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초심으로 돌아가|
운명으로 서로 연결된
연기적 존재 자각해야

지난 연말에는 방역당국의 위드코로나 조치로 단계적인 일상의 회복을 잠시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코로나19 상황은 델타변이를 넘어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인한 확진자수가 급증함에 따라 방역패스를 비롯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강화되는 추세다. 어느새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사회의 일상이 무너진 지도 2년 가까이 됐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원격수업이나 재택근무, 그리고 외부활동 제한 등의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이나 우울감이 누적되는 등 정신건강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야기되는 상황이다.

사실 전쟁이나 질병, 그리고 기아 등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상황에서는 시대적 화두로 항상 생존의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된다. 대체로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부흥에 힘입어 절대적 빈곤의 상황은 이미 넘어섰지만, 지난 IMF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의 정책에 따른 승자독식의 패러다임이 극심한 빈부의 격차를 비롯한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하는 상황이다.

특히 유례없는 코로나19 재난상황에 취약계층은 더욱 생존불안과 위기의식에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당국의 적절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앞서 개인적으로 거시적인 안목과 여유로운 마음자세가 더욱 절실하다고 본다.

일찍이 미국의 유명한 희극배우였던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불교에서는 인생은 고해(苦海)’, 우리가 사는 세계는 갖가지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의미로 사바(娑婆) 세계라고 부른다.

불가에서는 초발심(初發心)을 강조한다. 이와 관련하여 <화엄경>에서는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고 한다. 처음 발심을 했을 때가 바로 정각을 이룬 때라는 말로, 이는 깨달음을 이루고자 하는 맨 처음의 서원이 깨달음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처음 시작하려고 할 때의 마음가짐, 그 초심이야말로 뭔가를 꼭 이루려는 단단한 각오와 순수한 마음이 서려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초심은 개인적인 욕망의 차원을 넘어선 순수한 마음을 가리키는 말로 통용된다. 이른바 초심은 각계각층에서 큰일을 도모할 때, 누구나 한번쯤은 품었을 각오와 순수한 마음을 말한다. 이런 초심은 인간적인 순수한 결심을 의미하지만, 보다 폭넓게 이해하면 불교적인 초발심과도 일맥상통한다.

요컨대 초심의 마음가짐은 개인적인 욕망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역지사지의 소통이나 공동체적 상생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우리사회가 개인이나 가족주의적 집단이기주의의 행태를 벗어나 희망찬 새 시대를 열 수 있는 길은 각계각층에서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네 인간존재가 운명적으로 서로 연결된 연기적 존재임을 투철히 자각하고 성찰하는 일이다.

임인년 새해에는 예로부터 호축삼재(虎逐三災)’라는 말이 있듯이, 흑호의 기운으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어 하루빨리 평화로운 일상이 다시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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