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 스님, 서울강남경찰서 유치인법회


육중한 철문이 열리자 약간의 곡선이 진 구조에 철창으로 괴리된 방들이 보인다. 차가운 철창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떻게 들어왔어요? 스스로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말아요. 부처님 당시에…”

지난 10월 30일 오후 2시 서울강남경찰서 유치장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경찰관 몇몇과 함께 들어갔다. 가사장삼을 걸친 스님과 경찰서 법우회 회원들이 유치장에서 법회를 봉행하기 위해 들어온 것.

강남경찰서 경승 각진 스님(극락선원 주지)은 유치장에 들어서자마자 철창으로 다가가 몸을 최대한 가까이 밀착시켰다. 유치인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어떻게 해서 들어오게 됐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묻고 이야기를 듣는다. 짧은 시간이 지났지만 유치인과 스님은 어느새 다정한 친구처럼 웃음까지 지어가며 대화를 나눈다. 스님이 유치인에게 전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서는 그에게 내제된 아픔을 어루만지는 자비의 손길도 느껴졌다.

상담을 끝낸 스님은 다음 사람에게 넘어가 인사를 나누고 그 사람의 아픈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새 부처님 법을 전하고 묻는 법회자리로 바뀌었다.

각진 스님은 유치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1m남짓 떨어진 거리에서도 잘 안 들릴 정도로 작게 이야기 한다. 스님은 이에 대해 “대화 상대방에게는 들어오게 된 아픈 기억이 있고 한 방을 쓰는 다른 사람들이나 옆방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유치인 각 개인과 대화를 하면서 그 사람에게 맞는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은 포교라는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며 “유치소를 나온 사람 중 타종교인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부처님 말씀대로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주 수요일이면 이곳 유치장을 찾는 각진 스님은 처음에는 안에서 법회 형식을 모두 갖출 생각도 했다. 일주일에 5일을 오는 타종교인들의 시끄러운 종교행사 때문에 유치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불자회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형식을 넘어 불법(佛法)을 전하는데 주력하기로 한 것.

유치장 법회에 대해 스님은 “어느 한사람 나와 인연 없는 사람은 없다”며 “불우하고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은 부처님의 제자로서 당연한 불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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