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호

통계청 2021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 비율의 20.3%를 차지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이에 따라 주거·여가·치매 관리·건강증진 등 노인복지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999년 복지재단을 설립한 천태종은 현재 노인복지관 10개소, 노인보호전문기관 1개소를 위탁운영 중이다. 전체 시설이 17개소인 점을 고려할 때 노인복지시설의 수는 압도적이다. 노인의 날(10월 2일)에 즈음해 ‘어르신 행복’에 앞장서는 천태종 노인복지시설의 특화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춘천동부노인복지관 ○ ‘사랑의 빵굼터’
“빵 직접 만들어 나눔의 기쁨 누려요”

― 글·사진 문지연 기자

이날 어르신들이 권강현 제빵사와 함께 만든 머핀은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산하 어린이집 원아들에게 전달됐다. 
이날 어르신들이 권강현 제빵사와 함께 만든 머핀은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산하 어린이집 원아들에게 전달됐다. 

조각구름 하나 없이 하늘이 청명했던 7월 20일, 강원도 춘천 효자동에 위치한 카페 ‘티라미수’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달착지근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을 기분 좋게 감쌌다. 가게 안에는 빨간색 앞치마를 질끈 동여맨 9명의 어르신이 권강현(57, 여) 제빵사와 함께 빵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모두 춘천동부노인복지관(관장 종세 스님)에서 진행하는 ‘사랑의 빵굼터’ 사업 수강생이다.

연금공단 춘천지사 공모사업 선정

‘사랑의 빵굼터’는 춘천동부노인복지관이 국민연금공단 춘천지사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진행 중인 사업이다. 이 사업은 제빵을 통해 어르신들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제빵 수업은 5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매주 수요일에 진행되고 있는데, 총 10명의 어르신이 참여 중이다.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이 제빵 교육을 받으면서 만든 빵을 인근 복지관을 통해 아동·청소년·독거노인·장애인 등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복지관은 이전에도 네 차례 국민연금공단 춘천지사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예절·예술교육봉사단, 2018년에는 친환경 수세미 제작·나눔, 2019년과 2021년에는 손뜨개 제작·나눔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을 할 수 없어 잠시 사업을 중단했다. 현재까지 5개 사업에 80여 명의 어르신이 참여했다.

올해 공모사업 주제가 ‘제빵’이라는 소식에 복지관 후원회 ‘세실로 250’의 후원이사인 권강현 제빵사가 흔쾌히 강사를 자청하며, 자신의 가게를 실습장으로 제공했다. 권 제빵사는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어르신들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빵을 만들 수 있도록 꼼꼼하게 살피고 있었다.

“첫 수업을 진행할 때 어르신들이 거품기나 오븐 등 제빵 도구 사용을 어려워하셨어요. 그러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능숙해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차올라요. 다 함께 만든 빵을 오븐에 넣고 빵이 부푸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아이처럼 손뼉을 치고 좋아하십니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 저도 수업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어르신들이 제빵 기술을 잘 배우셔서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사랑의 빵굼터’ 프로그램 참여 어르신들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머핀 반죽을 유산지에 소분하고 있다.
‘사랑의 빵굼터’ 프로그램 참여 어르신들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머핀 반죽을 유산지에 소분하고 있다.

이날 수업주제는 ‘초코 머핀’과 ‘치즈 머핀’이었다. 어르신들은 권 제빵사의 지도에 따라 반죽을 유산지(케이크를 구울 때 팬에 들러붙지 않게 하는 종이)에 소분하고, 그 위에 토핑 재료를 올렸다.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자원봉사자들이 손길을 보탰다. 집중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비지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입가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이 모습을 이주은(27, 여) 사회복지사가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 복지사는 입사 2개월 차의 신입직원인데, ‘사랑의 빵굼터’ 사업을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입사 후 처음으로 맡은 사업이라 애정이 큽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앞서지만, 늘 어르신들의 안전과 흥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요.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빵을 누구에게, 어디에 전달하고 싶어 하는지, 수업과정에 불편함은 없는지 등 작은 부분도 세심하게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르신들도 매번 ‘고맙다.’고 하시고, 손녀처럼 챙겨주셔서 항상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복지사는 수업이 끝날 때마다 설문지와 개별면담을 통해 수업만족도와 개선사항 등을 취합한다. 이런 내용은 곧바로 다음 수업에 반영된다. 이 복지사는 오븐에 머핀을 넣고 굽는 동안에도 어르신들이 무료하지 않도록 말동무를 하고, 포장재료를 함께 준비했다. 가끔 “노래 한 곡 불러 보라.”는 등 어르신들의 짓궂은 농담에 진땀을 빼기도 하지만, 웃음소리가 가득한 시간이었다.

나누면 마음이 풍요로워져

오븐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머핀을 꺼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고소한 버터 향이 풍겨왔다. 머핀을 식히는 동안 어르신들은 빵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아이처럼 손뼉을 치고 즐거워했다. 수업에 참여한 함영자 어르신(78, 여)은 자신이 만든 빵을 보고 “먹음직스레 잘 구워졌다!”며 뿌듯해했다.

함영자 어르신은 13년 전부터 춘천동부노인복지관에 다니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그간 복지관에서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해왔고, 복지관 안내데스크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함 어르신은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요가수업과 건강체조, 노래교실 등에 참여하던 중 제빵 수업이 개설됐다는 소식에 곧바로 신청했다. 제빵은 살면서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에 올라있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제빵을 꼭 배워보고 싶었는데, 먹고사는 일이 바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복지관에서 제빵 수업을 실시한다는 말을 듣고 곧장 신청했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있고 보람차요. 강사님의 지시에 따라 최대한 정성껏 따라 하려고 노력하는데 멋진 결과물이 나오면 신바람이 납니다. 또 직접 만든 빵을 주변의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나 청년들에게 전달하고, 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면 마음이 저절로 풍요로워지더군요. 이런 게 바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다음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꼭 참여할 생각입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어르신의 손은 완성된 머핀을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어르신들은 초코머핀과 치즈머핀을 선물상자에 넣고, 끈으로 묶어 포장했다. 한창 포장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 춘천동부노인복지관장 종세 스님이 실습장을 방문해 포장을 거들었다. 종세 스님은 익숙한 손길로 빵을 포장하며 어르신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이렇게 완성된 머핀은 총 19상자(114개)였다.

춘천동부노인복지관장 종세 스님이 어르신들과 함께 빵을 포장하고 있다.
춘천동부노인복지관장 종세 스님이 어르신들과 함께 빵을 포장하고 있다.

포장이 마무리될 무렵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직원들이 실습장에 찾아왔다. 복지관이 운영하는 장애인어린이집 원아들에게 제공할 간식을 받기 위해서다. 어르신들은 직원들에게 직접 만들고 포장한 머핀을 건네며 “아이들이 잘 먹을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채재관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광역사업부장(47, 남)은 “어르신들이 머핀을 만드시는 동안 손주들을 생각하셨을 것 같다.”면서 “어르신들이 빵 안에 담아주신 마음까지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겠다.”고 약속했다.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향하는 어르신들의 옆으로 머핀을 실은 복지관 차량이 힘차게 바퀴를 굴리며 지나갔다. 그 뒤를 따라 걷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어쩐지 가볍고 신나 보였다. 어르신들의 우울감 해소와 정서 안정을 위해 진행 중인 ‘사랑의 빵굼터’ 사업은 참여하는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들고 있었다. 작은 빵 한 조각에 담긴 온기와 애정을 이웃과 나눌 수 있어 더욱 기쁘고 행복하다는 어르신들. 어르신들의 기쁨이 널리 퍼져 우리 사회를 행복으로 채워주길 기대한다.

각자 역할을 분담해 머핀 재료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각자 역할을 분담해 머핀 재료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압구정노인복지센터 ○ ‘내일을 여는 기억채움버스’
“메타버스로 친구 만들고 치매도 함께 예방해요.”

― 글 정현선 기자

“메타버스(Metaverse)에서 만나는 사람은 모두 내 친구에요. 날마다 메타버스에 접속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니 청춘 같은 활기를 느껴요.”

서울 압구정노인복지센터의 ‘내일을 여는 기억채움버스’ 참가자들의 소감이다. 압구정노인복지센터는 ‘비대면’이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어르신들의 디지털 적응과 치매인식 개선 및 예방을 위한 메타버스 활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압구정노인복지센터 이용 어르신이 보조강사의 도움을 받아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조정하며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압구정노인복지센터 이용 어르신이 보조강사의 도움을 받아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조정하며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7월 26일, 노인복지센터 3층 프로그램실에는 평균 연령 70대인 어르신 10여 명이 모여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강사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귀여운 캐릭터가 움직이고 있었는데, 어르신들은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 속 아바타를 자유자재로 조정했다. 한두 달 전까지 ‘메타버스’라는 용어조차도 생소해 하던 어르신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세계 속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아바타를 팔로우하고 친구를 맺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VR·AR 활용한 디지털 교육

천태종복지재단 산하 압구정노인복지센터(관장 김성진)는 5월 24일부터 11월 8일까지 매주 화요일, 시설 이용 어르신을 대상으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게임형 콘텐츠인 리얼큐브·해피테이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억채움버스’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어르신들이 최신 트렌드인 메타버스를 이해하고, 청년들과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치매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해 세대 간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 또는 추상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세계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아바타를 활용해 현실처럼 구현한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이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어르신들에게 평소에는 경험해볼 수 없는 새로운 가상현실 세계를 소개하고, 치매에 대한 어르신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 건강한 지역공동체의 일원이 되도록 하고자 기획됐다.

기억채움버스 사업은 크게 △지식더하기 △두뇌건강 더하기 △시선더하기 등 3개 수업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지식더하기’는 치매 예방 이론교육과 함께 치매를 소재로 한 영화를 감상하며 치매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수업이다. ‘두뇌건강 더하기’에서는 치매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VR·AR 등 다양한 디지털 활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치매 자가진단과 두뇌게임을 진행하고, 가상공간에서 치매 관련 교육을 받으며 퀴즈도 풀 수 있다. ‘시선 더하기’는 어르신과 청년 세대가 함께 펼치는 치매 인식 개선활동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Geppetto)를 활용해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고 치매와 관련된 인터뷰도 진행한다. 어르신들이 직접 치매 관련 정책을 지역사회에 제안하는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할 수도 있다.

어르신들이 리얼큐브·해피테이블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치매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리얼큐브·해피테이블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치매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맞춤형 수업, 생활에 활기

기억채움버스 ‘두뇌건강 더하기’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김예은(퓨처플래닝연구소장) 강사의 지도 아래 프로젝터 화면과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번갈아 보느라 돋보기안경을 연신 올렸다, 내렸다 반복했다. 휴대폰 속 가상현실 세계가 익숙하지 않은 탓에 화면 속 아바타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 당황하기도 하지만, 강사가 조작법을 반복해서 차근차근 알려주자 이내 임무를 성공했다.

“처음 보는 화면과 익숙하지 않은 조작법이 어르신들에게 꽤 어려우실 텐데 포기하지 않고 잘 따라와 주세요. 처음에는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것조차 힘들어하셨는데 이제는 메타버스 안에서 능숙하게 활동을 하십니다. ‘다음 교육이 기대된다.’며 환하게 웃으실 때면 강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다만 빨리 배우지 못하더라도 실망하거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배움보다도 서로 즐겁게 소통하는 과정이 치매예방에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예은 강사는 강의를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보조강사 두 명을 추가로 배치해 어르신 눈높이에 맞춘 1:1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서툴러도 기다리면서 세 명의 강사가 어르신 옆에 붙어서 하나하나 친절히 알려주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반응은 사뭇 뜨거웠다.

열정적으로 ‘기억채움버스’에 참여하던 이맹연(65세) 어르신은 생애 처음으로 메타버스를 직접 배우고 체험하면서 교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녀를 돌보면서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신청했어요. 아직 조작은 서투르지만 메타버스에서 오가는 새로운 용어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아요. 예전에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젊은 친구들이 휴대폰으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지금은 저도 전철 안에서 저만의 세상을 즐기게 됐어요. 세대 간 소통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서 은근히 다음 수업이 기대됩니다.”

평소 디지털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는 조현정(78세) 어르신도 “AR·VR, 메타버스는 MZ세대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강사님들이 두 번, 세 번 쉽게 풀어서 알려주니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배우고 도전하는데 흥미를 느끼게 됐다.”면서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있지만, 활용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면 당장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생소한 어르신들이 쉽고 재미있게 수업을 따라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생소한 어르신들이 쉽고 재미있게 수업을 따라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억채움버스’ 사업은 참여자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다음 프로그램에 반영해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압구정노인복지센터는 앞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 가상 노인복지센터 프로그램실을 구현해 메타버스 공간에서 두뇌건강 게임을 즐기는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은 사회복지사는 “앞으로 더 유익한 교육과정으로 어르신들이 메타버스를 보다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노인복지센터는 현재 어르신들이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은행 업무와 키오스크 주문을 돕는 ‘우리를 잇(IT)다, 스마트 온앤오프’ 사업도 펼치고 있다. 시설 이용 어르신들이 일상 속에서 디지털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 복지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어르신들의 노후생활에 활력과 즐거움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한다.

유성실버복지센터 ○ ‘시니어 틱톡커’
“어르신은 젊은 세대 문화체험, 젊은 세대는 어르신 마음 이해”

― 글 조용주 기자

“Every step I take Every move I make
Every single day Everytime I pray
​I`ll be missing you.”

미국의 래퍼 ‘퍼프 대디(Puff Daddy)’와 R&B 가수 ‘페이스 에반스(Faith Renee Evans)’가 부른 팝송 ‘I'll be missing you’에 맞춰 어르신과 대학생이 짝을 이뤄 춤을 춘다. 자연스럽게 춤을 추는 대학생과 다르게 어르신은 어설프게 리듬을 타면서 손과 발동작을 이어간다. 간혹 어르신보다 더 어색하게 춤을 추는 학생의 모습도 보인다. 타이밍도 조금 느리고, 춤 동작도 정확하지 않지만 어르신과 학생은 음악에 맞춰 집중해 춤을 춘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틱톡 챌린지’ 영상의 한 장면이다.

영상을 찍은 김미경(67, 여) 어르신은 “젊은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이번 ‘틱톡 챌린지’ 영상 촬영 덕분에 젊은이들의 문화를 체험해 보고,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돼서 무척 즐겁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미경 어르신이 김희진 복지사·자원봉사자들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미경 어르신이 김희진 복지사·자원봉사자들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대 간 거리 줄이기 목적

‘틱톡(TikTok)’은 15초에서 1분 길이의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 모바일 기기로 즐길 수 있게 만든 짧은 영상)를 제작·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이다. 2016년 150개 국가에서 75개 언어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는 2017년 1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틱톡은 영상 편집을 쉽게 할 수 있어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또 다양한 ‘해시태그(#) 챌린지’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30대 이상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을 비롯해 노년층은 접하기도,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대전 유성실버복지센터(관장 신해근)는 ‘나도 아직 청춘이다,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세대공감프로그램’ 사업의 일환으로 4월 8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금요일 3개월간 ‘시니어 틱톡커 양성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사회관계망이 단순해진 어르신들의 우울감을 감소시키고, 노인세대와 MZ세대의 만남을 통해 정서적 거리감을 좁혀 나가고자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시니어 틱톡커 양성 활동’에는 복지관 이용 어르신과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희진 사회복지사는 “평소 SNS를 하면서 틱톡 챌린지나 릴스(Reels)를 자주 보는데, ‘우리 센터 어르신들도 참여해 영상을 찍으면 재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학생들도 봉사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어르신과 학생들이 짝을 이뤄 재미있게 놀다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틱톡커 양성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과 학생의 ‘틱톡 챌린지 영상’ 중 한 장면.
‘시니어 틱톡커 양성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과 학생의 ‘틱톡 챌린지 영상’ 중 한 장면.

어르신·학생 춤추는 즐거움에 빠져

우선 어르신 10명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10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1:1 짝꿍이 돼 일주일에 한 번씩 틱톡 영상을 찍기 위한 춤 연습을 진행했다. 개인이 영상을 찍는 틱톡의 특성상 따로 외부 강사를 초청할 수 없어 김희진 복지사가 강사 역할을 대신했다.

홍보문자를 보고 참여한 김미경 어르신은 평소 춤추는 것을 좋아해 에어로빅·라틴댄스 등을 취미생활로 즐기고 있었다. 김 어르신은 대학생 봉사자와 함께 춤을 춘다는 사실에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노래도 팝송이고, 춤 동작도 어려워 힘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원본 영상을 받아 혼자 연습을 했다. 그 결과 김미경 어르신은 참가자 중에서 가장 춤을 잘 추게 됐고, 프로그램이 종료될 무렵에는 오히려 짝꿍 학생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김 어르신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요즘 저 같은 노인들이 언제 어디서 손자뻘 되는 대학생들과 춤을 추고,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어요? 3개월 동안 동년배와 함께 대학생들과 짝을 이뤄 춤을 추니 50년 전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가서 숙소에서 놀았던 기억도 나고, 소풍 가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던 생각도 나더라고요. 젊은 시절이 생각나서 가슴이 참 뭉클하고 기분이 묘했어요. 무엇보다 손녀뻘 되는 어린 친구와 함께 있으니 몸도 마음도 젊어지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김미경 어르신의 짝꿍이었던 한윤진(22, 여) 학생과 또 다른 봉사자 구성준(24, 남) 학생은 예비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복지관에서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학과 선배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됐다.

두 학생 모두 춤을 잘 추지 못하고, 틱톡 영상도 찍어본 경험이 없던 터라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구성준 학생은 허리와 골반이 아파 춤 동작을 따라할 때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춤 동작이 점점 익숙해지자 아픔은 즐거움에 묻혀버렸다. 또 짝꿍 어르신이 “나도 하는데 젊은 사람은 더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줘 무사히 영상 제작을 마칠 수 있었다. 두 학생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어르신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저희 또래 중에 일부는 어르신들을 ‘꼰대’라고 말하곤 해요. 어르신들은 우리를 이해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는 저희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3개월 동안 어르신과 함께 지내보니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고민이 있으면 자신들의 경험과 지혜로 해결책도 제시해 주시더라고요. 더욱이 춤도 저희보다 더 잘 추셔서 정말 놀랐어요. ‘아! 어르신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똑같이 즐겁고 재미있게 인생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해소됐어요.”

어르신과 학생들이 ‘틱톡 챌린지 영상’ 촬영에 앞서 춤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어르신과 학생들이 ‘틱톡 챌린지 영상’ 촬영에 앞서 춤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김미경 어르신과 한윤진·구성준 학생 등 20여 참가자들이 찍은 틱톡 영상은 유성실버복지센터 공식 유튜브 계정과 1층 로비에 있는 홍보 전광판에 게시돼 많은 사람이 시청했다. 영상을 본 어르신들은 다음 수업에는 자신도 꼭 참여하겠다고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번 ‘시니어 틱톡커 양성 활동’ 프로그램은 원래 상반기 한 차례만 진행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어르신과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하반기에도 연장해 진행할 계획이다.

유성실버복지센터는 ‘시니어 틱톡커’ 사업과 함께 ‘펜팔친구’ 사업도 진행한 바 있다. 펜팔친구는 어르신과 대학생이 주제를 정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편지를 작성해 교환하는 프로그램이다. 노인세대와 청년세대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에 대한 생각을 편지로 써서 서로 전달하며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손편지를 쓸 일도, 받을 일도 없는데 어린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게 돼 옛 기억이 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부산 서구노인복지관 ○ ‘암남동 세 살 정든마을’
‘살던, 살고있는, 살아갈’ 정든마을 세대 간 소통으로 지역민 화합 유도

― 글·사진 이강식 기자

“암남동에 새 아파트가 많이 생기면서 오래된 집과 옛 골목들이 사라지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림으로나마 남기면 훗날 다른 지역사람이나 후손들이 기억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참여하게 됐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어릴 적 기억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가족, 친구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브런치 어반스케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서구노인복지관 인근 골목에 앉아 마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브런치 어반스케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서구노인복지관 인근 골목에 앉아 마을 그림을 그리고 있다.

7월 26일 오전 10시 부산 서구노인복지관.
암남동의 옛 골목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그림으로 남기고자 6월부터 부산 서구노인복지관(관장 강동인) ‘브런치 어반스케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남기우(남, 77) 어르신은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7년 전부터 서구노인복지관에 다니고 있는 남기우 어르신이 나고 자란 곳은 부산이다. 타 지역에서 살다가 송도(암남동 일원)에 정착한지 올해로 25년째다. 그간 복지관에서 일본어·영어 등 어학과 컴퓨터·스마트폰 사용법 등을 공부한 것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80 평생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보는 건 처음인데, 정말 재밌네요. 여든 노인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권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림을 그리고 요리를 하다보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끼게 돼 기분이 참 좋아요.”

7월 26일 오전 11시 암남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사랑쉼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단임(여, 80) 어르신도 요즘 삶이 즐겁다. 벌교가 고향인 이단임 어르신은 50년 전 자녀 교육을 위해 부산으로 와서 암남동에 자리를 잡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두 어르신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천태종복지재단 산하 부산 서구노인복지관이 직접 또는 간접지원해 진행하고 있는 ‘암남동 세 살 정든마을’ 프로그램의 일부다. 서구노인복지관은 서구와 함께 고령자와 다양한 계층 마을주민들이 오랫동안 거주하던 마을에서 편안하게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암남동 세 살 정든마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 살’에는 ‘주민들이 살았고,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살아갈 마을’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지난 7월 26일 오전 10시 서구노인복지관에서는 ‘브런치 어반스케치’ 사업이, 암남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사랑쉼표에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마음 드로잉’ 사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브런치 어반스케치’는 서구노인복지관이 직접 시행하는 사업이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마음 드로잉’은 복지사를 파견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브런치 어반스케치’ 프로그램에는 30~70대의 마을 주민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어르신들과 젊은층이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마을 옛 골목 등을 사진으로 촬영해 그림으로 그리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수업은 일곱 번째. 수업이 시작되자 각자 준비해온 사진을 펴놓고 류옥조 강사의 지도에 따라 누구하나 흐트러짐없이 집중하며 스케치북에 연필로 그렸다.

‘브런치 어반스케치’ 참여자 작품. 남혜영 作, 장독대 사진과 그림. 김경선 作, 마을 나무 사진과 그림.
‘브런치 어반스케치’ 참여자 작품. 남혜영 作, 장독대 사진과 그림. 김경선 作, 마을 나무 사진과 그림.

‘브런치 어반스케치’ 취재 후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암남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사랑쉼표를 찾았다. 여기에선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을 주제로 한 나눔 및 창작활동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참여 인원은 10명이지만, 이날은 개인 사정이 많아서인지 절반의 인원만 참여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프로그램은 그림뿐만 아니라 요리· 만들기 등 다양한데, 이날은 ‘브런치 어반스케치’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대부분 70대 이상인 어르신들은 마을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자신이 살고 싶은 대궐같은 기와집을 그리고 있었고, 다른 어르신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손주와 함께 노는 그림을 그렸다.

서구노인복지관이 진행하고 있는 정든마을의 세부 프로그램은 ‘고령친화프로그램’, ‘지역사회 돌봄·나눔사업’, ‘세대통합프로그램’, ‘지역사회연계 마을특화사업’, ‘지역 내 커뮤니티 공간활용 프로그램’, ‘정든마을축제’ 등 6개다. 각 프로그램마다 세부 사업이 있으며, 각 사업별 진행시기와 참여 인원은 다르지만 대략 5~12월 사이에 진행되며, 참여 인원은 10~150명 사이다.

‘고령친화프로그램(정든마을 뇌+UP, 6~11월)’은 노인이 마을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치매예방 운동, ‘세대통합프로그램(송도 10인 각색, 7~8월)’은 1세대가 살아온 우리 마을이야기를 3세대가 담아내는 세대공감·통합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 돌봄·나눔사업’은 지역 주민이 지역사회 돌봄 및 나눔활동을 통해 지역 애착형성 및 안전망 구축사업으로, ‘나눔텃밭’(6~12월)과 ‘우리마을 생일파티’(6~12월)로 이뤄져 있다. ‘지역사회자원연계 마을특화사업’은 지역주민과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주제로 한 나눔 및 창작 문화활동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이라는 주제 아래 ‘쉐어라이프’(6~11월)와 ‘마음드로잉’(6~11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릴레이(6~11월)’ 등으로 구성됐다.

‘지역내 커뮤니티 공간활용 프로그램’은 주민이 직접 거주하는 마을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해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세부 사업은 ‘세 살 주민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5~12월), ‘브런치 어반스케치’(6~11월), ‘마을기록 홍보‘(10월) 등으로 진행된다. ‘정든마을축제’는 찾아가는 소규모 마을 축제 개최 및 정든마을 프로그램 성과를 선보이는 전시회로 ‘찾아가는 평상 콘서트’(8·11월)와 ‘서구 마을행사’(12월), ‘이벤트가 있는 정든마을’(6·8·10·12월)로 이뤄져 있다.

서구노인복지관이 정든마을 프로그램에 공모하게 된 건 서구가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지역적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부산시는 초고령사회 대응방안으로 고령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마을 주민이 함께 지낼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동(洞)별로 특화된 마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든마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부산시 16개 구·군 중 고령화친화형 정든마을 조성·운영사업 구로 선정된 곳은 북구와 서구 두 곳이며, 서구노인복지관(관장 강동인)은 서구에 사업기획안을 제출했다. 지난 4월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6월 21일 서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인생’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부산 서구 인구는 10만 4,340명이며, 서구노인복지관이 위치한 암남동의 인구수는 1만 3,421명이다. 암남동 인구 중 노인인구는 3,392명(고령인구 비율 25.3%)이다. 유엔은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암남동은 초고령화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암남동 세 살 정든마을’ 프로그램 일부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 입사 4년차 김지언 복지사는 “암남동에 재개발 붐이 일면서 원주민과 유입 주민, 그리고 세대 간 갈등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갈등을 해소하는 데 ‘정든마을’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젊은층은 동네 어르신들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르신들을 지혜와 경험을 갖춘 ‘선배 시민’으로 인식하는 변화가 있었다.”며 “힘든 점도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때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시에서 개발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추억이 깃든 옛 풍경이 하나둘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르신들의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브런치 어반스케치’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프로그램은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어르신들과 마을의 현대화를 열망하는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해주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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