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성파 종정.

“무풍한송의 맑은 바람 사바를 청정케 하네”

영각(影閣) 앞 자장매(慈藏梅)가 잎을 떨구고 겨울을 지내는 것은 향긋한 봄소식을 전하기 위함이며, 금강계단 앞을 흐르는 계곡물은 산중의 소식을 세간에 전함이로다.

대중이 모여서 삼동결제를 하고 이사(理事)가 화합하며 정진하는 일은 출격장부를 배출하여 화택(火宅)의 뜨거운 불길을 식혀주며, 갈증으로 신음하는 중생들에게 감로(甘露)를 베풀기 위함이니라.

본래 청정한 마음으로 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면 예토가 바로 정토요, 모두에게 구족한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이 드러나니 질병은 저절로 소멸되며, 위기는 기회가 되도다. 대립과 갈등이 자타(自他)가 본래 한 몸임을 자각하면 세상 모두가 참으로 소중한 인연임을 알게 되었도다.

번뇌 그친 곳에 한계를 극복하는 지혜가 현전(現前)하고, 모든 이들이 행복할 터전이 마련되도다.

세사내불연(細思乃不然)하고
진교비환영(眞巧非幻影)이로다.
욕령법어묘(欲令法語妙)인데
부염공차정(不厭空且靜)이로다.
정고료군동(靜故了群動)하고
공고납만경(空故納萬境)이로다.

자세히 생각하면 그렇지 아니하고
진정한 고요함은 환영이 아니라네.
오묘하고 묘한 법어를 만들려면
공과 정을 싫어하지 않아야 하네.
고요하기에 모든 움직임을 이해하고
공하기에 모든 경계를 포용한다네.
 

진각종 경정 총인.

“그래도 은혜와 회향이 희망입니다”

태양은 여전히 광명을 놓아 새해를 열고 군생은 새날의 희망을 소담하게 다짐합니다. 하늘과 땅에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 서리니 선남선녀 마음 여미고 맑은 서원 세웁시다.

과학문명 혜택에도 갈등과 분쟁은 늘어가고 물질발전 풍요 속에 빈곤과 차별이 깊어져도 물질문명 다스리는 본연의 마음 되찾으면 이곳이 평화세계라고 심인진리 일깨워줍니다.

진리세계는 본래 상호 의지하여 생멸하고 뭇 생명은 서로서로 은혜 활동의 산물이니 누겁(累劫)의 중생 번뇌를 청명하게 걷어내면 앞집 뒷집 누구나 다 평등한 이웃입니다.

세간사 여기저기 미움과 다툼이 끝없어도 은혜의 이치 깨치면 화해의 기운 우러나서 나라나 사회마다 함께 사는 동네가 되고 우리가 머무는 곳곳이 웃음꽃 터전 됩니다.

근본을 앞세우면 지말(枝末)은 절로 따라가니 제각기 고마운 마음을 지금 먼저 돌려주고 정치와 경제도 바른길 본받아 걷게 하여 은혜 누리며 회향의 세상을 열어봅시다.

새해에는 청량한 기운이 세상사의 아픔을 보듬고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은혜의 큰 품으로 감싸서 갑남을녀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희망을 피워봅시다.

 

태고종 운경 종정.

“마음부터 정화하고 다스리자”

세속은 날을 헤아리고 달을 보내며 새로운 해를 맞이합니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일일호일(日日好日) 월월선명월(月月善明月) 년년대호년(年年大好年)”이라고 하셨습니다. 나날이 우리가 바르고 참답게 살면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 한 달이 역시 더 좋은 달이 되고 그 좋은 달들이 모여서 더 좋은 해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잘 사는 것이 한 해를 잘 사는 것이고 나아가 평생을 바르게 잘 사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만일 인간의 마음이 깨끗하고 착해지면 그들이 사는 세계도 아름답게 장엄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돈독한 신심으로 세상을 보다 밝게 만들고 메마르지 않고 인정이 도는 훈훈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부터 정화하고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인과(因果)를 피할 수 없습니다. 남을 훼방하고 괴롭히면 그 결과는 화가 되어 나에게 돌아옵니다. 남의 등을 밀고 남을 속이면 결국 그 손해는 나에게 떨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는 신심이 돈독한 참 불제자로서 새로운 각오와 다짐의 원력으로 이 새해를 맞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에 있었던 모든 잘못을 참회하고 잘못된 의식과 행동을 과감히 버려서 새로운 마음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한 사회와 세계가 바로 불국정토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 돈독한 신심으로 부처님이 됩시다. 그럴 때 년년대호년 갑진년 좋은 한 해의 기틀이 될 것입니다.

 

관음종 홍파 종정.
관음종 홍파 종정.

“행복·평화 나누는 길잡이 됩시다!”

갑진년 밝은 해가 떠올랐습니다. 온 산하대지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밝은 태양은 지혜와 깨달음을 열어주는 문입니다.

그러나 소외된 세계인의 마음속에는 아직 새해 밝은 태양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이 고도화된 이 시대에 지구촌의 한쪽에서 여전히 전쟁으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굶주림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지구는 서로 공존할 수 없을까요?

우리는 온 세상이 인드라망이며, 지구라는 한배를 탄 동체대비의 한 몸입니다. 상대방이 자신인지 모르기에 싸움을 하고 투쟁을 하며, 원망하고 서로 미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연기적 존재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듦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다른 이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고 이웃의 행복이 우리의 행복임을 깨쳐야 합니다.

지구가 행복하지 않으면 내가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구가 평화롭지 않으면 내가 평화롭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 행복과 평화를 나누는 길잡이가 됩시다.

 

총지종 법공 종령.

“서로 용기 나눠 원하는 바 이루자”

올해는 갑진년 청룡의 해입니다. 용은 예로부터 힘과 용맹, 지혜를 상징하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우리나라 전설에 어려움을 극복한 이무기가 용이 되어 모든 난관을 이겨내는 이야기는 우리 종단은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려움에 처한 한국 불교 모든 종단에 용맹정진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큰 영감을 줍니다.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에는 이러한 용의 기운을 담아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와 힘을 전달하여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루는 값진 한 해가 되기를 서원합니다.

계묘년이 지나고 갑진년이 시작되듯 세월의 흐름과 그 자연의 섭리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이치 속에는 생멸이 공존하듯 단체나 개인 또한 발전과 퇴보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갑진년 한해는 종단의 기초를 단단히 다져 어떠한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종단으로 거듭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불자들은 갑진년 새해 아침 지평선 넘어 떠오르는 희망찬 태양처럼, 어두운 마음을 밝히는 부처님의 본불성과 자리이타의 등불을 켜야 합니다. 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 나아가 일체중생 모두가 부처님의 본성을 간직한 고귀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지혜의 등불, 이웃과 사회를 위해 사랑과 봉사를 다짐하는 원력의 등불, 불퇴전의 용맹심으로 대자대비를 실천하기 위한 정진의 등불을 켜야 합니다.

끝으로 갑진년 새해를 맞이하여 비로자나부처님의 가지 원력으로 불자 여러분들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시고 변함없이 건강하시어 소원하시는 모든 일들이 성취되기를 비로자나부처님께 지심으로 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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