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조선 앙부일구·자치통감 등 5점

경주 분황사 금동약사여래입상. <사진=문화재청>

경주 분황사 금동약사여래입상을 비롯한 조선시대 유물 5점이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12월 30일 ‘경주 분황사 금동약사여래입상’, 조선시대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 3점, 〈자치통감(資治通鑑)〉 권266~270을 보물로 지정예고했다.

분황사 금동약사여래입상은 높이가 3.4m에 달하는 대형 불상이다. 조선 후기의 불상 중 유일하고 규모가 가장 큰 금동불입상이다. 1998년 분황사 보광전 해체 수리과정 중 건축 부재에서 발견된 ‘분황사상량기(芬皇寺上樑記)’(1616년)와 ‘부동명활성하분황사중창문(府東明活城下分皇寺重創文)’(1680년) 묵서를 통해 1609년(광해군 1) 동(銅) 5,360근을 모아 이 약사여래입상을 제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금동약사여래입상은 우람하지만, 둥글고 통통한 얼굴에 어깨가 왜소해 전반적으로 동안(童顔)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앳돼 보이는 이목구비는 16세기 불상 양식, 가슴과 복부가 길쭉한 비례감과 세부 주름 등 17세기 신체 표현 양식이 엿보이는 등 신·구 양식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앙부일구(고궁박물관 소장). <사진=문화재청>

앙부일구(仰釜日晷) 세 점은 각각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성신여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 중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앙부일구는 2020년 미국에서 돌아 온 환수문화재다. ‘앙부일구’는 ‘앙부일영(仰釜日影)’이라고도 하며,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의 해시계’라는 뜻이다. 1434년(세종 16) 장영실(蔣英實)·이천(李蕆)·이순지(李純之) 등이 세종의 명을 받고 처음 만들었다. 그 해 10월 종묘 앞과 혜정교(惠政橋, 현 서울 종로에 설치됐던 다리)에 각 1대씩 설치했으며, 조선 말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해 궁궐과 관공서에 널리 보급됐다.

이 세 점은 모두 청동금속제로, 오목한 몸체를 네 개의 다리가 받친 모습을 하고 있다. 시반(時盤, 앙부일구의 오목한 바닥 안쪽)에는 남북 방향에 북극으로 향한 영침(影針, 그림자 침)이 달려 있다. 또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세로 눈금인 시각선은 15분 간격으로, 계절을 알려주는 24절기는 가로 눈금으로 13개의 절기선은 은상감(銀象嵌)으로 새겨져 있다. 받침대는 네 개의 다리와 열십자의 다리받침으로 이뤄져 있으며, 네 개의 다리에는 각기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용의 모습을 새겼으며 용 좌우에 구름 문양이 표현돼 있다.

문화재청은 세 점의 앙부일구가 △뛰어난 조형미를 보이고 있어 숙련된 기술자가 제작한 최상급의 앙부일구 △태양의 그림자로 시간 뿐 만 아니라 날짜(절기)를 함께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독창성이 뛰어남 △조선시대 천문과학기술의 발전과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과학문화재라는 점 등에서 보물로 지정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자치통감> 권266-270. <사진=문화재청>

〈자치통감〉 ‘권266~270’은 1434년(세종 16) 편찬에 착수해 1436년에 완료한 총 294권 가운데 권266~270의 1책(5권)에 해당하는 서책이다. 주자소(鑄字所)에서 초주갑인자로 간행한 금속활자본으로, 수량이 많아 완질(完帙)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등에 소장되어 있으나, 전해지는 내용과 수량이 많지 않아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갖고 있다.

지정 예고된 〈자치통감〉 권266~270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유일본으로, 초주갑인자로 인쇄한 금속활자본이다. 기존에 지정된 자료와 비교할 때 인쇄 및 보존상태가 매우 우수해 서지적 가치 또한 높다. 아울러 전하는 사례가 많지 않은 희귀본으로, 당시 정치학·행정학·서지학 등의 측면에서 귀중한 역사적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자치통감〉은 중국 송나라 사마광(司馬光)이 편찬한 역사서다.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에 대해 교훈을 담고 있기에 중국 뿐 아니라 조선에서도 왕이 국정운영에 필요한 중요한 참고서로 활용했다.

문화재청은 30일 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채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