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지만, 곳곳의 언 땅속에서 움츠리고 있던 파란 새싹이 솟아오르고 냇가의 버들강아지도 움을 틔워 따뜻한 봄소식을 전해줍니다.

‘봄’이라는 말이 이처럼 희망과 밝음을 상징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노곤하게 하고 봄기운에 취해 술과 같은 중독성 물질에 빠지거나, 목적 없이 길거리를 방황하거나, 나쁜 친구를 사귀거나, 노름에 빠져들거나, 게을러지게 하는 등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신심 깊고 기도 수행을 열심히 하는 우리 불자님들은 봄기운에 취해 혹시라도 잘못된 행동을 하는 분이 없으시겠지만, 이웃이나 벗들 중에 그런 이들이 있으면 아래에 전해드리는 부처님 가르침으로 그들을 잘 인도하여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부처님께서 싱갈라라는 제자에게 일러주신 가르침이 《아함경》 〈선생경(善生經)〉에 다음과 같이 전해옵니다.

“술과 중독성 물질에 탐닉하면 재산을 잃고 분쟁을 조장하며 병에 걸리기 쉽고 나쁜 명성을 얻으며 은밀한 곳을 드러내게 되고 지혜가 없어지게 되는 등 여섯 가지 위험이 있소.

적절한 때가 아닌데도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자기 배우자와 자식들을 지키지 못하며, 재산을 지키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저지른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을 받게 되기 쉬우며, 자신을 둘러싼 헛소문이 늘어나고, 갖가지 괴로운 일을 만나게 되는 여섯 가지 위험이 있소.

노름에 몰두하는 사람은, 땄을 때에는 적이 생기고, 잃게 되면 손해 본 것을 몹시 안타까워하며,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이 없어지고, 법정이나 다른 모임 등에서 노름꾼이 하는 말은 믿어주지 않으며, 친구와 동료들에게 멸시 당하고, 노름꾼은 배우자를 부양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도 결혼상대로 원하지 않는 등 여섯 가지 위험이 있소.

나쁜 친구를 사귀는 일에 몰두하면 노름꾼, 방탕한 사람, 술꾼, 사기꾼, 협잡꾼, 싸움꾼들과 친구가 되어 갖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게으름에 빠진 사람에게도 여섯 가지 위험이 있소. ‘너무 춥다’면서 일을 하지 않고, ‘너무 덥다’면서 일을 하지 않으며, ‘너무 이르다’면서 일을 하지 않고, ‘너무 늦었다’면서 일을 하지 않으며, ‘배가 너무 고프다’면서 일을 하지 않고, ‘배가 너무 부르다’면서 일을 하지 않소. 이런 식으로 일을 하지 않을 핑계만 찾으면서 살다가, 예전부터 갖고 있던 재산은 다 써 버리고 아직 벌지 못한 재산은 더 벌지 못하게 되지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고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들 중에도 일시적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필로폰이나 대마초에 중독되어 자신뿐만 아니라 온 가족을 파멸로 몰아넣고, 주변의 친구들까지 범법자로 만드는 이들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알코올에 중독되어 직장을 잃고 가족과도 헤어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세계에서 국민 1인당 알코올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수치스러운 통계자료까지 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폐광지역에 개설한 카지노에서는, 하루 일해서 하루를 간신히 먹고 사는 어려운 사람들까지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헛된 꿈을 꾸면서 일생을 허비한다고 하고, 타고 온 승용차와 결혼반지까지 맡기고 노름 밑천을 구하느라 다른 곳에서는 사라져가고 있는 전당포가 성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또한 그럴듯한 이유를 내걸고 정부나 국영 기관에서 운영하는 경마장과 경륜장에도 비슷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잘못된 친구를 사귀다가 범죄 집단에 빠져들기도 하는 잘못된 흐름이 점차 초등학생으로까지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듣기조차 두려운 소식도 전해집니다.

부지런히 공부하고 훈련하며 열심히 일해서 잘 살겠다는 생각보다는 편히 놀고 지내면서도 부자가 되고 싶은 헛된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이 사회에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일들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데에는 위정자를 비롯한 정치·경제·사회 등 각계 지도층의 잘못도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투기·논문 표절·탈세 등 ‘바르지 못한 일’들을 앞장서서 저지른 사람들이 각계 지도층으로 이름을 내고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층에서부터 그렇게 보고 배웠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불자님들과 가족, 이웃들은 그런 이들이 일시적으로 누리는 호화 생활 같은 것은 무시해버리고 몸과 입과 마음으로 바르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악업을 지은 사람들은 그 과보를 언젠가 돌려받게 되어 있고, 여러분이 지은 선업 또한 언젠가 크나큰 복덕이 되어 여러분을 도와줄 것이 확실합니다. 불자님들은 이번 ‘봄’을 풀이 저절로 푸르러지는 계절로 만들어 가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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