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암 스님 일대기 다룬 평전 에세이
원행 스님/에세이스트/25,000원

약관의 나이에 출가해 탄허 스님(呑虛, 1913~1983)과 만화 스님(萬化, 1922~1983)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셨던 월정사 선덕 원행 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이 한암 대종사의 평전을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한 〈성인 한암 대종사〉를 펴냈다.

책은 한암 대종사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근대불교사와 한국 근현대사를 풀어내면서 시대정신의 흐름을 간결하게 조망했다. 또한 한암 스님의 저술 중에 중요한 대목과 어려운 게송을 일상용어로 풀어내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왔으며, 한암 스님이 당대의 선승·지식인들과 교류한 편지를 원문으로 소개한 후 해석을 곁들여 스님의 정신과 수행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만화 희찬스님 시봉이야기〉, 〈탄허 대선사 시봉이야기〉에 이은 월정사 3대 화상 3부작의 마지막 권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1부 마음의 달 정결한 월정사 △2부 한암 스님의 발자취 △3부 확철대오 △4부 한암 스님의 선사상 △5부 편지와 게송 △6부 비구의 본분 △7부 불교는 실행에 있다 △8부 모두 모릅니다 △9부 앉은 채 생사를 맞이하노라 등 총 9부로 구성돼 있다.

조계종 차기 종정으로 추대된 성파 스님과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을 비롯해 김부겸 국무총리, 백낙청 문학평론가, 도올 김용옥, 함세웅 신부, 박맹수 원광대 총장 등 각계 주요 인사의 추천사도 실렸다. 백낙청 문학평론가는 추천사에서 “(책은) 한암 스님의 일대기인 동시에 월정사 이야기와 한국불교사 및 개항기 이래 한국사의 단면들로 가득하다. 한암 스님의 많지 않은 저술의 중요한 대목들과 게송, 편지들을 접할 기회도 된다.”고 말한 후 “여기에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일컬어지며 한암이 평생 스승으로 사모했던 경허 스님이라든가, 함께 경허의 법맥을 이어받으면서도 ‘남 만공, 북 한암’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대조적인 선풍을 이룬 만공 스님, 한암보다 16세 연하이면서 산무의 족보로는 사촌사형제 간이던 통도사 경봉 스님과의 교류는 마치 무림 고수들의 만남과 겨룸을 목도하는 재미마저 느끼게 한다.”고 평했다.

원행 스님은 책의 머리말에서 “이 책을 준비한 것은 2018년 가을이다. 늦어도 2019년 말쯤 출간되리라 믿었는데, 코로나19와 꼬박 2년을 함께 사느라 경황이 없었다.”면서 “우리는 거대한 격변의 시대와 마주하고 있다. 한암 스님의 선어와 법문이 새로운 지혜를 열어주시길 기대하며 이 책을 독자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 스님(漢岩, 1876~1951)은 1876년 화천에서 태어났다. 금강산 장안사에서 수행했고, 성주 청암사 수도암에서 경허 스님의 설법을 들었다. 1910년 맹산 우두암에서 개오했다. 50세에 오대산 상원사에 들어가 27년 간 산문을 나오지 않는 불출동구의 수행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승가오칙의 계율과 선교일치를 중시하면서 오대산의 수행정신을 이끌어왔다. 한국전쟁 때 전소될 위기의 상원사를 구해낸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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