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7(2023)년 계묘년 새해 태양이 힘차게 솟아올랐다. 새해는 지난 날에 대한 반조와 반성을 통해 미래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시점이다. 지난해 우리는 실로 다사다난한 사건을 겪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긴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세계적으로 위축된 경제상황은 성장률을 둔화시키며 기사회생의 적기를 찾는 중이다. 특히 경기침체는 서민들의 삶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서울 이태원에서는 핼러윈데이 때 몰려든 인파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분명 우리에게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우리에게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주문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하 인류는 공통적으로 맞고 있는 과제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이다. 세계적인 과학지 〈네이처〉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통해 최후 방어선인 지구온도 상승 1.5도 제한을 지켜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탄소중립을 실현해야만 현실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변화는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지난 연말 미국 와이오밍주에서는 30분 만에 기온이 영하 6도에서 영하 16도로 급락하는 급강하 현상이 나타났다. 몬태나주 산악지대 수은주는 영하 46도로 뚝 떨어졌다. 북극에 있어야 할 차가운 기류가 대서양의 습한 공기를 만나 ‘폭탄 사이클론’으로 불리는 겨울 폭풍이 되어 몰아친 것이다.

반대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중순 영국과 스페인 등 서유럽은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7월, 40도를 넘은 지역에서 사흘 동안 1,000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페인에서도 6월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7월 중순까지 1,500여 명이 사망했다. 포르투갈에서도 1,000명 이상 사망하는 진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공공보건의 강화가 꼽히고 있다. 특히 빌게이츠는 올해 인류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의 하나로 공공보건을 강조했다. 빌게이츠는 “코로나 팬데믹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어린이 예방접종을 방해했다. 우크라니아와 러시아의 전쟁은 전 세계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는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과 아이들을 위한 공공보건 지원이 보다 확대되고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경제침체를 극복하고 그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는 삶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 인간의 삶은 경제활동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경제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 세 가지는 반드시 풀고 넘어야 할 올해 인류의 공통과제다. 여기에 불교계가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보다 넓게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불교의 가르침이 이들 문제를 푸는 데 유효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무욕(無欲)과 무소유(無所有) 등 인간의 욕심을 절제하도록 가르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기후위기에 따른 환경변화 등 인류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는 게 전문학자들의 견해다. 또한 화해와 평화를 사상적 기반으로 하는 불교의 화쟁사상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작용할 수 있는 아젠더(Agenda)다. 나아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도록 가르치는 자비사상은 인류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한다. 이러한 점에서 올해도 불교계가 이들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과 해결책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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