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춘광 스님. 어떤 부부가 떡 세 개를 나누어 먹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각기 한개 씩 나누어 먹고 하나가 남았습니다. 두 사람은 ‘이 떡을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묘안을 짜냈습니다.

“말을 먼저 하는 사람은 이 떡을 먹을 수 없다.”

둘은 이렇게 약속을 하고 남은 떡 한 개를 자신이 먹기 위해 서로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습니다. 마침 그날 저녁 그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 방, 저 방 다니며 재물을 모두 훔쳤습니다. 그렇지만 남은 떡 하나를 먹으려면 먼저 말을 해서 안 되므로 이들 부부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도둑은 물건을 다 훔칠 동안 이들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을 보자, ‘잘 되었다' 싶어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범하려고 하였습니다. 다급해진 아내가 질겁하면서 “도둑이야!”라고 외쳤지만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이 어리석은 사내야, 떡 한 개를 먹으려고 도둑이 아내를 범하려는 것을 보고도 꼼짝하지 않는단 말이오?”

그러자 남편이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습니다. “와! 이제 이 떡은 내 것이다. 당신은 먹으면 안 돼요.”

《백유경(百諭經)》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바보 같은 부부입니다. “설마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흔하게 마주치는 현실입니다. ‘작은 것'을 잃지 않으려고 그보다 ‘훨씬 중요하고 큰 일'을 망치는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습니다. 떡 하나‘를 얻게 되자 손뼉을 치며 기뻐했던 그 어리석은 사람처럼, 오늘날에도 작은 것을 얻은 데에 만족하여 희희낙락하는 이웃들이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살아계시던 2,600여 년 전에 어느 부자의 아들들이 그랬듯이,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일을 저지르면서도 ‘자기가 바보'인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내 작은 이익만 지키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사로잡혔던 조선말기 위정자들은 결국 이 강토를 외세대결의 전쟁터로 만들고 우리 겨레에게 수십 년 동안 ‘나라 없는' 설움과 압박을 겪게 하였습니다. 이 순간에도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경제인과 노동자들은 또 그들대로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에 사로잡혀 정말 중요한 일을 아예 버리거나 애써 외면합니다. 내가 좋은 일을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내 경쟁자인 다른 사람이 실수를 해서 인심을 잃고 그래서 내가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넘쳐 납니다.

이와 같다면 온 집안의 재산을 도둑맞든 아내가 겁탈을 당하든 상관없이 오직 그 떡 하나를 먹는 데에 매달리다가 손뼉을 쳤던 그 사람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어리석은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처님 법을 바르게 배우고, 부처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 부처님처럼 살겠다”는 큰 원력을 세운 여러 불자님들은 결코 그런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그런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부처님 제자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업중생인 이웃들도 함께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어둠에 휩싸여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등불을 밝혀주고, 쓰러진 사람들을
일으켜 자기 힘으로 걸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최고의 보시행이며, 관세음보살님의 자비 원력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여러분들이 지극정성으로 관음기도를 드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이 매일 지극 정성을 다하여 독송하는 《천수경》의‘관세음보살 십대원(十大願)’에도“내가 모든 진리를 어서 알게 하소서(願我速知一切法), 내가 지혜의 눈을 어서 뜨게 하소서(願我早得智慧眼), 내가 어서 모든 중생을 구제하게 하소서(願我速度一切衆)”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진리를 바로 알고, 지혜의 눈을 떠서 모든 중생을 구제 하겠다”고 하는 것이 관세음보살의 크신 원력입니다. 《법화경》 관세음보살 보문품에서“만일 한량없는 백천 만억 중생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을 때에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곧 그 음성을 듣고 모두 한량없는 복덕을 받게 해주고 해탈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자, 일심으로‘관세음보살’님을 염송해보십시오. 여러분 자신과 이웃의 동업 중생이 큰 복을 누리고 모두 해탈의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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