 준비에 만전을 기해 불자들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부처님 성도를 봉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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