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내일의 행복을 기대하며 희망찬 오늘을 살아가지만, 모든 사람이 행복을 성취하진 않습니다. 행복해 지려면 농부가 밭에 씨앗을 뿌리듯, 우리도 행복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저는 절하기를 행복의 씨앗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불교에서는 4대 수행법으로 염불독경참선절을 꼽습니다. 이 가운데 절은 경전을 읽는 법을 몰라도 되고, 화두(話頭)가 주어지지 않아 참선 없이도 할 수 있는 수행법에 해당됩니다. 특히 절은 공덕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 최고로 꼽힙니다. <보현행원품>에서 보현보살은 선재동자에게 수승한 공덕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열 가지 행원(行願)을 닦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첫째는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 둘째는 부처님을 찬탄하는 것, 셋째는 널리 공양하는 것, 넷째는 지은 허물을 참회하는 것, 다섯째는 남이 짓는 공덕을 함께 기뻐하는 것입니다. 여섯째는 설법해 주시길 청함이며, 일곱째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길 청하는 것, 여덟째는 언제나 부처님을 본받아 배우는 것, 아홉째는 항상 중생을 따르는 것, 열째는 모든 공덕을 모두 다 돌려주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이에 선재동자는 어떻게 예배하고 공경하며 어떻게 공덕을 돌려줘야 하는지 묻습니다. 보현보살은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한다는 것은 법계와 허공계, 시방삼세 모든 부처님께 보현의 수행과 서원의 힘으로 깊은 믿음을 내어 눈앞에 계신 듯 받들고 청정한 몸과 말과 뜻을 다해 항상 예배하고 공경하되, 한 분 한 분 부처님 계신 곳에 수없이 많은 몸을 나타내어 수많은 부처님께 두루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다.”라고 답하셨습니다.

절은 곧 이러한 보현보살님이 말씀하신 바를 실행하는 믿음이라 하겠습니다. 공경과 찬탄의 예배는 오체투지(五體投地)의 예법으로 이루어집니다. 머리와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바닥에 던짐으로써 이뤄지는 절의 예법은 상대방을 높이 우러르고 공경하면서,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비우도록 하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절은 또한 업장(業障)을 없애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삼배(三拜)를 하는 것은 몸[]과 말[]과 뜻[] 으로 짓는 삼업(三業)을 소멸하고 불법승 삼보에 귀의해 참된 진리를 배우고자 하는 데 그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절을 하면 할수록 두터운 업장이 없어지며 진리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또 다른 경전에서는 절을 하면 여덟 가지 공덕이 따라온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아름다워지며, 둘째는 신뢰를 쌓게 되고, 셋째는 두려움이 없어지고, 넷째는 부처님께서 항상 보살펴 주신다고 합니다. 다섯째는 훌륭한 위엄을 갖추게 되고, 여섯째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일곱째는 죽어서 극락에 태어나고, 여덟째는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교에서 말하는 공덕 외에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현대사회에서는 절을 건강유지의 비결로 삼는 경우도 많습니다. 온 몸을 던져 절을 하다 보면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또 절에 집중하다보면 잡다한 번뇌나 불편했던 심기들이 깔끔하게 정리돼 건강증진을 가져온다고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절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줄 뿐 아니라 깨달음으로 가는 한 수행방법이란 점에서 누구나 해보시길 권하는 바입니다.

수없이 많은 절을 하면서 위기와 절망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언은 우리 주위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씨앗에도 법칙이 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씨앗은 먼저 뿌리고 나중에 거둬야 합니다. 먼저 거두고 나중에 뿌리는 씨앗은 없습니다. 부처님이 먼저 가피해 주실 때 열심히 절하겠다는 생각은 어리석습니다. 먼저 열심히 절하고 그 결과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또 씨앗은 뿌리기 전에 밭을 갈아야 하는 것처럼 절하기 전 먼저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해야 할 것입니다. 신구의 삼업을 청정히 하여 정성과 열정을 다하는 절을 할 때 수승한 공덕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론 남을 위한 종자로도 씨앗이 활용돼야 아름다운 수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이의 아픔을 모른 체 자신만의 만족을 구하는 건 올바른 행복이 될 수 없습니다. 절은 그러므로 세상의 안락(安樂)을 구하기 위한 간절한 염원이며 구도라 할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절을 열심히 함으로써 자신과 이웃, 나아가 세상의 행복을 위한 공덕을 쌓길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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